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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Mar 07. 2020

밥 먹기 싫은 요즘, 과자로 대신

잠시 쉬어 갑니다.

새*깡이 당겼다. 마트로 직진, 대용량 한봉을 샀다. 맛만 본다 하고 선 손이 가요 손이 가~노래를 부르며 봉지의 반을 비웠다. 하루종일 비어있는 공방. 거리는 종일 한적하다. 텅빈 동네를 아련하게 보며 먹다보니 텅빈 배가  새*깡으로 반보다 더 차 버렸다. 점심시간이고 도시락도 열지 않았는데 밥맛이 뚝떨어졌다. 오늘 점심은 라테 한잔과 과자 부스러기로 채운 셈이다. 학생들과 가공식품의 폐해를 수업했었는데, 정작 나는 과자 흡입으로 열량은 채우고 영양소는 비운다. 사람은 아는 대로 사는 게 아니다. 요즘 같은 세상, 헛헛함 때문에 느슨함에 머무는 중이다.

3월도 허망하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없던 밥맛이 더 떨어지고 그나마 있던 과자 맛도 다 떨어진다. 언제까지일까. 사람들 일상을 뒤흔든 지구적 사건의 변곡점은 언제일까. 귀한 시간을 선물로 받았으니 생산적으로 살겠다는 다짐도 잠깐이다. 머리에서 열이 난다. 모두 힘든 기간, 누구라도 애처로운 시간. 2년 차 공방 운영을 시작하는 초입에 이런 일이. 3월 1주년 행사를 하려고 했는데 말짱 꽝이되었다. 도약의 발판을 빼앗긴 기분이다. "왜 때문에?"


밥맛이 없어서 허튼짓을 하는 나를 내버려 둔다. 조금 다른 길로 가도록 둔다. 일상성을 벗어나 계획을 비껴가는 것도 '나'라는 사실. 다른 길을 걷지만 아픈 길이기도 하다. 경험하면 마음은 알아채고 돌아오기 마련. 억지스레 말리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되었다. 예상대로 가공식품에 첨가된 물질이 나의 속을 뒤집는다. 속이 부글거리고 메스껍다. 구토감이 올라온다. 머그잔 가득 물을 한 번에 다 마셔서 위장을 정화한다. 정화가 될는지 모르지만. 채워야 할 것으로 안 채우고 한숨으로 채우니 속이 부대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숨 쉬며 시간의 굴곡에 멈춰있을까'


빈 마음은 무엇으로 비어버렸을까. 빈 마음에는 과자의 얄팍함 말고 무엇을 채워야 할까. 꼭 채워야 할까. 채우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찾아올까. 정답은 안다지만 모를 때도 있다. 정답이 밖에 어딘가 멀리 있는 것 같다. 파랑새처럼 가까이 있다 해도 애를 쓰며 답안지를 들추기는 싫은 꾸부정한 마음이 사춘기 같다. "왜, 열심히 하려는 사람을 멈추게 하는지, 왜 건드리는지" 허공을 향해 화를 돌린다. 과자로 헛배가 부르고 속은 뒤집어지고 마음은 더 비어 간다. '과자 몇 개 먹는 게 어때서' 마음이 잠시 뾰족해진다.


때론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논다. 지금이 딱 그런 때다. 아득바득 어금니라도 깨물며 노력을 다짐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 스스로 설득하기 어려울 때가 지금이다. 내 손에서 벗어난 일에 애를 써봐야 안 되는 것도 많다. 그래서  마음의 CCTV를 껐다. 뭐라도 안될 땐 이리저리 기웃거려보라고. "왜 때문에 새*깡 좀 먹고 밥을 제치는 게 어때서" 3월 한 달은 열정이라는 채찍을 던지고 마음의 호숫가를 혼자 맨발로 산보할 거다. 일상은 멈추었지만 봄은 오고 있고 토양의 빈 틈새로 새싹이 '쑥' 하고 고개를 내밀지 않는가. 구석에 처박힌 씨앗이 움츠리지 않고 달래 냉이로 고개를 든다. 앗, 하얀 털을 보송하게 털며 고개 드는 쑥 이파리도 푸르지 않은가. 


이리저리 기웃거리면서도 나는 안다 "이 나이에 과자로 배 채우는 짓은 아니올시다. 힘든 일상 잠시 쉬어도 되겠소이다."라며 물 한잔 벌컥벌컥 들이켠다. 미뤄봐도 봄의 기운은 성큼 다가오듯 4월도 금세 다가올 것이다. 과자로 뒤집어진 속을 밥으로 달래야지. 도시락을 꺼낸다. 오늘 밥이 참 맛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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