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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미 Jul 16. 2024

사실, 나란 사람은 이랬다.

그리고 겸허히 스스로를 받아들였다.



병원을 찾아보고 전화 걸어 예약하기까지 크게 어려운 건 없었습니다. 그보다 자신의 상태를 병원에 알려야 했기에 지나온 자신의 삶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쩌면 끝까지 가리어졌을지도 모를 자신의 민낯이 타인의 진실된 충고(남편은 제게 정상이 아닌 것 같다며 말했습니다) 앞에서 스스로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했던 상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인생을 파노라마처럼 쭉 펼치고 나니, 나란 사람에 대해 조금 더 관대해진 태도로 바라봐지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지금껏 길러주신 부모님에 대해서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까지 자연스럽게 올라왔습니다. 바로 부모님의 삶이 조금씩 이해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꼬이고 꼬여 엉켜 버렸던 삶의 실뭉치가 서서히 풀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불안장애 주요 증상

: 안절부절못함, 긴장 고조, 갇힌 느낌/ 피로감/ 집중이 어렵고 잠을 못 잠/ 과민함/ 근긴장



저는 어릴 적부터 꽤 예민한 아이였습니다. 뭐든 쉬운 게 하나 없었고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었을 정도로 까다로운 여자 아이였습니다. 그럼에도 유년시절은 무난했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후, 조금의 공부머리와 열등감 덕분에? 학업에 열심였던 전 우등생이 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외고에 진학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자존감은 낮아져 갔고 긴장상태의 연속이었으며 심지어 자살 충동까지 느낀 적 있었기 때문였습니다. 그만큼 외부와 내면의 압박감이 심해지면서 식욕은 떨어지고 탈모와 생리불순 등 신체적 고통까지 뒤 따르는 것을 보고 부모님 역시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중간에 자퇴를 하고 싶었지만 "졸업은 하자"라는 부모님의 설득 끝에 고등학교 무사히 졸업? 하지만 다시 대학생이 되어야 하는 또 다른 굴레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또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4년의 대학생활, 교수님 추천으로 1년의 유학생활까지 마치고 취업준비를 할 때쯤 자신을 지긋이 바라봤습니다.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아니 이전보다 더 우울하고 불안한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결국 폭발하게 되었습니다.


성인이 되었지만 뒤늦은 방황을 했고 가출도 했습니다.(할머니댁에 가 있었어요) 그러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고 신혼집 근처서 직장생활을 하며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자 맘먹으며 지냈습니다. 다른 삶이란 제가 주체적인 삶 끌려가는 인생이 아닌 제가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의 삶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끊임없는 불안 또한 해소하거나 덜 불안해지자는 방법을 찾고 실행해 가며 자신과의 싸움을 지속했던 삶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겠다 생각되었을쯤 인생의 안정기가 왔다 느꼈을 때 새 생명이 찾아왔습니다. 바라던 순간이기도 했기에 설레면서도 생각지 못한 아이의 선천적 질병을 알고 난 순간부터 출산, 육아의 삶은 그저 고난이라 여겼습니다. 그렇게 혼자만의 삶이 아닌 아내이자 엄마가 되어 겪게 된 이 삶은 제 인생의 2막을 알리는 순간였습니다. 뭔가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불안한 삶이었기 때문였습니다. 이제 좀 나다운 삶을 살아간다 싶었는데 엄마의 삶은 정반대적 삶이었고 그 안에서 다시금 혼란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피하고 싶었던 습관들 바로 자책과 낮은 자존감 태도는 불쑥 드러날 때 많았고 남들 다 하는 고민과 걱정거리는 제게 있어 큰 부담처럼만 느껴졌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육아는 마치 마라톤 경주와도 같아 쉽게 지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번아웃도 몇 번, 쉽게 몸살도 앓고 툭하면 고열에 시달리며 응급실까지 다녀왔습니다.


제가 결혼을 했고 엄마가 되었다는 상황이 변했기에 나타날 수 있는 고난이라 여겼습니다. 상황이 바뀌면 아이가 좀 크면 고민했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내 마음속 힘듦이 아우성을 치는 것도 모르고 전 그 모든 원인이 제 안의 불안보다 그저 상황 탓 남 탓으로만 여겼던 것였습니다. 진작에 마음을 돌봐야 할 타이밍였는데도 겉으로 드러나는 몸 빨리 치료하고, 변화되었음 하는 상황들 해결하려고만 들었던 바로 급한 불 끄자는 식의 응급처치만 집중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원인은 외부가 아닌 제 안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었고 몸보다도 자신의 마음을 먼저 다스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첫 번째로 전문가에게(의사 선생님) 도움을 받아야겠다 맘먹게 되었고 상황, 타인보다 자신을 돌보는 일에 우선을 두자고 결심했습니다. 결국 제게 늘 뒤따라 다녔던 불안들을 어떻게 다스리고 어떤 생각으로 함께 지내야 하는지의 몫이라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미 불안을 안고 사는 제 선택에 달린 일였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제 불안의 얼굴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음을 명심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나라는 사람은 불안이 많은 아이였기아니 살아가며 내 안의 불안을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였기에 당연한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나라는 사람이 이렇기에 가질 수밖에 없었던 불안의 감정 그 속에서 피어났던 열등감, 자책, 두려움과 우울의 모든 면까지 나타나게 된 것였습니다. 타인이 또는 환경으로 벌어지는 상황 탓이 아닌 그저 자신에게 초점을 맞춰 지나온 인생을 바라보니 결국 해답의 중심은 제 불안에 있었던 것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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