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자리

by 영영

늘 같은 시간이었다.

정류장 오른쪽 끝엔 너, 왼쪽 끝엔 나.

우린 언제나 한 칸을 비워두고 앉았다.

그 자리는 말이 없었다.

침묵의 자리에 머무는 무언가만 있었다.


볕은 숨 쉴 틈도 없이 쏟아졌고,

나는 오늘도 그 자리를 지켰다.

그늘 하나 없는 의자였지만

그 자리에 앉으면

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웠다.

너의 셔츠 소매는 축축이 젖어 있었고

나는 손에 쥔 물병을 입술에 가져갔다.

입구를 조심스레 닦고,

목을 적시는 척— 사실은

어디로도 흘러가지 못하는 마음을,

한 모금씩 넘겼다.


물은 시원했지만

식지 않는 것이 있었다.

물을 마시며

나는 너의 팔에 맺힌 땀방울을 보았다.

햇볕 아래서 반짝이는 그것은

마치 내 안의 감정처럼

말없이 차올라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너도 내가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다는 걸.


사랑은

말보다 오래 남는 숨결 같아서,

그늘 하나 없는 자리에도

너라면, 괜찮다고

나는, 그렇게 매일을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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