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을 바꾼 태도 #2
다니엘(Daniel)은 나하고 공통점이 거의 하나도 없는, 내가 MBA를 하지 않았으면 만나게 될 일이 거의 없을 뻔한 친구다. 그러나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었기에 비싼학위가 진정 하나도 아깝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훌륭한 친구.
1990년에 케냐에서 태어나 한 살에 미국으로 가족 전체가 이민을 와 정착하게 된 다니엘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지금이야 브루클린하면 서울의 신사동 가로수길 같이 볼 거리 많고 힙한 동네를 떠올리지만, 그 당시는 범죄율도 높고 험한 지역으로 불렸다. 다른 이민자 가정과 크게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환경에서 그는 많은 형제들 사이에서 자랐다.
나는 다니엘을 학교안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기에 신사적이고 선한 친구라는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 친구를 제대로 알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학업 관련 공모전에 같은 조가 되어 프로젝트를 함께 준비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같이 시간을 보내며 더 알게 된 그는 그즈음 해서 "핑계가 없는 운동" (No Excuse Workout)을 실천하고 있었다. 본인이 스스로 정한 컨셉인데, 앞으로 50일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 어떠한 핑계가 있을지라도 - 무조건 운동을 하기로 정했다고 했다. 과연 다짐대로 매번 프로젝트 회의에 올 때 다니엘은 헬스장에서 사용할 덤벨, 물통, 개인 도구를 따로 담은 가방을 짊어지고 왔다. 그렇게 미팅을 시작하기 전이나 또는 하루일과를 다 끝낸 후에 헬스장으로 이동해서 운동을 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프로젝트의 마감 기한이 가까워 올 무렵, 한 친구의 아파트 공용 공간에서 다 같이 모여 마지막 작업을 하고 있었다. 빡빡한 기한 덕분에 다들 정신 없이 작업하다가 시계를 보니 어느새 새벽 1시. 너무 늦었으니 다들 피곤기가 가득 서린 눈으로 여기서 마무리 하고 집에 가서 눈을 좀 붙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다들 집에 가려고 엘리베이터로 향하는데 다니엘이 말했다.
"다들 조심히 들어가! 나는 이제 운동하러 갈게!"
나머지 사람들: "??? 새벽 한신데???"
우리의 반응은 모두 같았다. 굳이 저렇게 까지 해야 하나? 좀 융통성 있게 하지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산담.
사실 난 지금도 그 정도의 실행력은 없는 것 같다. 만약 나에게 오늘 같은 상황이 펼쳐졌어도 그냥 집에 가서 쉬기로 했을거다. 그러나 다니엘은 확고했다. 변명을 만들지 않기로 결심했으니 오늘 못한 운동은 잠들기 전에 반드시 하고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마 나는 그 때 핑계대지 않기의 진수를 본게 아닐까? 그에게는 '시간이 너무 늦어서', '피곤해서', 또는 '집에 갈때 위험하고 어두우니까' 같은 합리적인 이유가 넘치게 있었다. 그런 이유로 하루정도 운동을 건너뛰었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도 없었다. 그렇지만 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과감히 집어치우고 친구는 그날도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실제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더니(찰떡같은 영어 표현으로는 "how you do anything is how you do everything") 다니엘은 학교안에서도 많은 곳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사실 과제를 같이 하면서 본 그의 생각이나 결과물이 눈에 띄게 돋보였던 적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 친구의 태도는 늘 기억에 선명하게 남았다.
나는 지금도 뭔가를 하려다가 못하게 되는 사정이 생길 때면 가끔 다니엘을 떠올린다. 다니엘에 빙의해서 상황을 보다 보면, 미처 보지 못했던 나만의 핑계를 한 두 개 캐치한다. 그러면 '그래 못할 것도 없겠지' 하고 깨달으며 다시금 실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그래서 다니엘은 요즘 뭐 하느냐고? 졸업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직접 벤처 캐피탈 회사를 차려 스스로를 파트너이자 사장님으로 만들었다. 그는 자신처럼 마이너리티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가가 되어 오늘도 원하는 길로 열심히 걸어가고 있다. 한 때 같은 학교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사람이지만, 이제는 그가 귀한 시간을 내주어야만 겨우 만날 수 있는 업계의 최강자로 거듭났다. 그가 그렇게 잘 되는 이유를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다니엘의 벤처캐피탈 회사: visiblehands.v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