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조
1. 작가 소개
백윤조는 현대 도시의 일상과 인간의 존재 방식을 회화적으로 탐구하는 작가다.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특정한 서사를 갖기보다,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가는 익명의 존재들에 가깝다. 얼굴은 종종 단순화되거나 지워지고, 자세와 색채만이 남는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을 강조하기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상태’로서의 인간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백윤조의 회화는 과장되지 않은 색면과 절제된 형태를 통해, 현대인의 삶이 지닌 가벼움과 동시에 그 안에 숨은 무게를 함께 보여준다. 빠르게 이동하는 도시의 리듬 속에서도, 그는 멈춰 선 한 순간을 포착해 관람자로 하여금 삶의 태도와 방향을 되묻게 한다.
2. 작품 설명
Free Riders는 밝은 노란색 화면 위를 가로지르는 한 인물의 모습을 담고 있다.
강아지를 안고 걷는 여인은 어디론가 향하고 있지만, 그 목적지는 명확하지 않다. 작품 속 인물은 특정한 장소나 사건에 속하지 않은 채, 이동 그 자체의 상태로 존재한다.
제목인 ‘Free Riders’는 단순히 자유롭게 이동하는 존재를 의미하지 않는다. 자유롭게 보이는 발걸음 이면에는 책임과 의존의 관계가 함께 놓여 있다. 여인이 품에 안은 강아지는 스스로의 생존을 온전히 맡긴 존재이며, 인물의 움직임은 곧 보호와 돌봄을 동반한 행위가 된다.
강렬한 노란 배경은 일상의 배경을 지운 채, 인물과 행위만을 전면에 드러낸다. 이는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평범한 장면이 실은 삶의 본질적인 관계—의존, 책임, 공존—를 품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 작품은 자유란 가벼움만으로 성립하지 않으며, 누군가를 품고 걷는 순간에도 자유는 다른 형태로 존재할 수 있음을 조용히 말한다.
3. 나의 감상
행복을 감정으로만 이해할 때, 우리는 늘 결핍 속에 머문다.
행복을 하나의 사건으로 기대하는 순간,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평범한 시간은
의미 없는 공백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삶은 대부분 평범하고,
그 평범함을 감각하는 능력 자체가
행복의 조건이 된다.
소소함이 주는 일상의 행복을 알아차릴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을 경험한다.
극적인 기쁨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은 인생 여정의 짧은 장면일 뿐이다.
삶은 대체로 반복되는 일상으로 이루어지고,
행복은 그 반복 속에서 발견될 때
비로소 삶의 일부가 된다.
행복이라는 단어에 기대치를 높이 둘수록
행복은 늘 저 멀리 물러선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 한 점,
하늘에 걸린 구름 한 조각,
계절이 바뀌는 미묘한 기척 속에도
행복은 이미 존재한다.
결국 문제는 세상이 아니라,
그 순간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다.
강아지를 안고 걷는 여인의 발걸음은 유난히 활기차다.
아이가 부모에게 삶의 대부분을 의존하듯,
강아지 역시 자신의 세계를
온전히 보호자에게 맡긴다.
말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선택할 수 없다는 존재 조건이다.
백 퍼센트의 의존 앞에서
나는 그 존재의 ‘엄마’가 된다.
돌봄은 감정이 아니라 생명의 유지다.
물그릇이 비어 있는 줄도 모른 채
지나칠 때가 있다.
그때 강아지는,
내가 다시 돌아와 채워주기 전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관심과 배려가 사라지는 순간,
생명은 곧바로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돌봄은 늘 더 세심해야 한다.
강아지를 안고 걷는 저 모습이
행복해 보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온전히 의지하는 두 생명의 보호자로서
함께 걷는 시간은
책임과 공존이 포개지는 공감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오늘,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태도는
그 자체로 위대하다.
지금의 행복이
내일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을 온전히 살아내는 사람의 모습은
어떤 약속보다도 확실하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