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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안 Sep 07. 2020

취업을 망치는 가장 확실한 방법

다른 취업 #09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나요?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나요?"

커피잔을 내려놓는 내 마음도 함께 바닥에 내려앉았다.


그의 고민은 계속해서 나의 귀를 뚫고 들어와 머릿속을 헤집는다.

좋아하는 일은 벌이가 시원찮고, 전망이 어두워 선택하기 꺼림칙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자신과 적성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10여 분간의 넋두리가 끝난 후 커피잔을 내려놓는 내 마음도 함께 바닥에 내려앉았다. 커피보다 쓴 씁쓸함이 입안을 감돌았다.


©pixabay


좋아하는 일을 해서는 돈을 벌 수 없고,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이 질문에 어떠한 답을 해야 할지 찾지 못하고 있었다.

차라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질문이라면 "모른다"라고 솔직하게 말하기라도 하련만...


세상에 좋아하지 않는데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궁금하다.

잘하지 못하는데 돈을 벌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엄습해오는 불안감은 세상을 단순하게 만들어 버린다.

단순한 세상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있다는 착각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 착각의 끝에서 세상을 이분법으로 나누면 나의 선택이 좀 더 수월해질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무작정 어디라도 가서 일을 하겠다는 생각도 위험하지만, 자신이 무슨 일을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전제를 만들어 버리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복잡한 세상은 복잡한 일들이 얽혀서 흘러간다.

좋아하는 일과 돈 버는 일을 뚜렷하게 나눌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


아무런 능력이 없어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단순한 일이라도 그 속에서는 능숙함으로 무장한 달인들이 있기 마련이다. 철밥통을 끼고 앉아 운 좋게 입사하면 평생 걱정 없이 월급을 받을 것 같은 일이라도 나름의 고충과 경쟁이 존재한다. 능력으로 진검승부를 벌이는 곳보다 정치와 권모술수가 판치는 세상이 더욱 험악하고 살벌하다.



©pixabay


커피가 바닥을 보일 때쯤 입을 열었다.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해. 먹고 살지도 못하는 일을 왜 해?"

뭔가 실망한 듯한 눈빛이었다. 당황스러움도 묻어났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서 꿈을 좇다 보면 부와 명성이 따라올 것이라는 동화 속 이야기를 기대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단호하게 먹고살 수 있는 일을 선택하라고 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업의 첫 번째 목적은 생존이다.

생존을 도외시할 만큼 절박하고 단호한 이들은 타인에게 선택의 조언 따위는 구하지 않는다.

어떻게 실행할지의 문제이지, 선택의 시간은 이미 지나갔기 때문이다.

생존을 책임지지 못하는 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할 때는 이미 마음이 섰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목숨을 건 것이다. 절명의 다짐을 받은 것이다.


고민을 하고 있다면 돈을 좇아라.

누군가 이 고민의 기로에서 꿈을 좇아 성공했더라도, 당신은 생존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 누군가의 행운이 당신에게 올 확률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불안함 속에서 꿈을 좇는다는 것은 내가 아는 가장 확실한 취업을 망치는 방법이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길 바란다.

돈을 좇아 들어온 길에서 마주한 업이 생각지도 못하게 자신과 잘 맞는 경우도 있다. 돈을 좇아 달리면서 삶의 여유가 생겨 조금 늦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도 있다. 돈을 좇으라는 말이 저속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꿈을 좇으라는 말 대신 돈을 좇으라는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 취업의 현실 그리고 이야기

2. 업의 현실 그리고 현실의 업

3. Crash!!!

4. 숨은 '갑'같은 '을'찾기

5. 자격증은 거들 뿐

6. 돌연변이 찾기

7. 기승전.. 직무

8. Back to Basic

9. 취업을 망치는 확실할 방법

10. 지금의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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