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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들리 Wadley Feb 09. 2024

How's it going?

아하 우리 처음 봤는데

오늘 아침의 일이다. 아이들 내려주고 도착하는 8시 30분의 헬스장에는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들이 많이 계신다. 어느 영화의 장면처럼 어제가 반복되는 듯한 그들의 인사는


Good morning 좋은 아침

[굿 모닝]

Hi mate 안녕 친구

[하이 메잇]

How are you? 오늘 어때?

[하우 아 유]

How's it going? 오늘 어때?

[하우즈 잇 고잉]


그렇게 할아버지들은 손을 흔들고 들어오시며 오랜 친구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줄줄줄 이어지는

크리켓(cricket/ 이들은 정말 크리켓을 좋아한다. 우리나라에서 어제 축구 봤어? 하듯) 건강 경제 정치, 아니 운동 안 하시고 다들 자전거와 기구에 모여서 이야기만 주욱 하신다. 한국이나 호주나 할아버지들은 비슷.


워낙 그들의 끈끈함에 우리가 아니 내가 낄 자리는 없어 보인다. 나와 좀 젊다 싶은 이들은 이어폰이고 헤드폰이고 끼고 팔과 다리의 근육을 키우느라 바쁨. 그러니 세대 간의 인사와 대화가 없어 보이는 것도 한국이나 호주나 마찬가지. 그런데 러닝 머신(호주에선 트레드밀 Treadmill) 옆자리로 오신 한 분이 인사를 건네셨다.


Good morning 좋은 아침

[굿 모닝]

Good morning 좋은 아침

[굿 모닝]


요기까지는 가볍게 웃으며 인사 그런데


How's it going? 오늘 어때?

[하우즈 잇 고잉]

Ah,,,,  아하.. 씨익 ^---^


정답은 Good, how are you? [굿, 하우 아 유] 하고 가볍게 넘기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갑자기 아하 하고 웃음으로 넘겨버린 나. 후로 러닝 머신은 후회를 한다 후회를 한다 후회를 한다가 되어 버린다. 늦게서야 갑자기 다시 하우아유 수도 고.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주고받은 뒤

좋은 아침이죠?  /  좋아요, 당신은요?


요 정도는 좀 더 친절하게 답하고 물었어야 하는데. 예상하지 못한 '하우 아 유'에 이렇게 대답을 못할 일인가. 나름 ENFP 너벌너벌 잘 다니는 나인데도 아직도 How are you? 에는 대답+상대방에게도 질문해 주기가 어색한 것이다. 그래서 아마 나는


Hi!  Hello!  

[하이 헬로우]

Good morning!

[굿모닝]


을 주로 쓰는 것 같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오늘 기분 어때? 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그것도 도대체 모닝과 애프터눈과 이브닝과 나잇은 몇 시더라-부터 떠올라서 그냥 어른이면 헬로우 어려 보이면 하이 하면서 산다. 가볍게 안녕하고 가볍게 안녕하는 것이 좋다 하면서. 그런데 이 할아버지만이 아니다.


동네 산책로에서 마주친 사람도, 버스 옆자리의 사람도, 무엇보다 가게 점원이 How are you 하우 아 유? 또는 하우즈 잇 고잉? 을 할 때 가장 어색했다. 그냥 계산하러 간 건데 뭐지? 하지 말고 우리식으로 어서 오세요- 좋은 하루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바코드를 찍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식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서 오세요. 고객님 오늘 어떠세요, 잘 지내셨어요-

물으면

네-

하고 끝날 것 같은


그렇다 우리가 안 친절한 게 아니라 그렇게 인사를 건네고 주고받고 웃고 하는 식의 유쾌함과 활발함이 부족한 것이다. 말에 대해 수많은 속담과 격언을 갖고 있는 나라 아니겠는가? 말조심, 다소곳하며, 예의를 갖추는 데에 있어선 안부를 주고받는 인사들은 처음에 어색하기 짝이 없다. 나한테 왜 친한 척?이랄까.


더불어 계산대나 카운터에서 뭔가 내가 인사말을 하면서 시간을 걸리게 하면 미안할 것 같다는 우리나라 특유의 배려하는 마음, 피해 안 주려는 마음들이 있어서라고 본다. 우리는 그렇게 조심스럽지만 친절하고 정다운 사람들. 외국에 나왔을 땐 조금 더 오픈 마인드의 자세로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 인사를 건넬 수 있다.


마트의 여직원이 오늘도 Hi, How are you? [하이 하우 아 유]를 말한다. 그 특유의 밝고 즐거운 인사가 오래 남아서 우리 가족은 '하이하와유언니'라고 부른다. 처음엔 하이-만 대답하던 우리도 굿, 하우와유? 와 같은 대답과 인사 건네기를 한다. 머릿속에서 처음 만난 사이에 안부를 묻다니-를 버려야 한다.


How are you? 는 안녕-과 같은 편안한 말로

[하우 아 유]

How's it going?은 안녕- 어찌 돼 가니와 같은 의미일랑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우 아 유 다른 버전

[하우즈 잇 고잉] (How are you doing? 이것도 비슷. 좀 더 친할 때 잘 지내는감? 느낌. 잘 지내?)


G' day! 도 안녕- 호주식 인사. 

[그 데이] Good day를 줄인. 보통 남자들이 많이 쓰는 듯


mate! 은 친구야-이지만 아니어도 지나가다

[메잇] 여보게- 식으로 씀

 

다시 동네 산책로, 사람이 온다. 사실 호주도 내가 알던 때랑은 강산이 많이 변해서 그때처럼 언제나 누구나 다 인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입술을 풀고 미소를 장착한다. 십중팔구라는 말처럼 헤드폰 꽂은 젊은이 말고는 인사를 건네고 인사를 받는다. 가장 기본은 "굿 모닝!" "하우아유" 했다면 "굿 하우아유-"라고 다시 웃으며 지나가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머릿속에 위에 나온 수많은 종류의 인사말들이 매번 휙휙 지나가 뭐 말하지-를 생각하게 된다는 것. 그냥 헬로우-가 역시 젤 만만하다. 그렇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점원에게, 갑자기 인사를 건네면 그들은 나를 다시 한번 쳐다볼 텐데. 에잇 그래도 어떤 인사든 용기를 내자.


오늘 한인마트 계산대에서 카드 찍으며 용기 내 한 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처럼 말이다.  / 여러분도 모두 복 가득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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