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30대, 그 어정쩡함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강력한 제목에 이끌려 스물아홉의 나는 책을 구매하였다.
곧 서른이 된다는 게 무척이나 불안하고 초조했다. 다들 스물아홉과 서른은 천지차이라고 서른이 되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라며 부추겼다. 심지어 서른 되기 전에 여행을 떠나는 지인들도 있었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많이 우울해하였다.
그래서 서른이 되면 청춘이 끝난 줄 알았다.
청춘에서 자꾸 멀어져 간다고 말하는 서른 즈음에 라는 노래도 있지 않은가. 나도 그 맘 때쯤 많이 들었던 노래이다. 그리고 책장에는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서른엔 뭐라도 되어있을 줄 알았다’과 같은 서른과 관련된 책들이 채워졌다.
그런데 웬걸!
서른을 시작하는 1월 1일이 되었는데도 별 다른 게 없었다.
서른이 되면 20대 때와는 다르게 현저히 체력이 떨어진다는데 특별한 차이를 못 느꼈고, 여전히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는 손녀였고 우리 부모님의 딸이었다. 20대에 비해서 더 책임감을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우리 회사에는 서른, 서른한 살의 신입사원이 입사했다. 서른 이전에 갖추어 놓고 그 이후에는 쌓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도 있었다.
왜들 그렇게 겁을 줬고 나는 왜 그리 불안했는지 모르겠다.
서른 참 별거 없었다.
너무 겁먹지 않았다면 좋았을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