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황(1964)
청계천의 밤, 삶을 견디는 빛
한참을…
그림 앞에 머물렀다.
두 손 모아,
한 그릇의 양식을 겸허히 받아 든 저 손.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청계천 판자촌,
그 한가운데
호롱불을 밝힌 널판지 위에
작은 아이 하나가 앉아 있다.
배고픈 아이를 위해
한 그릇뿐인 양식을 덥혀 내미는 손끝엔
기도처럼,
신앙의 의식 같은 경건함이 서려 있다.
가난은 그들의 몸을 휘감았지만,
그 마음만큼은 한없이 따뜻했다.
겪어보지 못한 전쟁의 고난,
피난의 시간들.
우리가 어찌,
그 무게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까.
하지만 이 그림 앞에 서면,
그 고통의 숨결이 공기처럼 스며들어
가슴을 조용히 적신다.
짙은 녹청색으로 덮인 거리 위,
희미한 호롱불 하나가
어둠을 밀어내며
삶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빛은,
희망의 마지막 불씨이자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온기였다.
삶의 순간순간이
어찌 이토록 애달프고,
또 찬란한가.
보는 내내 가슴이 시린 것은,
내 안에도 우리의 역사가
여전히 흐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