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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날 (下)

금지된 욕망의 값은 얼마일까?

by 도시 나무꾼 안톤

'금단의 열매'(forbidden fruit)라 하면 성경의 '선악과'(善惡果)를 주로 떠올린다.

창세기에 나오는 선악과를 우리는 '사과'로 알고 있지만 구약의 히브리어 원문에는 어떤 과일인지 전혀 나와있지 않다. 단지 '열매'를 뜻하는 '페리(פֶּ֫רִי)'라고만 나온다. 라틴어인 Vulgata 성경에도 "ligno scientiae boni et mali"라고 나오는데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일 뿐, 어떤 나무의 열매인지 단서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사과"라고 믿게 되었을까?


가장 유력한 설은 불가타 성경의 "boni et mali"가 선과 악(good and evil)으로 라틴어 mali는 악(malus)의 복수형이다. (라틴어에서 -us로 끝나는 단어의 복수형은 -i로 바뀐다. boni도 '좋다'는 형용사 bonus의 복수형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너스' 맞다) 그런데 '사과'를 말하는 라틴어가 'mālus'로 악(malus)과 거의 같아 사과로 생각하기 시작했고, 또 중세와 르네상스 화가들이 사과로 그리면서 "선악과=사과"가 굳혀졌다는 설이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인류사에 사과는 큼지막하게 3번 등장한다. 성경의 선악과가 첫 번째고 뉴톤(Newton) 앞에서 떨어졌던 사과가 두 번째며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먹다 남은 사과를 등장시킨 것이 세 번째다. 나름 존재감 큰 궤적을 그려주는 과일이다.

성경에서는 알다시피 뱀의 유혹에 넘어간 이브가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고 아담과 같이 선악과를 먹는다. 그러자 그들은 "눈이 열려" 서로가 알몸인 것을 알았고 하느님은 벌로 '여성에게는 영원한 임신의 고통을, 남성에게는 영원한 노동의 고통'을 내린다.


로마 교황청, 시스틴(Sistine) 성당의 천장화. 1509, Michelangelo Buonarroti


후에 기독교에서는 '신학계의 플라톤'이라 불리는 아우구스티누스 (Aurelius Augustinus, 354-430)가 "모든 인간은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죄를 이어받으므로 태어날 때부터 죄인"이라는 원죄(original sin) 론을 확립했고 지금까지도 이어져온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에는 원죄 개념이 없다)


도시 나무꾼 안톤은 이 부분에서 매번 덜컥거린다.

왜 인류의 '눈이 열리는 것'이 죄를 짓는 것일까?

신은 인간의 눈이 열리는 것을 싫어한 것일까?

르네상스는 인류가 저지른 대죄일까?


나무꾼은 많은 사람들에게 선악과로 지목된 사과나무가 어떤 목재인지가 더 궁금해진다. 주변에서 사과나무 목재는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사과나무는 자연에서는 10m 높이까지 자라는 생각보다 큰 나무이고, 얀카지수(Janka Index)가 1,730 lbf에 이르고 있어 공방에서 자주 사용하는 하드우드들, 물푸레나무(Ash), 참나무(Oak), 호두나무(Walnut), 벚나무(Cherry) 보다 더 단단하고 더 무겁다. 공방에서 못 본 이유는 과실수이기 때문에 목재로 대량생산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조금 더 파보기로 한다.

사과나무는 "장미과"(Rosaceae)의 나무다. 앞서 "로즈우드"(Rosewood)로 살펴보았던 콩과(Fabaceae) 달베르기아屬의 "장미목"(Rosewood)과 혼선이 생긴다. '장미과 나무'와 '장미목'이라니... 같은 말 아닌가 싶다. 하지만 사과나무는 벚나무, 살구나무, 자두나무와 같은 장미과(薔薇科)지만 목재시장에서 말하는 "장미목"(薔薇木 Rosewood)은 아닌 것이다. 목재시장에서는 이렇게 이름의 혼선이 많다.

사과나무는 적갈색에서 주황색까지의 독특한 색상과 무늬가 특징이다. 하지만 건조하는 과정에서 뒤틀림과 갈라짐이 심해, 넓은 판재를 구하기 어렵다. 게다가 단단하고 무거워 가공도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그래서 주로 소품용으로 사용되는 편이다. 작은 것을 만드는 소목(小木)인 안톤도 언젠가는 구해 사용해봐야 할 나무다. 사과나무로 만든 목공 소품은 소재만으로도 충분한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과나무 end-grain 단면 (출처: Unsplash의 Anna Evans)



한국신화의 금단의 열매는?


한국의 신화에도 성경의 창세기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신라의 박제상(363~419)이 쓴 고대역사서 <징심록>(澄心錄)에 기록된 신화다, 하지만 기록이 현존하지 않아 구전되어 온 마고(麻姑) 신화다.

마고(麻姑) 할미는 한국 신화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창세 여신(女神)으로 '할미'는 나이 든 할머니가 아니라 '한+어미'의 합성어로 '위대한 어머니'를 뜻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마고할미가 하늘도 땅도 없는 세상에서 코를 골며 잠을 자다 깨어나면서 밀어서 하늘을 만들고, 갈라서 해와 달을 만들고, 땅을 긁어서 산과 강을 만들어 세상을 창조했다고 한다. 세상을 창조한 것이 여신(女神)이기 때문에 고대의 한반도는 모계사회였음을 암시한다.


마고신화는 2002년에 국내에서 영화로 제작되어 관심을 끌었지만, 수많은 남녀의 나체가 나오는 것으로 더 많이 화제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흥행에 크게 실패했다. 영화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우리의 신화중 하나지만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은 아쉽다.


2002년 영화 <마고>. 단체 노출을 내세웠지만 흥행에는 크게 실패했다.


五味의 禍 (오미의 화)


'오미의 화'(五味의 禍)는 마고신화에서 인류가 처음 겪는 환란이다.

여신 마고(麻姑)가 인류의 시조인 인조(人祖)를 만들어 각각 황궁, 청궁, 백소, 흑소의 성씨를 붙여 마고성에 모여 살게 했다. 4개 집안의 사람들은 조화롭게 살며 천국 같은 마고성의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마고성 사람들의 유일한 식품은 땅에서 나는 지유(地乳)였고, 맛이라 할 수 없는 맛이었지만 (모르니까) 아무도 불만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백소씨 가문의 한 사람이 배가 고픈 나머지 마고성 가운데에 자라던 포도나무의 열매를 먹게 되는데 신 맛, 쓴 맛, 단 맛, 매운맛, 짠맛의 5가지의 맛을 알게 되면서 천지개벽이 일어난다. 인간은 소위 "오감(五感)의 문"을 열게 되는데 그 대가로 세상의 이치를 잃어버리고 복잡한 욕망과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는 존재가 된다. 결국 파라다이스(?)인 마고성을 모두 떠나 고생하며 살아야 하는 화(禍)를 입는다. 이것을 '오미의 화'(五味의 禍)라 한다. 인간의 "입이 열린" 것으로 인류가 순수한 상태를 잃어버리고 타락했다는 것이다.




성경의 에덴동산은 마고신화의 마고성으로, 선악과를 따먹은 것은 포도를 따먹은 것과 유사하고 그 죄로 에덴동산을 쫓겨나는 것과 마고성에서 쫓겨나는 것이 비슷하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왜 신들은 인간이 무지한 상태를 행복한 것으로 보고, 인간 스스로 "알게 되고, 보게 되고, 느끼게 되는" 상태를 죄를 지은 것으로 봤던 것일까? "아는 것이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이라는 태도일까? 아니면 신의 능력에 근접하는 인간에 대한 경계심일까? 하지만 안톤에게 대답이 필요 없는 가장 궁금한 질문은 이것이다.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인간에게 내려진 벌은 과연 저주였을까?



아담의 첫 여자


구약성경 이전의 유대신화에서 이브(Eve) 이전의 '아담의 첫 여자'가 나온다. 릴리트(Lilith)라는 여자다.

유대 신화에 따르면 하느님이 남자와 여자를 똑같이 흙을 빚어 만들었고 그들이 '아담과 이브'가 아니라 '아담과 릴리트'라는 것이다. 즉, 릴리트가 인류 최초의 여성이다. 7~10세기에 기록된 중세 유대교 문헌인 <벤 시라의 알파벳>(Alphabet of Ben Sira)에도 릴리트가 아담의 첫 여자라는 내용이 나온다.


릴리트는 '성깔 있는 여성'이다.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진 이브와 달리 릴리트는 '동등하게' 흙으로 빚어졌기 때문에 아담에게 꿀릴 것이 없었다.

<벤 시라의 알파벳>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대화가 나온다.


릴리트 : 나는 당신의 아래에 눕지 않을 거야

아담 : 나도 너의 아래에 누울 생각이 없어. 내가 더 우월하니까 오직 위에서만 할 거야

릴리트 : 우린 둘 다 흙으로 만들어졌으니, 우열이란 게 있을 수 없어


성관계의 체위문제로 싸우고 있다.

아담은 남성상위 체위를 요구하고 릴리트는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아담은 자기가 원할 때는 언제든 잠자리에 응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한다. 자유분방하고 독립적인 릴리트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고, 순종적인 아내를 원하는 아담과는 순탄한 결혼생활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릴리트는 짐을 바리바리 싸서 에덴동산을 떠나 홍해(紅海)로 가버린다.

릴리트가 집을 나가버리자 신은 세 명의 천사를 급파해 귀가를 명령했지만 릴리트는 요지부동으로 신의 명령도 거부한다. 계속된 설득에도 릴리트를 다시 데려오는데 실패하자, 신은 어쩔 수 없이 아담의 갈비뼈로 '순종적인 여자' 이브(Eve)를 새로 만들어 주었다는 이야기다.


'Lilith' 1887. John Maler Collier


릴리트(Lilith)는 히브리어로 '밤의 괴물'이라고 한다.

뱀으로 그려지거나 뱀을 몸에 두르거나, 하체가 뱀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Godiva초콜릿의 Lady Godiva그림으로 유명한) John Collier의 그림에서는 뱀을 몸에 두르고 있다. 이렇게 아담을 떠나 독립한 릴리트는 이후 유대인 문명에서는 악녀(惡女)로 찍힌다.


그 여자의 집은 죽음 속으로 빠져들고
그 길은 죽은 자들에게 이른다.
그 여자에게 가는 자들은 모두 돌아오지 못하고
더 이상 생명의 길에 이르지 못한다.
(잠언 2, 18~19)


수 천년 간 악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릴리트에 대해 최근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고대 사회에서 가부장제가 확립되면서 독립적인 여성상은 설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순종적이지 않은 릴리트는 악녀(惡女)로 그려지고 구약 성경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겠지만 이런 해석을 받아들이고 나면 릴리트는 가부장 사회에 저항하고, 통제되지 않아 악마화된 인류 최초의 여성으로 볼 수 있다.


도시나무꾼 안톤은 미켈란젤로가 그린 교황청 시스틴 성당의 천장화에서 아담과 이브를 유혹하는, 하체가 뱀인 여성이 '릴리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그리고 미켈란젤로가 그린 선악과나무도 유심히 보게 된다.


시스틴(Sistine) 성당 천장화 확대. 하체가 뱀인 여성이 유혹하고 있고 나무의 잎을 보면 사과나무가 아니다.
무화과나무(좌)와 사과나무(우) (출처 : 국립생물자원관)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틴 성당 천장화의 선악과나무를 보면 사과나무의 잎이 아니라 무화과나무의 잎과 유사하다. 아마도 미켈란젤로는 선악과를 무화과 열매로 본 듯하다.

이렇게 선악과나무의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고 아마도 영원한 논쟁거리로 남을 것 같다.





지난 작업에서 남겨둔 또 다른 금단의 나무, 부빙가(Bubinga)로 목공작업을 이어간다.

부빙가는 CITES Appendix II 에 등록되어 거래가 제한되는 나무다. 'African Rosewood'라고도 불리기도 하지만 콩과(Fabaceae)의 Guibourtia(기부리아) 속의 나무로 이른바 '진정한 로즈우드'(true rosewood)는 아니다. 하지만 부빙가는 중량 대비 강도 비율(특히 MOR : Modulus of Rupture 휨강도)은 세계 최고이며 적색 혹은 적갈색 바탕에 자색의 줄무늬를 갖고 있어 '목재의 에르메스'라 불릴 정도로 최고급 목재에 속한다.


부빙가 도마를 켜 얇은 판재로 여럿 만들어 필통을 만든다.


부빙가를 얇게 켜서 여러 개의 얇은 판재를 만든 후 기다란 박스형에 맞게 접착하고, 뚜껑은 주변으로 홈을 낸다. 부빙가는 얀카 지수(Janka Index)가 2,410 lbf로 워낙 단단해 얇아도 무척 든든하다. 그리고 목재 자체가 유분을 머금고 있어 샌딩과 오일링을 하기 전에도 맨질맨질하다.


뚜껑에 아내의 상담실 로고를 레이저 각인했다.


샌딩 하면서 작은 흠들을 없애고, 뚜껑에 아내의 심리상담센터 로고를 레이저로 각인해 넣었다. 정면에는 "도시나무꾼 안톤"의 로고를 넣었다. 작업이 진행될수록 부빙가에 대한 든든함은 더해간다. 부빙가만큼의 단단하고 밀도가 높은 나무들은 손으로 만졌을 때 더욱 믿음이 생긴다.


부빙가 필통은 아내의 생일선물이 되었다.


오일 건조하느라 24시간이 더 걸렸지만, 서너 시간 만에 만드느라 정밀하게 만들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마무리는 부빙가 스스로 해준 것 같다. 듬직하게 믿음이 많이 가는 나무다.

마침 완성되었을 때가 아내의 생일이어서 덕분에 선물로 줄 수 있었다. 이제부턴 아내의 상담실에서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 뚜껑을 열었다 닫을 때 밀도와 강도가 높은 나무 특유의 소리가 참 마음에 든다.


부빙가는 콩과(Fabaceae)의 기부리아(Guibourtia) 속에 속하는 나무로 얀카지수가 2,410 lbf, 기건비중(12% 수분이 있는 상태의 비중)이 0.89로 단단하고 무겁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단단한 나무인 박달나무와 비슷하다. 하지만 같은 콩과의 다른 나무들과 비교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콩과(Fabceae) 나무 중 달베르기아 속을 제외한 기부리아, 프테로칼푸스, 아카시아 속의 나무 중 일부를 정리했다. 수치를 보면 '저 세상 나무'같이 우리 주변에서는 보기 어려운 높은 수치들이다. 상상이상으로 무겁고, 상상이상으로 단단한 나무들이 넘친다.


표에서 빨간 글씨로 표시된 나무들은 CITES에서 'Appendix II'에 등재된 나무로 거래제한이 걸려있는 나무다. Bubinga(부빙가)를 포함해 Zitan(자단향), Padauk(파덕)이다, 대부분 색깔이 훌륭하거나 무늬가 대단하거나 엄청나게 단단해 나무의 성장속도에 비해 벌목 속도가 빨라 CITES에 등재된 나무들이다.

오방콜(Ovangkol)과 아카시아(Acacia) 속의 나무들은 규제대상이 아니다. 오방콜도 단단하긴 하지만 부빙가에 비하면 약한 나무다. 부빙가와 오방콜이라는 이름은 아프리카 토착민들의 언어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지만 의미는 알 수 없어 아쉽다.


오방콜(Ovangkol)로 만들었던 순례자용 십자가


파덕(Padauk). 주황색 혹은 붉은색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눈에 띄는 것은 아카시아 속에 속하는 나무 중 일부가 '저 세상 수치'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Gidgee와 Spear Wattle은 얀카지수(Janka Index)가 4,000이 넘는다. 게다가 두 나무 모두 비중이 높아 물에 가라앉는 나무다. 상상이상의 나무들이다.

그나마 Black Locust라는 '가짜 아카시아'(False acacia)라는 아까시나무가 우리에겐 친숙하다. 7~80년대 우리나라 산에 많이 심어 '아카시아'로 잘못 알고 있는 나무로 이 나무 또한 단단하고 무겁지만 Gidgee와 비교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앞으로도 써보지 않을 나무


금지 품목이 유달리 많은 콩과(Fabaceae) 나무들은 대체로 가격이 아주 많이 비싸다. 그래서 특수목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고 가구보다 소품용으로 선호된다. 가구로 만들면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지기 때문이다. 최근 우드슬랩용으로 자주 보이는 Raintree(몽키포드)라는 비교적 저렴한 목재도 있지만, 콩과 나무 중에 안톤이 '너무 비싸서' 앞으로도 써보기 어려운 나무를 소개한다.


'Zitan'은 중국에서 '자단향'(紫檀香)이라 불리는 나무로 이 나무 때문에도 용어의 혼선이 가중된다. Zitan은 자단(紫檀)을 그대로 영어로 옮긴 단어인데, 앞서 봤듯이 자단은 같은 콩과지만 달베르기아(Dalbergia) 속의 나무들을 지칭하는 말로 프테로칼푸스(Pterocarpus) 속에 속한 Zitan은 진정한 자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발음은 가장 "자단"에 가까운 Zitan인데 '진정한 자단'은 아니라니... 도대체 목재시장의 용어 혼선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이쯤 되면 어차피 모두 콩과로 같은 Family(科)인데 뭐가 그리 중요할까 싶기도 하다. Zitan 또한 얀카지수가 3,000에 가깝고 비중이 높아 물에 가라앉는다.

음향목으로 유명한 로즈우드(Dalbergia) 쪽은 아니지만, Zitan(자단향)은 중국 황실에서 가구로 사용했던 나무로 천문학적인 가격대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빨간색이 많아 "Red Sandalwood"라고도 불린다. 자단향은 형광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빛을 비추면 금색의 실 같은 무늬가 보인다고 하는데, 최근 중국인들의 수요가 너무 높아 지나친 벌목으로 고갈되어 엄격하게 금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금지되니 가격은 더 높이 올라간다.


황화리나무(左)와 Zitan(右) (출처 : wood-database.com)


중국에서는 주로 명나라와 청나라 때의 황실 가구 재료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이 있는데 두 종류의 홍목(紅木, hongmu)이 양대산맥이다, 그중 King급으로 분류하는 목재는 Zitan(紫檀, 자단)이고 Queen급으로 분류하는 목재는 Huanghuali(黄花梨, 황화리) 나무다.

Zitan은 어두우면서 빨간색이 중심이라면 황화리나무는 오렌지빛이 감도는 색이 밝고 따뜻한 황갈색/벌꿀빛에 가깝다. 두 나무 모두 CITES Appenidix II 에 등록되어 있는데 중국의 부자들이 목재시장에 뛰어들어서인지 모두 엄청나게 비싸다. '검소한' 안톤은 사용해보지도 못한 나무들이고 앞으로도 절대 사용해 볼 것 같지 않은 나무들이기도 하다.


명나라 황화리 나무의자(左)와 청나라 Zitan 나무의자(右)


2009년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건륭제 시대 황실의 Zitan '용' 왕좌가 8,578만 홍콩달러(약 1,107만 달러, 한화 약 147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고, 2013년에는 중국 Auction에서 건륭제의 황실 소장품이었던 Zitan 캐비닛이 9,300만 위안(약 1,500만 달러, 한화 약 200억 원)에 낙찰될 정도로 천문학적인 가격을 주도하고 있다.

심지어 2017년 6월 하이난(海南)성 하이커우(海口)시 인민공원에서 죽은 나무 2그루가 1,428만 2,000위안(23억 3천만 원)에 낙찰되는 일이 있었다. 그 나무가 '하이난 황화리'(海南黃花梨)로 공원 측에서 온라인 경매를 통해 판매한 것. 최종낙찰가는 초기 입찰가의 3배에 달하는 1428만 2000위안(23억 3천만 원)이었다. 안톤으로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가격이다.

또 황화리나무는 얀카지수(Janka Index)와 비중이 측정된 적이 없다. Zitan에 비해 조금 덜 무겁고 조금 덜 단단한 것으로 추정만 한다. 학명이 'Dalbergia odorifera'로 "향기 나는 로즈우드"라는 뜻으로 달콤하고 은은한 향이 난다고 한다. (odorifera = 향기 나는 나무) 물론 '검소한' 안톤은 이 향기를 맡아본 적이 없다.




우리가 목공이 아니면 금지된 나무의 흔적을 한의원에서 만날 수 있다.

바로 침향나무(Aquilaria spp.)로 이 나무 또한 CITES Appendix II 에 등재되어 있다. 영어로는 '아가우드'(Agarwood)라 하는데 이 나무가 분비해 굳은 수지를 '침향'(沈香)이라 한다. 나무에 상처가 생기거나 곰팡이, 미생물, 곤충 등 외부 자극이 가해졌을 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배출하는 물질로 오랜 시간 굳어져 형성된 것이다. 자연상태에서는 수십~수백 년에 걸쳐 진행되는데 예로부터 침향은 귀족이나 왕가의 전유물일 정도로 매우 고가의 진귀한 한약재다.

동의보감에서는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다.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 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고 조선왕조실록에는 "기력이 쇠하고 활력이 떨어진 몸을 보충하는 약으로 침향을 활용해 왕의 자양강장제로 처방했다"고 나온다.

목재로 만나기 극히 어려운 나무지만 침향나무 또한 비중이 높아 물에 가라앉는다고 한다. 또 혹자는 '사향'(사향노루), '용연향'(향유고래) 그리고 침향을 세계 3대 향이라 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얼마나 아끼는 재료인지 알 만한다. '검소한' 안톤은 아마도 침향나무 또한 사용해 볼 것 같지는 않다.

침향나무 (출처 : Binh Nghia Agarwood Co., Ltd)
베트남산 침향 (출처 : 한의사 hani님)


CITES에 등재된 나무들은 대부분 인간의 필요에 의해 과도한 벌목으로 보호대상이 된 나무들이다. 신기할 정도로 단단해서, 신기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서, 신기한 향이 나서, 신기한 약재라서 남획의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금지된 대상은 인간의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바짝 올라온 금지된 욕망에 멋진 스토리가 붙으면 희소성에 의미와 친숙함이 추가된다. "스토리가 있는 금지된 나무"만큼 가치는 끌어올리는 것도 드물다.

어쩌면...

안톤의 글도 나무에 '스토리'라는 옷을 입히는 과정이었으면 한다. 안톤은 '검소하기 때문에' 꼭 금지된 나무가 아니어도, 주변의 나무가 새로 보일 수 있었으면 싶다. 그렇게 안톤은 오늘도 나무에 대한 우리의 욕망을 일으켜본다.



(대문사진 출처 : Unsplash의 Michael Ji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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