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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 Apr 22. 2023

매일 같은 아침을 먹습니다

단순한 식탁의 풍경을 만듭니다

입사한 이래 꼬박꼬박 아침을 챙겨 먹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습니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배가 고파서 도무지 오전에 상쾌한 기분으로 일에 임할 수가 없는데요. 그러지 않기 위한 태도를 갖추는 것도 책임의 일종이라는 생각에 성실히 아침을 먹고 출근하고 있습니다. 냉장고에 묵혀 둔 잼도 있고 마침 엄마가 토스트기도 보내줬겠다, 처음에는 식빵과 잼 그리고 우유로 아침을 먹곤 했습니다. 하지만 일어나자마자 공복에 밀가루와 당이라니요! 건강 지식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그동안 어디서 들은 얘기는 있어서, ’혈당 스파이크‘라는 것이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먹어야 하는 아침 식사라면, 이왕이면 조금 더 건강하게 먹고 싶다는 생각에 유튜브 영상 등을 보며 지식을 수집했습니다.


사실 건강한 아침 식사에 흥미가 생긴 것은 새롭게 헬스를 시작했기 때문도 있었는데요. 몇 년 만에 인바디를 재보니 그동안 얼마나 무지성으로 음식을 먹어왔던가에 대해 반성할 수밖에 없었어요. 트레이너 선생님께서는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한다며, 닭가슴살 등의 메뉴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그래, 아침엔 닭가슴살을 먹자! 그 마음가짐을 기본으로, 한동안 쌓았던 건강 지혜를 짜깁기해 나만의 아침 식단을 꾸려봤습니다.


나의 아침식사 그리고 물


탄단지 그리고 식이섬유, 물. 이것을 조화롭게 갖추자는 미션으로 구성된 저의 아침 식사는 감자 반 개, 닭가슴살 반 덩어리, 양상추와 치커리, 올리브유와 후추입니다. 먼저 감자는 프랑스어로 ’땅으로부터 온 사과‘라고 불릴 정도로 아침에 먹으면 특히 좋다고 하는데요. 열을 가해도 영양분이 좀처럼 파괴되지 않고 쪄먹으면 미묘하게 달달하고 고소한 맛이 강해져 그냥 먹어도 맛있습니다. 열에 물러진 식감은 부드럽고 공복의 위장을 보호해주기도 한다고 해요. 닭가슴살은 마트에서 소분된 것을 삽니다. 오리지널보다 어느 정도 감칠맛이 있기를 원해 특별히 갈릭맛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그 덕에 퍽퍽하거나 질리지 않고 꾸준히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평소 채소를 잘 먹지 않는 저에게 양상추와 치커리는 다소 새로운 음식인데요. 채소 특유의 산뜻한 식감과 시원함이 기분이 좋아, 이제는 육류를 먹을 때 샐러드나 채소 없이는 허전한 정도가 되었습니다. 올리브유는 건강식으로 각광받는 지중해 식단의 감초라고 할 정도로, 몸에 좋은 식물성 지방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기름이나 지방은 몸에 안 좋은 줄만 알았는데, 영상을 통해 틈틈이 얻은 정보 덕분에 기쁜 마음으로 샐러드에 뿌려 먹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정된 아침 식단을 먹은 지도 2주가 넘었습니다. 나만의 아침 루틴에 특별한 도구를 마련하고 싶어, 이 아침 식사만을 위한 흰 타원형 보울을 무인양품에서 구매했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러그 위로 미끄러지듯 내려와 5분간 매일 똑같은 요가 영상으로 스트레칭을 한 후, 이 보울을 꺼내 (미리 쪄 두었던) 감자와 닭가슴살을 오른쪽에 놓고 전자레인지에 50초 돌립니다. 그 사이 양상추와 치커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찢어 물로 씻어낸 후, 보울을 꺼내 왼쪽의 빈 공간에 넉넉히 담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올리브유와 후추를 뿌려주면 저의 아침 식사 리추얼 준비가 완성됩니다. 그리고 젓가락을 들기 전, 물을 한 모금 먼저 마십니다.


매일 같은 식사를 하니 아침이 단순해집니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거나 냉장고를 오래 들여다볼 필요도 없습니다. 습관이 된 리추얼은 몸에 부드럽게 익어, 침대에서부터 부엌까지 이어지는 모든 동작이 자연스럽고 편안합니다. 그 덕에 마음도 부산스러워질 일도 없지요. 정갈한 그릇을 탁상 위에 올려두고, 화면과 소리가 아름다운 해외의 인테리어 및 건축 영상을 봅니다. 아침을 느긋하게 먹느라 출근 준비하는 시간이 빠듯해져 이윽고 조급해지는 경우가 왕왕 생기기도 하지만, 몸에 건강한 것을 먹고 하루의 시작에 가장 먼저 나를 돌보는 의식을 치른다는 행복과 안심이 저의 매일을 안온하게 만들어 줍니다. 속이 든든하여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도 씩씩해집니다.


누구에게나 맞는 아침이 있습니다. ‘맞이하는 아침 ’(몸에) 맞는 음식이요. 체질과 기호에 따라 과일을 먹거나 요거트를 추가하는 방법도 좋겠지요.  몸에 친절한 음식으로 단순한 습관과 아침의 풍경을 만드는 , 매일을 시작하는  번째 의식으로 가장 낭만스럽고 건강한 행위가 아닐까요?


주말에는 종종 변주해서 먹습니다
닭가슴살 대신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고등어를 먹기도 하고요
닭가슴살을 먹기 전에는 토마토를 곁들인 샐러드를 먹었지요



<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나다운 중심을 지키는 오늘의 질서가 되어 줍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과 교훈, 생활의 규칙과 태도 등 삶을 더욱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 함께 나다운 기본을 찾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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