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떠나지 말아요(2)

-나는 활보다

by 오드리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로지의 주방은 휴업 상태가 되었다. 아들한테 여자 친구가 생겨서 저녁을 먹고 오는 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로지는 자신을 위한 음식은 하지 않았다. 누룽지를 끓여 먹거나 국에 말아 한술 뜨는 식으로 때웠다. 아들은 여자 친구 집에서 지내다 월요일에 바로 출근하기도 했다.

주방 일에서 손 뗀 로지는 침대에 누워 티브이만 보았다. 늘 뭔가를 다듬던 보자기도 사라졌다. 로지는 문 열어주러 나오기도 힘들다며 오드리한테 현관 비번을 알려주었다. 비번 누르는 소리만 듣고도 로키는 현관에서 뱅뱅 원을 돌았다. 그리곤 오드리가 일하는 내내 그 뒤만 따라다녔다.

“로키도 젊고 건강한 사람이 좋은가 봐요. 우리 아들이 오면 또 걔한테 찰싹 달라붙어요. 다음날 아들이 출근할 때까지 나는 투명인간이에요.” 로지는 씁쓸하다는 듯 말했다. “로키야 그러면 안 되지. 할머니가 널 얼마나 예뻐하는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오드리는 자기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뜨끔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기분 좋게 출근했다가도 침대에 누워있는 로지를 보면 오드리 자신도 급격하게 의욕이 다운되곤 했던 것이다. 형체가 없는 그 우울감은 묘하게 기가 빨렸다. 오드리는 목청도 크고 웃음도 많았는데 로지 앞에선 저절로 차분해졌다. 생활의 흔적이 없는 집을 청소하는 것도 일이 쉬울지는 몰라도 재미는 없었다. 감정 없는 로봇청소기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아픈 로지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보름에 한 번 있는 로키의 목욕 시간이 그나마 생생한 삶의 현장이었다. 로키는 물을 싫어해서 욕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저항이 심했다. 로지도 염려가 되었는지 로키 목욕 때만큼은 일어나서 움직였다. 수건이나 드라이기를 준비하고 로키의 눈코입 등 오드리가 손대기 힘든 부위를 살살 씻어 주었다. 목욕 전 빗질부터 샴푸에 린스까지 하고 귀와 똥꼬와 발바닥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헹궈서 수건 여러 장으로 물기를 닦아 약한 바람으로 천천히 드라이까지 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로지는 옆에서 보조 역할만 하는데도 끝나고 나면 기진맥진해했다. 그렇게라도 누워있는 로지를 일으키는 힘은 로키밖에 없었다.

그런 어느 날 오드리는 로지의 전화를 받았다. 근무가 없는 토요일 오후였다. 로지는 벌벌 떨면서 말도 제대로 못 했다. 잠깐 문을 연 사이에 로키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오드리는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로지는 공동현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럴 애가 아닌데, 함부로 막 나가는 애가 아닌데.”라는 말만 반복했다. 오드리는 바로 아파트 단지부터 뒤졌다. 만나는 경비원마다 붙들고 로키의 생김새를 설명했다. 놀이터에 놀고 있는 아이들한테도 부탁했다. 단지 안을 다 훑은 다음 오드리는 아파트 주변 거리를 하염없이 헤맸다. 분명한 것은 빈손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절망하는 로지의 얼굴을 보느니 그대로 길을 헤매는 게 나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오드리는 터덜터덜 아파트로 돌아왔다. 너무 지쳐서 관리사무소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는데 누가 저기요, 하고 불렀다. 경비원이 로키를 데리고 있었다. 로키도 더위를 먹었는지 오드리를 봐도 별 반응이 없다. 오드리는 야! 너......, 하고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로키를 바라보았다. “이제 얼른 가서 물 좀 마셔요. 탈수 오겠어요.” 경비원이 오드리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그때까지도 밖에 그대로 앉아 있던 로지가 로키를 품에 안았다. 그리곤 벌겋게 익은 얼굴에 옷이 달라붙을 정도로 땀범벅인 오드리의 손을 끌어당겨 잡았다. “선생님, 너무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그 순간 연락할 데가 선생님밖에 없었어요.” 앙상한 손이 땀으로 질척해질 때까지 로지는 오드리의 손을 잡고 있었다.


로지는 언제 한번 점심을 사겠다고 했다. 집에서 얻어먹는 일이야 많았지만, 밖에 나가서 뭘 해본 적은 거의 없었다. 로지와 같이 외출한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것도 동물병원이나 애견미용실 등 로키와 관련된 일뿐이었다. 그렇게 꼭 필요한 외출도 로지는 몸 상태를 봐가며 며칠을 벼르다 볼일을 보았다.

처음에는 오드리도 꽃구경 가자, 바람 쐬러 가자, 해보기도 했다. 3월에 일을 시작한 뒤로 바깥은 하루가 다르게 꽃과 신록으로 무르익어가는데, 로지는 도통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거다. “좋지요. 꽃도 좋고 바람도 좋지만, 봄에는 쑥이 최고지요.” 로지는 베란다 창문 너머에 시선을 둔 채 말했다.

“아프기 전에는 쑥 뜯으러 잘 돌아다녔는데, 이제는 힘들 거 같아요.”

모든 욕망을 포기한 로지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봄볕 아래 쑥을 캐는 그녀의 모습이 아련하게 그려졌다. 오드리는 그 뒤로 어디 가자는 말을 안 했다. 오드리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로지한테는 달나라 여행만큼이나 아득한 일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래서 언제 한번 점심 먹자는 그 말이 지켜지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둘 사이에 그런 약속이 하나쯤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장례식장은 썰렁했다.

바깥의 찜질방 더위와는 다른 서늘한 기운이 그곳을 지배하고 있었다. 다른 방은 모두 비어있고 로지의 빈소만 차려져 있다. 그마저도 차려진 지 얼마 안 되어 상주와 지인 한두 사람만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영정사진 속의 그녀는 너무 젊어서 다른 사람 같았다.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조의금을 넣고, 절을 하는 모든 과정이 꿈 같았다. 검은 양복 차림의 남자가 다가와 “저, 누구신지?” 했다. "아 저는 로지님 활동지원사예요." 오드리는 그 남자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말로만 듣던 작은아들이었다. 무표정하던 아들의 얼굴이 반짝 살아났다. 아들은 월요일 퇴근 후 집에 올 예정이었는데 일정이 틀어져서 오늘 정오쯤 집으로 왔다고 했다. 아들이 오면 항상 로키가 먼저 달려 나오고 뒤이어 로지도 천천히 따라 나왔는데 오늘은 둘 다 아무런 기척이 없었단다. 안방으로 달려가 보니 이미 엄마는 침대에 엎드린 채 꼼짝을 안 하고, 로키는 그 옆에서 낑낑대고 있었다고. 사인은 심장마비라고 한다.

“저는 금요일 아침에 집을 나왔으니 선생님이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본 게 되네요. 그날 어머니 몸 상태가 어땠습니까?”

“아 그날은 나가서 밥을 먹을 만큼 컨디션이 좋았어요. 제가 로지님을 본 이래 가장 씩씩했던 것 같아요.”

“그랬다면 다행이군요. 어머니의 친구가 돼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들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오드리는 문득 생각난 듯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럼 로키는 지금 어디 있어요?”

로키는 집에 혼자 있다고 했다. 로키를 혼자 두는 게 마음 아파서 한 번씩 아들과 정기검진 가는 날도 싫어하던 로지였다. 아들은 아직 식사 준비가 안 되어 죄송하다고 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오드리는 손사래를 치며 빈소를 나왔다. 이제 뭘 해야 하나. 복도에서 오드리는 망연히 서 있었다. 낯설고 삭막한 장례식장 풍경이 눈을 어지럽혔다. 로지는 지금 여기에 없다, 로키 곁에 가 있을 것이다, 오드리는 문득 그런 확신이 들었다.


지난 금요일에 오드리가 출근했을 때 로지는 머리도 감고 옷도 갈아입고 있었다. 지난밤 모처럼 잠을 잘 자서 몸이 가뿐하다고 했다. 오드리는 로지의 활기찬 모습이 보기 좋아서 실실 웃었다. 챙 넓은 모자에 하얀 원피스를 입은 로지는 어디 소풍이라도 가는 것 같았다. 오드리는 택시를 불렀다. 미리 유명 맛집을 검색해서 장소는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로키를 본 택시기사가 고개를 저었다. “개는 이동 가방에 넣어야 태울 수 있어요.” 택시가 그냥 가버리자, 그럼 로키를 두고 가자고 로지가 결단을 내리듯 말했다.

“아니에요. 우리 그냥 요 앞에 가요. 로키 산책할 때 봐둔 국숫집이 있는데 손님이 많더라고요. 맛있을 거예요.” 이제는 오드리도 로키를 떼놓고 가서 먹는 음식이 목으로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로키를 국숫집 앞에 묶어놓고 들어가 열무국수를 시켰다. 유리 너머로 로키가 잘 보였다. 로지는 놀랍게도 국수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신이 난 오드리는 커피도 마시자고 했다. 애견 카페가 바로 근처에 있었다. 로키는 집에서도 더울 때면 현관 바닥에 자주 엎드려 있는데, 거기도 마침 차가운 대리석 바닥이었다.

“저는 아이스 마실 건데 선생님은 차가운 거 안 되죠?”

“나도 오늘은 남들 먹는 거 다 먹을래요. 나도 아아.”

로지의 말에 오드리는 빵 터졌다.

“내일이 벌써 말복이에요. 이제 여름도 다 갔어요.”

커피를 앞에 두고 창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을 하다가 오드리가 문득 말했다. 로지는 백숙을 해놓았으니 오드리더러 싸 가라고 했다.

“아들 주려고 하신 거 아니에요?”

“그놈 자식 먹든지 말든지.”

아들 먹이려고 며칠 전부터 장을 봐서 준비했다는 걸 오드리는 알고 있었다.

“아들 대신이라고 생각 말아요. 선생님도 주려고 두 마리 한 거니까.”

“맨날 얻어먹기만 하고 이 은혜를 어떻게 갚죠?”

“정 갚고 싶으면 오늘 하루 자고 가든지. 아 외롭다, 외로워!”

오드리는 에? 하는 표정을 지었다. 로지는 농담이라는 듯 픽 웃었고, 그제야 오드리는 깔깔 웃었다.

“아들이 간을 떼줘서 살아나긴 했는데, 남은 평생 이렇게 매가리 없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 그나마 아들 밥 해주는 재미로 살았는데, 이놈이 여자 친구 생기고부터는 나 혼자 사는 거 같아요.”

로지는 빨대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곤 말을 이어갔다.

“나 참 못됐죠? 엄마가 돼서 애한테 해준 것도 없으면서. 딴살림 차린 남편한테 복수한다고 나도 밖으로만 돌았어요. 식당 일한다는 핑계로 밤새 술 먹고 춤바람도 나고. 애들은 저들끼리 자랐죠. 큰애가 공부를 잘해서 돈은 끝까지 대줬어요. 작은애는 별로 요구하는 게 없었고요.”

“근데 작은아들이 더 효자였던 거죠?”

오드리는 심각한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고 싶었다. 로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큰애는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아요. 근데 작은애는 내가 술병 걸려 죽게 된 걸 알자마자 나를 서울 큰 병원에 데려가더니 간이식 절차를 밟는 거예요. 이 집도 둘이 살자고 아들이 마련했고요. 낮에 나 혼자 심심할까 봐 로키도 데려왔고, 병원 갈 일 있으면 월차 연차 다 써가며 데리고 다니고, 정말 저런 아들이 없어요.”

오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요. 아들이 더 늦기 전에 짝을 찾았으면 반가워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은 거예요. 살려놨으면 책임을 져야지 벌써 내빼는 거야, 싶은 거예요. 그래서 밥도 하기 싫고 아들 얼굴 봐도 말도 걸기 싫고...... 참 유치하죠? 이런 내가 나도 너무 싫어요.”

“선생님은 로키가 있잖아요? 아들은 이제 그만 여자 친구한테 줘버리고, 로키와 재미있게 살아요.”

로지는 로키를 품에 안아 올렸다. 그리곤 오래도록 창밖만 응시했다. 한산한 가게 안은 에어컨 바람만이 요란했다.

“선생님 추우시죠? 그만 갈까요?”

오드리의 말에 그녀는 로키를 꼭 안으며 조금만 더 있자고 했다. 식탁 의자에 십 분도 못 앉아 있던 로지가 카페에서 한 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여자 둘이 각자 개를 데리고 카페에 들어왔다. 그들은 음료를 시키고 자리에 앉자마자 웃고 떠들었다. 로지는 아들 얘기를 털어놓아서 마음이 후련하다고 했다. 그 순간만큼은 로지도 웃고 떠드는 그 여자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나른하고 달콤한 시간이었다.

그날 로지는 백숙을 냄비째 안겨주며 손을 흔들었다. 식구들이랑 맛있게 먹고 주말 잘 보내고 월요일에 보자 했다.

남편은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로키한테 가보자.” 오드리의 말에 남편은 순순히 시동을 걸었다. 오드리는 담당자한테 전화했다. 이용인에게 변고가 생겼으니 알려줘야 한다. 담당자는 모임 중이라고 했다. 노래방인 듯 격한 노랫소리가 들렸다.

“오드리님, 간 사람은 간 거고 우리는 또 살아야지 어쩌겠어요. 맞다, 전에 그 할머니 있잖아요, 아 왜 가방 검사, 그이가 자꾸 오드리님 얘기를 하던데? 다른 선생님들은 맘에 안 드나 봐요. 한번 생각해 봐요. 내일 사무실 가서 연락할게. 정 싫으면 다른 자리도 있........” 오드리는 더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담당자는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라디오에선 뜬금없이 가을 노래가 나오고 있다. 가을엔 떠나지 말라고,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라며 절규한다. 오드리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처음엔 남편 몰래 눈물을 찍어내다가 이내 훌쩍였고 결국 아이처럼 꺼이꺼이 울었다.


로지의 집 앞에 도착했다. 오드리는 차창을 열고 삼층 그녀의 집을 올려다보았다. 어느덧 저녁 어스름이 깔리고 있었다. 곧 깜깜해질 텐데, 불이라도 켜두고 나갔을까. 그럴 경황이 아들한테는 없었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어리둥절한 채로 로키는 이 시간을 견디고 있겠지.

로지는 침대에 누워 안방 베란다 창으로 날씨를 살피곤 했다. 맑은지 비가 오는지 바람이 부는지. 로키도 베란다 난간 사이로 코를 박고 바깥을 내다보았다. 혹시 지금도 그러고 있지 않을까 하여 오드리는 그 창만 응시했다. 창문은 닫혀 있었다. 금요일에 외출을 하지 않았다면, 로지의 농담대로 하룻밤 같이 잤다면, 너무 떠들어서 에너지를 다 써버리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까?

어디선가 날 선 매미 소리가 들린다. 오드리는 안도했다. 매미가 우는 한 로지도 떠나지 않을 것 같다. 그녀와 함께 보낸 여름날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었다. 딸한테서 도착했다는 카톡이 왔다. 그만 가자, 하며 오드리는 남편을 보았다. 차창을 올리려니 매미가 더 기를 쓰고 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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