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정을 준다는 것.

제비의 집

by 박은진

우리 집에는 제비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1층 현관문 앞 등불에 거처를 정한 제비가 열심히 자신의 알들을 품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바쁘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닙니다.

인간, 동물의 분비물, 자연에서 빌려온 것들을 활용해 둥지의 틀을 단단히 다지며 어느샌가 완성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알이 부화할 때까지 끊임없는 애정을 주는 제비부부를 보며 지난 몇십 년의 해를 나와 나의 형제들을 위해 살아오신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남의 애는 빨리 큰다더니 어느샌가 부화한 새끼 새들이 자신의 세계를 깨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났음을 우리 집에 알립니다.

'내가 태어났다!' 하면서 말이죠.

그들이 해야 할 건 독립입니다.

잘 먹고 잘 커서 비행을 해 자신의 집이었던 둥지를 떠나는 것이 그들의 목표가 되지만 그것을 이루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몇몇 새들은 결국 둥지에서 떨어져 죽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유독 크게 들리는 어미 새의 울음소리.

그럼에도 아직 남은 자식들이 있기에 계속 살아 나갑니다.

그렇게 해서 비행에 성공한 새들은 자신들의 터전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새는 알을 품고 다시금 이곳으로 돌아옵니다.

몇 대에 걸쳐 본 제비 가족들이 우리 집이 안전하다고 느낀다는 것이 여과 없이 와닿습니다.


그거 아시나요?

새들이 없으면 저희도 없다는 것을요.

세상을 돌아다니며 먹는 음식 속에 씨앗과 열매가 있는 덕에 폐허와도 같은 구릉에 산이 나고 강을 거슬러 물고기들이 태어납니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지대에도 식물이 날 수 있습니다. 그런 존재들에게 인간이 베풀어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정' 아닐까요?

그리고 그 모습을 옆에서 본 전 부모님의 '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작은 존재로 태어나 비어 있는 그릇에 정을 따라주는 것. 그리고 어느새 차 있는 상태가 되기까지 끊임없이 노력했을 우리의 부모님을 보며 그 노력의 가치는 매길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제비가 자신의 새끼들이 혹여 다칠까 걱정스러움에도 스스로 딛고 날아갈 때까지 얼마나 많은 걱정을 한켠에 고이 접어뒀을지 저의 부모님을 통해 이해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 집에는 우리 가족들과 제비 가족들이 대를 이어가며 함께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정'이라는 이름의 사랑이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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