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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도원의 빛나는 복숭아
Apr 26. 2024
변두리도시 초등교사의 하루
운다.. 또 운다..
그가 운다.. 소리 없는 눈물이 봄비마냥 내 마음을 적신다.
눈물 흘리게 한 이에게 한마디 불평도 안하고 그저 어깨를 미세하게 들썩이며 눈물만 똑똑 떨어뜨린다.
조랭이떡국 맛에 취해 숟가락을 쪽쪽 빨아대던 아이들의 눈길이 일제히 나에게 쏟아진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말에 그는 알 필요없다는 듯 그저 고개를 젓기만한다.
그의 옆에 앉은 강이가 씩씩대며 말한다.
"아니 제가 국물을 흘렸는데 얘가 문질러서 제가 휴지 낭비라고 한마디 했더니 지혼자 저러는 거예요"
그러고는 이제 강이가 운다.
자기가 뭐라하곤 친구가 우는 모습에 자기가 상처받아 서럽게 운다.
어깨를 들썩이며 콧물을 훌쩍이는데 끈적한 콧물이 비누방울마냥 그의 코에서 공이 되었다 쪼그라들었다 반복한다. 이 와중에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사진을 찍고 싶어지는 나는 '참교사에 가까운가 거짓교사에 가까운가?' 잠시 번뇌하는데 아이들은 아무래도 더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지 얼굴을 찡그린다.
콧물을 닦자는 내 말에 "나땜에! 나땜에! 휴지가 낭비되었어!"라고 자책하며 또 우는 강이.
이제는 귀여움의 단계가 아니다.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산하나를 태우고도 불길을 못잡는 산불처럼.. 이 난리가 더 커지기 전에 진정시켜야 한다. 빨리 달래야한다. 무슨일이 있더라도 아이들의 급식시간을 사수해줘야지..
몸을 일으켜 급히 아이들의 자리를 바꾸어 준 후 강이와 그의 사이에 내가 앉는다.
오른쪽에 앉은 그에게 귓속말한다.
"강이가 너를 지적한 말이지만 우는 네 모습에 놀라 강이도 상처받아 저러는 거야"
그는 "저도 알고 있어요"하곤 눈물을 닦고 밥을 한술 뜬다.
왼쪽에 앉은 강이에게 귓속말을 한다.
"얘가 우는 건 너에게 섭섭해서라기 보다 마음이 속상해서 그런거야."
그리고는 재빨리 화제를 돌린다.
"친구들은 두부쑥갓무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강이는 밥에 쓱쓱 잘 비벼먹네~"
음식물을 남기는 것을 죄악으로 여기는 강이가 그 말을 듣더니 두부쑥갓무침에 비빈 밥을 한 술 뜬다.
이제야 나에게도 먹을 자격이 생겼다.
숟가락을 들어 조랭이떡국에서 소고기 조각을 몇 개 찾아 모은뒤 꼭꼭 씹어먹는다.
'실제에 비해 덩치가 커보이는 오버핏의 화사한 보라색 셔츠를 입고 오길 잘했네.. 서로의 시야가 가려서 곧 이 사태가 진정되겠군..'
나의 예상대로 5분 후 둘은 웃으며 조잘댄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요. 말은 해야 맛인데.. 떠오르는 모든 말을 거르고 걸러 해야하니 오늘은 좀 힘들다..
금요일이라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