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by 영영

불행은 누구도 마주보지 않는다.

벽을 보고도 등을 돌린다. 그림자조차 눈을 피한다. 나는 언제나 나를 가둔다.

손끝이 위험하다.

손끝에 감긴 감정의 실밥, 그게 닿기만 해도 다 무너진다.


그래서 손목에 끈을 맨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나를 잊기 위해 나를 묶는다. 누구의 온기도 닿지 않게. 끈은 점점 엉겨붙고, 살결과 뒤섞인다.

사람들은 그 끈을 보고 묻지 않는다. 그저 피해 간다. 어떤 사람은 미소를 잃고, 어떤 사람은 눈을 감는다.

나는 그런 시선들에 익숙하다. 감정을 삼키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길을 걷는다. 오늘도, 아무 일도 없이.


그러다, 아이를 만났다.


작은 발. 너무 작아서 부러질 것만 같은.

눈을 떴는데 빛이 났다. 정말로. 말 그대로, 빛이 났다. 눈이 부셔 나는 고개를 돌렸다.

아이의 손끝이 내 쪽으로 향했다. 나는 뒤로 물러섰다. 너무 급하게.

그러자 아이는 울었다.

빛이 흔들렸다.

나는 그 순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잊은 채, 손끝을 내밀 뻔했다.


손끝.

그 순간, 나는 손목의 끈을 당겼다.

살이 파고들 만큼 세게.

아이를 위해서였을까, 나를 위해서였을까.

끈은 나를 지켜주었고, 동시에 나를 버렸다.


아이와 나는 자주 마주쳤다.

나는 일부러 눈을 피했다. 아이는 일부러 내 쪽으로 걸어왔다.

다른 가족들이 손을 맞잡고 웃는 모습을 보며, 아이는 입을 꾹 다물고 나를 바라봤다.

그 작은 눈동자에 들어 있는 질문, 왜 나는 안 돼요?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끈을 감았다. 더 세게. 더 조용히. 더 많은 날들 동안.


아이에게서는 계속 빛이 났다.

가끔은 어두운 곳에서도, 아이는 환했다.

그 빛은 나를 찌르지 않았다.

오히려, 스며들었다. 묘하게 따뜻했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그 끈을, 풀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희망은 아름답고, 나는 망가진다.

희망을 안으면, 나는 부서진다.

나는 불행이고, 불행은 닿아선 안 된다.

그건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잔인하다.

가장 맑은 빛을 가장 먼저 노린다.

아이에게 위험이 다가왔을 때, 나는 끈을 망설임 없이 잘랐다.


그 순간, 나의 몸속 어딘가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그건 울음이었고, 비명이었고, 동시에 자유였다.


나는 아이를 지켰다.

나는 그 누구도 지킨 적 없었는데, 아이는 예외였다.


몸이 부서질 것처럼 무거웠다.

나는 쓰러졌다. 그림자 속으로. 잠들었다.


처음으로, 아무도 아닌 존재가 되었다.

그때, 무언가 따뜻한 것이 내 품으로 들어왔다.


아이였다.

희망이, 나를 안았다.


나는 잠들었고, 꿈을 꾸었다.

눈부신 꿈이었다.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부르는 꿈이었다.

불행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나는, 조금 울었다.


그날 이후, 아이의 빛은 더 따뜻해졌다.

나는 끝내, 끈을 다시 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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