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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머핀 Jun 08. 2024

하찮은 일을 하자

나의 삶을 바꾼 태도 #10

요새 자꾸 생각하게 되는, 남다른 결과를 만들려면 해야 하는 두 가지 종류의 "액션"을 떠올려 본다.      


1. "고작 이거 해서 뭐 되겠어" 하는 것을 한다.

벌써 10년 전이긴 하지만 중국어 공부를 할 때였다. 중국어를 배워야 할 이유는 딱히 없었는데, 평생 영어만 알고 살긴 아쉬운 기분이 들어 왠지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중국어를 정말 1도 모르는 상태였다 - 학교 다닐 때 배운 기본적인 한문 정도만 겨우 읽는 게 다 인 것을! 완전한 백지상태에서 용기를 내어 HSK 4급을 준비하기로 했다. 대충 따져보니 HSK 4급이면 기본적으로 외워야 할 단어가 1200 단어 정도였다. 

1200 단어라니 세상에


시험이 12월이었고 그때가 6월이었으니 딱 6개월 만에 해보기로 결심했는데, 도무지 대책이 없었다. 심지어 당시 회사는 12시간 근무에 격주 주말 출근이었다. 몇 개월을 그냥 흘려보내고 나니 시험은 곧 코앞으로 다가왔고 외워야 할 단어는 아직도 산더미 같았다. 퇴근해서 한두 시간 더 공부하면 좋겠다 싶었지만 도저히 기운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단어를 퀴즈처럼 맞출 수 있는 앱을 핸드폰에 설치했다. 그리고는 그냥 점심시간에 5분만 보기로 했다. 지금도 비슷한 지는 잘 모르지만, 그때는 점심시간이면 한 시간 동안 사무실 불이 꺼지고, 직원들이 점심식사 후 낮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어둡고 나름 아늑한 그 시간에 앱으로 퀴즈를 맞추기로 했다. 그래봤자 아마 한두 단어 정도 더 외우는 정도였을 거다.  


신기한 것은 이렇게 잠깐잠깐 본 것들이 기억이 더 잘나고, 그렇게 더 느껴지는 나만의 기분일 수 있지만 그런 단어가 더 시험에 잘 나왔다. 하루 중 5분을 활용하다 보니 중국어 하나도 모르는 제로의 상태로 6개월 만에 HSK4급을 땄다! (지금은 거의 다 까먹어서 아쉽… 역시 반복이 중요함)      


2.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하는 것도 한다.

7년 전 미국에 올 때 나는 '여기 남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거라는' 굉장히 불타는 의지를 가지고 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에너지와 열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취업은 당연히 만만치 않을 거라고 들었으니, 우선 남들이 추천하는 방법은 다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중에 가장 많이 들었던 방법이 "just talk to many people"이었다. 그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든, 학교 동문이든,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만나서 대화를 하라는 이야기였다. 대체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할지, 만난다고 나를 도와줄지, 같은 고민이 앞섰지만 연락처를 구할 수 있는 사람들 위주로 커피약속을 잡고 만나보기로 했다. 마침 매주 금요일에는 학교도 이런 '네트워킹'을 열심히 하라고 수업을 잡지 않는다. 그래서 금요일마다 뉴욕에 있는 사람들과 커피 약속을 세 개씩 잡았다. 기왕 할 거라면 전화로 말고 최대한 직접 만나는 게 좋다길래 필라델피아에서 뉴욕까지 두 시간 버스를 타고 약속장소로 갔다. 


가격도 좋고 깔끔한 볼트버스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좀 과하기도 했다. 당일치기로 왕복 4시간 버스를 타고 매주 가는 것이 피곤하기도 했고, 그렇게 해서 내가 직접적으로 얻은 직업과 면접기회는 사실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약속들은 그다음 날로 미뤄지면 급하게 제일 싼 에어비앤비를 아무거나 골라 잡아 금요일 밤에 자고 토요일에 돌아오기도 했다.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는 소리를 주변에서 많이 듣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 자신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때 만난 사람이나 들었던 이야기가 계속 새로운 기회로 연결되어 지금 자리를 잘 잡았다. 어느 날 다른 곳에서 면접을 보았는데, 거기에서 준 면접내용이 커피를 먹다가 들었던 내용이라던지, 알고 보니 직장 동료의 친구가 그때 만난 사람이었다던지. 바로 나에게 이득을 가져다준 건 아니지만, 남들과 비슷한 상황일 때 나를 조금은 차별화하는 작은 이점으로 연결되었다.  


결국은 매일 작은 씨앗을 심다 보면 어느새 그게 자라 나에게 돌아오는 것을 직접 겪으면서 알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남들은 안 하는 그 행동을 하면 결과가 달라진다. 오늘 하기 싫은 그 일이 잭팟이 되어 돌아올지 모르니 당장 하러 가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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