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암 촘스키의 대담집 「촘스키,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말하다」를 읽고
2024년 11월 6일, 전세계에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집니다. 바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 후보 카밀라 해리스를 꺾고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소식입니다. 트럼프는 이미 이전에 제45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돼 전세계를 놀라게 한 전적이 있는데요, 그런 트럼프가 또 다시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일이 일어났고,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충격과 공포를 느꼈습니다, 트럼프와 그가 이끄는 트럼프 사단의 막말들과 행동들을 떠올려보면 전세계인이 느끼는 두려움도 이해가 갑니다.
「촘스키,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말하다」는 트럼프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나온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와 미국의 진보 매체 <트루스 아웃(Truth-out)> 소속 언론인 C.J. 폴리크로니우가 2013년 후반부터 2017년 초까지 진행한 대담의 내용을 편집해 출간한 대담집입니다. 행동하는 지식인의 대표주자로 알려진 노암 촘스키는 그 동안 여러 사안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는데, 최근에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그런지 재당선된 트럼프에 대해선 별 논평을 남기시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신으로 예전에 출간된 이 대담집을 읽으면서 트럼프 시대에 대한 노학자의 통찰을 엿볼려고 했습니다.
대담집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주로 국제정세에 대한 촘스키의 분석이 담겨있는데요, 당시 한창 기승을 부리던 ISIS와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부터 시작해 지금와서 보면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NATO와 러시아 간의 갈등, 터키 정부가 자행하는 쿠르드족 탄압, 미국의 대외개입에 대한 비판 등 당시 국제정세에 대한 촘스키의 분석과 비판이 담겨있습니다. 2부는 트럼프가 당선된 이유와 불평등한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이 진행되는데 이를 통해 미국 사회가 앓고 있는 폐혜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노동계급의 몰락, 실패한 오바마 정부의 개혁, 미국 건강보험 시스템의 문제점, 급속도로 증가한 계급간의 불평등까지, 미국 시민들이 왜 트럼프를 지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마지막 3부는 아나키즘과 사회주의, 그리고 언어학에 대한 논의를 통해 그럼에도 왜 희망을 가지는 태도가 중요한지 강조하는 촘스키의 당부로 끝이 납니다.
책에서 나온 당시 1기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면면을 살피면 하나같이 가관인데요, 이슬람 혐오주의자인 국가 안보 보좌관 마이클 플린, 진화론을 부정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인 교육부 장관 베시 디보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인수위원회 기후환경 분야 정책 담당 마이런 에벨 등... 대충 훑어봐도 면면들이 화려합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이런 인물들조차 대부분 트럼프를 비난하며 반트럼프로 돌아섰고 2기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전부 트럼프에 충성하는 예스맨들로 채워졌다는 겁니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지 3개월쯤 밖에 안 됐는데, 벌써부터 세계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빗발치는 걸 보면, 앞으로도 골치 아픈 일이 잔뜩 벌어지리란 예상에 벌써부터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라는 촘스키의 메세지를 받으면서 위안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핵전쟁의 위협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인해 인류 멸망에 대한 위기가 점점 커지는 시점에서 촘스키의 논평들은 우리가 앞으로의 시대를 어떻게 파악하고 변화해 나갈지 도움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