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너무 춥고 여름은 더워서였습니다. 봄이란 싱그러운 계절은? 사실 겨울이나 여름보단 좋긴 했는데 한 때 싱숭생숭해지는 마치 봄 탄다는 기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마냥 가을이 최고라 생각했습니다.(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아니 정확히 올 가을은 제게 더 애정을 불어넣어 주었던 가을였습니다. 바로 아이들과 함께 가을을 맘껏 즐겼던 시간이었기 때문였습니다.
가을을 지나오며 함께 했던 활동들
가을 액자 꾸미기/ 내 이름 꾸미기
가을길을 걸어봐요/ 가을터널 지나가요
낙엽 마술/ 낙엽 미술놀이
사자가 되어봐요/ 낙엽은 내 친구
내 몸을 낙엽으로 꾸며봐요/ 가을 열매 수세기
브리짓 라일리 스타일의 가을나무 만들기
가을 곡식 오감 놀이
거품으로 가을나무 꾸미기
수업을 준비하며 자연물을 가지고 함께 놀이할 게 참 많다는 생각과 활동에 참여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모습에 다음엔 어떤 놀이를 해볼까 신나는 상상을 하기 바빴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색칠놀이를 할 때 유독 한 가지 색깔만 사용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다양한 색을 섞어가며 사용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곁에서 왜 이렇게 칠했는지 이유를 물으면 대답도 다르게 되돌아옵니다.
한 가지 색만 칠하는 아이는 이 색깔이 좋아서라던가(다른 색은 좋아하지 않아요) 이건 이 색깔로 칠해야 하는데(뭔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틀 안의 모습)라는 답을 하곤 합니다.
반대로 여러 가지의 색을 골고루 섞어 칠하는 아이의 대답은 "여러 가지를 섞으면 더 예쁘니까요, 전 이 색도 좋고 저 색도 좋아서요, 꼭 이렇게 칠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내 마음대로 칠하고 싶어요."라는 것였습니다.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아이들은 아이들의 생각대로 표현하기 나름입니다. 한 가지 색을 보는 것과 다양한 색을 보는 눈은 결국 자라 가면서도 자신의 행동에서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음을 느낍니다. 색이란 주제만 갖고 어느 아이가 좀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각자만의 취향이란 게 있으니까요) 저는 가급적이면 아이들에게 다양한 색을 바라보게끔 하는 것 같습니다. 놀이를 통해서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해주려 하는 것처럼요. 특히 가을은 그러한 경험을 해주기에 아주 괜찮은 계절이자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주고 알록달록 색깔의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하기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전 우리 아이들의 시선이 늘 한 곳에 고정돼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만을 정답이라 여기 지도 한 가지 색만 좋아하지도(꼭 핑크색으로 이름을 써야 한다는 아이) 어떤 틀 안에 갇혀 이것만이 맞다며 자라기보다는 그저 다양한 관점서 다양한 정답을 찾아가는 아이들이었음 합니다.
저만 해도 제 부모님은 늘 정답을 자신의 경험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이야기하실 때 많았습니다.
살면서 실패라 생각한 일도 고생이라 생각한 길도 자식한텐 똑같이 경험시켜 주기 싫다며 오로지 바르고 평탄한 길만 걷게 하셨습니다. 낙심하는 모습이나 불안에 떨며 시무룩한 모습, 그 감정에 안주할까 봐 이럴 땐 이렇게 해보는 게 어때라는 식의 다그침만 더하셨습니다. 물론 부모님의 경험은 그 누구보다 값진 시간이었고 결코 쉽게 바라볼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시간인 걸 잘 알지만 간혹 그들은 그 너머로 자식의 길도 이럴 것이라는 안 해도 될 앞선 걱정에 휩싸일 때가 있으신 것 같았습니다. 걱정은 걱정일 뿐 자식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제 개인적으로 갖길 바랐던 것 같습니다.(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제가 가는 모든 길을 존중해주려고 하십니다)
한 가지만을 정답이라 여기다 전혀 다른 선택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을 겪었다 했을 때 과연 이 감정을 실패라 말할 수 있을까요? 그 선택을 나무랄 수 있을까요?
그저 새로운 감정을 경험을 겪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을 말해줄 수 있어야겠고 네가 겪어서 배울 수 있는 귀한 시간였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토닥여줄 수 있어야겠습니다.
정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 생각 속에선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해 보기는커녕 오로지 정답만 찾아가며 살아남기 바쁠 것입니다. 실패도 좌절도 낙심도 포기하는 마음도 꽤나 불편스럽기 짝이 없는 길마저 우리가 걸어야 할 때면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즉 기성세대인 우리가 맞다고 하는 게 정답이 아닐 수 있음을, 그 길은 아니야 그 생각은 틀렸어라는 우물 안의 관점이 오히려 더 큰 꿈을 키워갈 아이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우린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우린 그저 우리의 인생에 최선을 다할 뿐 자라 갈 아이들에겐 정답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그 안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 그로 인해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시선, 관점, 생각들을 가로막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오로지 아이들은 아이들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창조해 가며 살게 될 세상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아이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여러 자극을 주고 물어보려 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도록 또 그 생각에 살을 붙이며 대화하려는 편입니다. 그렇게 아이들의 눈을 키워줄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는 요즘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들과 놀이할 때 제 생각을 묻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활동할 때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의견을 내놓을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라고 자주 말하던 아이도 어느 정도의 타협점을 찾는다거나 다른 친구의 취향을 생각을 선택한 무언가를 존중해주려 할 때가 있었습니다. 미묘한 태도에서 전 아이들의 변화를 보고 더 큰 가능성을 꿈꾸게 됩니다.
서로가 너무 달라 부딪힐 수밖에 없는 아이들, 자신이 옳고 다른 친구는 틀렸다란 어느 한 가지 색의 관점보다는 '나도 옳고 너도 옳아'라는 다양한 색이 공존할 수 있는 관점으로 바라봐지길 바랍니다. 서로가 어우러져 공존할 수 있는 시대는 사실 우리가 만들어갈 세상이 될 테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더욱 우린 다양한 색깔이 공존하는 알록달록 세상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부터 좀 더 포옹하는 자세로 함께 어우러져 가는 관점으로 살아가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보여주는 어른이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