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전쟁의 낙오자

전화황(1964)

by 청일

청계천의 밤, 삶을 견디는 빛


한참을…

그림 앞에 머물렀다.


두 손 모아,

한 그릇의 양식을 겸허히 받아 든 저 손.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청계천 판자촌,

그 한가운데

호롱불을 밝힌 널판지 위에

작은 아이 하나가 앉아 있다.


배고픈 아이를 위해

한 그릇뿐인 양식을 덥혀 내미는 손끝엔

기도처럼,

신앙의 의식 같은 경건함이 서려 있다.


가난은 그들의 몸을 휘감았지만,

그 마음만큼은 한없이 따뜻했다.


겪어보지 못한 전쟁의 고난,

피난의 시간들.

우리가 어찌,

그 무게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까.


하지만 이 그림 앞에 서면,

그 고통의 숨결이 공기처럼 스며들어

가슴을 조용히 적신다.


짙은 녹청색으로 덮인 거리 위,

희미한 호롱불 하나가

어둠을 밀어내며

삶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빛은,

희망의 마지막 불씨이자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온기였다.


삶의 순간순간이

어찌 이토록 애달프고,

또 찬란한가.


보는 내내 가슴이 시린 것은,

내 안에도 우리의 역사가

여전히 흐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