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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미 Jul 23. 2024

짜 맞춰지는 퍼즐조각들.

당신 손에 쥐고 있을지 몰라요.

'사람을 바꾸기란 불가능하다.'


한때 일말의 기대감을 안고 상대를 원하는 사람으로 만들려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언제나 뻔했습니다. 한계를 받아들이며 지칠 대로 지친 자신과 그럼에도 나란 사람을 고집하는 상대, 우린 이 방법이 최선이 아니란 것쯤은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최대한 존중해 주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법을 택하자 말했었습니다. 바로 제가 신혼 때 내린 저만의 결론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관계의 시작은 늘 자신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여겼습니다. 나의 말과 행동이 어떤 모양과 분위기를 풍기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표정, 반응 그 외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래 묵은 관계일수록 뭔가 변화를 바라는 관계일수록 상대에게 바라는 마음보다 자신을 돌아보고 다듬는 시간을 늘려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바뀌어가는 상황들을 보면서 자신만큼 상대 역시 스스로를 돌아보려 할 때마다 '이게 최선이자 서로를 위한 삶이겠구나'싶었습니다. 그 결론이 지금의 병원 선택과 또 다른 나를 마주할 다시 말해 '내가 좀 더 다듬어져야 할 시기가 왔구나'라고 느끼게 했습니다. 


퍼즐은 이번에도 짜 맞춰가고 있었습니다.

마치 정해져 있던 자리를 찾아낸 것처럼, 이 과정 또한 결국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고 함께 하는 모두를 위한 최선의 결정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면 알수록 상대의 존재 또한 더욱 선명해져 갔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의 근원이 어디서부터 나왔는지 알려하니 전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생각 또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즉 상대를 알게 되고 이해를 넘어 함께 어우러져 가니 관계의 분위기는 늘 순탄하게 흘러갔습니다. 사람과의 관계 자체를 늘 어려워했던 제겐 자신 먼저 돌아보려는 이 과정이야말로 최고의 보호장치가 되어줬습니다.


예를 들자면, 예상치 못한 상황은 미리 앞서 일어날 일에 대한 불안이 문제였지 그 상황 탓을 할만한 게 아녔다는 것. 또 상황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에 그 문제를 제공했다 생각하는 사람 탓이 아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그저 존재할 수 있었다는 것. 한마디로 탓이 아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했고 그 누구의 원함도 아녔음을 그러니 너무 예민하게 날을 세울 필요가 없고 앞서 미리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전 현재 약물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알아봤던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가지 검사를 마친 담당 교수님과 함께 '상태가 심각한 건 아니지만 불편한 부분을 덜 느끼게 하는 방향'으로 다시 시작해 보자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복용한 지 이제 달이 되어가는 요즘입니다.


제 삶이 바뀌었냐고요? 삶은 늘 동일했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고 마주해야 할 일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저만이 겪어야 할 미묘한 불안들을 겪고 있고,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갈등엔 머리가 아프면서도 풀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제 마음 상태는 바뀌어가고 있었습니다. 모든 일에 마음먹기란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늘 제 마음 상태를 살피는 일이 1순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불안을 느끼는 횟수나 크기는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컨트롤하기 시작하니 자신을 돌볼 수 있었고 상대를 도울 수 있는 여유마저 생겼습니다. 제가 웃고 있으니 상대 역시 웃고 있었습니다. 마음속에서 흘러나오는 콧노래에 맞춰 함께 하는 이들마저 그 노랫소리를 따라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이렇게 순탄하게 흘러가도 될 정도로 감사가 넘치는 나날들이었습니다. 계속해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불안을 저는 덜 느끼게끔 조절해가고 있었기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이었습니다.




예전에 저는 자신이 누구인지 돌아보기보다 내가 이렇게 하면 바뀌지 않을까 스스로를 다그치기 바빴습니다. 오로지 보이는 관계만을 위해서 상대에게 맞춰주려 했던 자신은 그것이 진정으로 자신을 원하는 과정이 아녔음을 알았습니다. 잠시만 평온할 관계의 모습일 뿐 결국 상대도 자신에게도 제대로 된 평온의 마음을 허락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내가 거짓된 마음였다면 상대 역시 훗날 의심하고 거짓된 행동을 보일 테니까)

결국 최선의 선택이 아녔고 이 또한 제가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 여긴 어리석은 대안 중 하나였음을 깨달았습니다. 나와 상대, 둘을 위한 진정한 관계를 만들고 싶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자신에게 먼저 시간을 투자하라고, 자신을 돌아볼 시간에 집중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 인생의 퍼즐조각은 늘 한 두 개가 비어 있었는데 사실 그 조각들은 제 손에 쥐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쥐고 있던 퍼즐을 내려놓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시간이 한참 지나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내 약함이 숨기고 비난해야 할 골칫덩어리가 아닌 그 누구보다 품어줘야 할 나의 일부였다는 것 또한 깨달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내가 인정하기 싫어했던 것 하나 떠올려 그 모습마저 품어주고 사랑해 준다면 어떨까요? 결국 손에 힘이 풀려 숨겨져 있던 퍼즐조각이 맞춰지는 새로운 경험을 하실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부인이 아닌 받아들이는 태도,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는 지나쳤던 행복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 인생 퍼즐에 그저 한 조각 맞췄을 뿐 여전히 맞춰가야 할 조각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맞춰가야 할지 방법은 알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한 태도가 정답이 수는 없겠지만, 어느 누군가에겐 자신을 돌아봄으로 보다 나답게 살아갈 있는 삶의 퍼즐 조각 짜 맞춰갈 수 있길 바랍니다.



읽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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