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곤 실레
가을로 귀화한다
지난가을 눈여겨 바라보지 못했던 국화를
오늘 여기서 발견한다.
검은 바탕에 하얀 국화잎들은
슬픈 듯 눈물처럼 흘러내린다.
마지막 가는 길에 국화는
눈물처럼
무심히
영정 앞에 놓인다.
국화를 바라보니 179 영령이 떠오른다.
풍성한 꽃장식 속에 자리한 영정은
건강했던 삶의 한 자락 만을 보여준다.
가신이의 육체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여도 꽃들은 활짝 피어 화려했던
시절들을 위로해 준다.
부디 가시는 길
아쉬운 맘에
돌아보지 마시고
국화향처럼 산이의
호흡으로 머물다
가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