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이 흘려보내기

조미화

by 청일


1. 작가 소개


조미화는 점과 반복을 주요 조형 요소로 사용하는 회화 작가이다.

반복적인 행위와 축적의 과정을 통해 화면의 구조와 리듬을 형성하며,

부분과 전체의 관계, 밀도와 공간의 변화를 탐구한다.

그의 작업은 제한된 조형 요소를 바탕으로 시각적 깊이와 화면의 균형을 구축하는 데에 초점을 둔다.


2. 작품 설명


이 작품은 반복된 점들의 집적으로 구성된 추상 회화이다.

점들은 화면 전반에 고르게 분포되면서도 밀도의 차이를 만들어내며, 그 축적을 통해 선과 면의 구조를 형성한다.

중심과 주변을 오가는 시선의 흐름 속에서 점들은 수렴과 확산의 움직임을 동시에 암시한다.

정적인 평면 안에 시각적 리듬과 깊이를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3. 나의 감상


매직아이처럼

이 그림은 오래 바라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눈으로 보는 동안 시선은 어느 한 지점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중심으로 스며들었다가

다시 바깥으로 퍼져 나간다.


안으로 모여드는 것인지

안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인지

그 방향은 끝내 규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그림은

눈이 아니라 심상의 눈으로 보게 된다.


점들은 빼곡히 쌓여 선이 되고

선은 다시 모여 면이 된다.

정지된 화면임에도

이 안에는 느린 진동이 있다.

마치 시간의 입자들이

서로를 밀고 당기며

아주 천천히 숨 쉬는 것처럼.


가장자리에 머문 작은 점들조차

결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하나도 떨어져 있는 섬이 아니다.

이어지고, 닿고, 다시 이어지며

마침내 하나의 흐름이 된다.


이 그림 속에는

중심도 주변도 없다.

모든 점이 동등하게

전체의 떨림 안에 참여한다.


시간도 그러하다.

1초와 1초 사이의 간극은

구분되지 않는 시점을 지나

이미 하나의 초가 되어 있고,

1분과 1분,

하루와 하루,

일 년과 일 년 또한

경계 없이 이어진다.


우리는 끊어져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하나의 유기체 같은

시간의 우주 속을

유영하며 살아간다.

공간은 시간 안에서만 존재하고

삶 역시

시간의 품 안에서만 숨을 쉰다.


모든 시간이

나의 시간이 될 수 없음을 알기에

지금 이 순간은

더없이 귀해진다.

시간은 영속성을 품고 흐르지만

나의 시간은

이미 정해진 끝을 향해

조용히 이동하는

존재의 시간이다.


그래서 이 그림은

폭발의 장면이라기보다

오래 참고, 오래 쌓인

시간의 단면처럼 보인다.

찰나 같은 점들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삶을 이루듯이.


이 화면 앞에

오래 서 있는 이유는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니

나를 사랑하는 일에

함께 살아가는 일에

나는 정성을 다하려 한다.


가볍게 흘려보내되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이미 흐름 안에 있는

존재로서.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