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어도 삼켜지지 않는

by 영영

체리 캔디를 입에 문다.

처음엔 그저 단맛일 뿐이었다. 무의미한 달콤함, 대체 가능한 맛, 편의점 계산대 옆 아무 데나 있는 사탕.

그런데 어느 날, 그게 너였다.

나는 모르고 삼켰고, 알고 나서도 씹었다.


혀끝에 닿는 순간, 기억은 발화된다.

첫 입맞춤. 네 입술에서 풍기던 알코올과 체리의 기묘한 겹침.

말없이 웃던 너의 입꼬리.

내가 알던 감정은 그 붉은 맛 안에 모두 녹아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다시 캔디를 문다.

사랑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천천히 굴린다.

혀의 온도를 이식해, 익숙한 체온처럼 만든다.

그 안에는 말 못 한 말들이 미세하게 진동한다.

왜 그날 넌 울지 않았는지, 왜 나는 붙잡지 않았는지,

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여름을 끝내버렸는지.


입 안에서 캔디는 점점 작아지지만, 그 안에 박혀 있던 감정은 점점 커진다.

나는 그것을 삼키지 못한다.

끝내 씹는다.


딸깍.

소리가 너무 크다.

조각난 캔디가 잇새를 찌른다.

우리가 부순 건 사랑이 아니라, 이해였다.

우리가 삼킨 건 서로가 아니라, 자존심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조각들이 잇몸에서 피처럼 번진다.

끈적이고, 뜨겁고, 끝내 씹히지 않는 무엇.


어느 날은 혀끝으로 부드럽게 굴리며 네 이름을 부르고,

어느 날은 어금니로 깨부수며 네 얼굴을 지운다.

어느 날은 그냥 입안에 넣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랬듯이.

너는 말을 하지 않았고, 나는 끝내 묻지 못했다.

사랑하냐는 그 말.


체리의 진짜 맛은, 다 녹은 후에 온다.

끝났다고 생각한 그 순간.

너는 다시 입안에 번진다.

말도 안 되게,

다 삼켜버렸는데도.


혀끝에 남은 단맛이 너무 길게 따라온다.

나는 다 씹었다고 생각했다.

다 토해낸 줄 알았다.


그런데 너는,

여전히 입 안 어딘가—혀와 잇몸의 틈, 살짝 헐어 있는 구석, 말도 삼키는 그 어둔 곳—거기 붙어 있다.


이해도 못하고, 삼키지도 못하고,

그래서 나는 또다시 체리 캔디를 문다.

붉고, 질고,

뱉지도 못하고,

되돌릴 수 없는 것을 천천히—아주 천천히—

입 안에서 되새긴다.


그게 사랑인지, 나의 피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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