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우연의 시작

by 하늘꽃

2016. 1. 29.(금) pm 3:47

그 무엇에도 치우치지 않고, 그 무엇의 간섭도 받지 않으며 조용히 타인들 속에 혼자가 되어 일하는 이 순간이 참 마음 편하다.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모든 것들...

오롯이 ‘나’인 상태.

집중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일할 수 있는 이 공간에서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한다.

조금씩 자리를 잡고,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것...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겠지.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겠지만. 그때까지 매 순간을 즐기며.

‘나’에게 집중하며 살고 싶다.


“희로 너! 또 장난친다! 나 지금 엄마 글 읽잖아. 독서! 집중하게 놔둬.”

“저도 알지요. 승혜 님의 독서를 최적화시켜 준 거잖아요. 어머님의 글 속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 드린 것뿐이에요. 충분히 느껴보시라고요. 저 순간의 저 상태를요! 다른 건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요.”

히로의 말에 멋쩍어진 승혜는 삐죽 입술을 모으더니 이내 엄마의 민들레 수첩으로 시선을 돌린다. 아! 카페구나... 희로가 승혜 주변으로 펼쳐 놓은 카페 공간을 차근차근 둘러본다. 2010년대의 카페 모습... 그래. 이랬던 것 같다. 어릴 적 엄마 따라 종종 갔던 카페들의 기억이 스쳐간다. 맛있는 거 먹는다고 늘 따라다녔던 그곳! 엄마는 항상 글을 쓰고 계셨다. 나는 그 옆에서 달콤한 간식에 음료 먹으며 어느 날은 색칠 놀이, 어느 날은 작은 블록 조립, 어느 날은 휴대폰 게임이나 그림 그리기를 즐기곤 했다.


가만히 눈을 감아 본다. 시끌시끌. 주변이 시끄럽지만 기분 나쁘지 않다. 듣기 좋게 흘러나오는 팝송과 은근히 어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 꽤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러게. 신경 쓰이지 않네? 처음에만 무슨 이야기를 할까 귀가 향하지만, 이내 자연스러운 배경음악이 되어 버리는 게 신기하다. 자연스레 눈을 뜬다. 그렇게 가만히 있는다. 승혜의 시선은 노트를 향해 있지만 눈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니다. 그녀만의 세계로 점점 빠져 들어가고 있다. 오롯이 그녀만의 상태로...


글을... 써 볼까? 나도... 쓸 수 있을까...? 한 시간이 훌쩍 지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승혜는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툭 하고 뱉는다. 그냥. 지금 이 흩어져있는 생각들을 써 보자. 엄마처럼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되기 위함이 아닌, 누구를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닌, 그냥 나의 이야기를 적어보는 거야. 나의 순간들을 끄적여보지 뭐. 뭐부터 쓸까...? 그때 승혜의 눈에 초점이 맞춰지더니 엄마의 수첩이 모습을 갖춰 이내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 있네~ 딱 좋은 자리! 딱 좋은 내용. 그렇게 승혜는 엄마의 수첩의 왼쪽 공간에 적기 시작한다. 수첩 속 글들이 일관되게 오른편에만 적혀있는 건 우연일까? 왼손잡이 승혜가 채우기 시작한 수첩의 비어 있던 왼쪽 페이지와 현실인 듯 현실 아닌 공간의 카페 테이블에 엄마가 쓰던 펜이 올려져 있는 것 또한 그저 우연인 것일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승혜는 저만치 가고 있다.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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