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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들리 Wadley May 08. 2024

어른들만 아는 어버이날

가족 단톡방에 오늘 아침 인사를 올렸다. 1시간 빠른 지구 반대편에서 엄마 아빠 어머님 이모님 나의 어버이들께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를 바라며, 재빨리 용돈도 송금하면서 말이다. 한국이든 호주든 정신없는 딸 또는 머쓱한 딸이지만 그래도 어젯밤 잊지 않게 적어두길 잘했어-하면서.


꽃 사 오지 마라-해도 작든 크든 화분이든 사서 갔을 것이다 내가 한국이라면. 두툼하진 못해도 봉투랑 짧게 메모라도 적어서 이럴 때 사랑합니다! 하트도 그려서 말이다. 그러면 또 나의 어버이들께서는 어버이날인데도 우리 뭐 해줄까 생각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시곤 하셨을 거다. 나는 앉아서 잘도 먹고 쉬면서.


내가 큰 아이만 했을 때, 여중생 그때가 오늘 많이 생각났다.


어른인 줄 알았다. 


너와 나를 알고 

커버린 눈으로 성큼 걸어서 

멀리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 안다고 믿었다.


낮밤으로 깊숙한 고민도 하고 

꽁꽁 숨기고픈 실수도 하고

잘하고 있다고 내 자신을 굳게 믿었다. 열네다섯 살이 뭐라고 그랬다.


그리고 엄마가 있다.


아빠는 혼내실 때까지도 나를 그토록 믿어주셔서, 혼내시면서도 입으로 내가 하는 말을 가만히 하시며 마음을 안심시켜 주셨다. 그러셨다. 아빠는 거대한 지원군이었고 그래서 난 아빠를 따랐다. 그렇게 크고 단단했다.


엄마는, 늘 다 받아주는 사람이었다. 내 방을 치워줘도 내 밥을 차려줘도 안 먹는다고 짜증을 내도 건드리지 말라고 문을 쾅 닫아도 그냥 다 받아줬다. 그러면 나는 또 서슴지 않고 엄마를 무시하고 함부로 했다. 나빴다.


그 벌을 내가 다 받고 있다.


나도 안 다고, 됐다고, 알아서 한다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 번만 말하라고, 문 쾅


딸이 비수처럼 꽂은 말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엄마에게 던진 돌들이었다. 엄마는 그 무거운 말들을 다 이고 어떻게 지내왔을까. 엄마는 나 때문에 돌아서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을까. 나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난 훌쩍훌쩍 잘도 울고서는 또 금세 괜찮은 걸 보면 내가 확실히 한 수 아니 백 수 아래다. 화살이든 돌덩이든 그러므로 더 맞아야 한다.     


그렇다 사실 그렇게 할머니 할아버지 뵈러 갈 때 편지도 인사도 아무것도 안 하고 옆에 있는 우리집 애들을 고발하고자 하는 글이었다. 요 녀석들이 단톡방 보고도 아무 반응도 없고,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챙겨줘도 어버이날 인사도 없네. 호주에선 이번 주말이 어머니의 날(아버지의 날은 2학기)이라고 온 동네방네 학교에선 초대하고 난리인데 둘 다 "제발, 오지 마" 란다. 자기들은 그렇게 안 사주고 안 챙겨준다고 난리더니 이렇게 이기적일 수가 있나. 괘씸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고발하겠다 하다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의 이 고발장은 '내 탓이오 반성문'으로 변모되고 있다. 여전히 부족한 내가 부모님의 마음을 마흔 줄에야 깨닫고 있으니 저 녀석들이 알기를 기다리려면 무려 30여 년이 필요하다.  




* 호주의 어머니의 날 Mother's Day는 5월 둘째 주 일요일이며 올해는 5월 12일이다.

서운해 말자 아버지의 날도 있다. Father's Day는 9월 첫째 주 일요일이며,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한 Grandparents' Day는 10월 27일이다.(10월 마지막 일요일) 이번주에는 각 학교에서 아침에 엄마 초대 행사를 열고 작년 아버지의 날과 조부모님 날 즈음에도 각각 아빠들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초대하여 크고 작은 행사를 했었다. 더불어 쇼핑몰은 이스터 이후 모두 마더스 데이-로 온통 물들어 있다. 아빠들이 좋아하는 버닝스가 엄마에게 이번 기회에 공구를 선물하라는 홍보 메일은 기발함을 넘어 박수를 보내고프다.


참고로 호주에서는 엄마가 Mom이 아닌 Mum이다. 찰스왕도 엘리자베스 여왕을 Mummy라고 불렀다고 하는 걸 보면 호주나 영국권은 MUM으로, 그러나 Mom으로 써도 안다. 다만 맘이 아니고 멈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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