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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 그리고 양념 한 꼬집

by 페트라

세렌디피티란 행운과 같이 쓰이는 말로 스리랑카의 옛 이름인 세렌딥의 세 왕자들이 전설의 보물을 찾지만 실패하는 대신 우연하게 지혜와 용기를 얻은 것을 말합니다.



그리하여 세렌디피티는 ‘몰랐던 것을 우연히 발견’하는데서 유래하였으며 ‘운 좋은 발견의 법칙’이라고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플레밍이 배양실험 중 실수로 푸른 곰팡이를 넣은 것이 훗날 수많은 인류를 살린 항생물질 페니실린을 발견하게 된 것이지요.


강력접착제를 개발하다가 생긴 실수가 포스트잇을 나았고 3M을 글로벌화 했으며, 텐트용 천 납품서를 받은 직원이 실수로 푸른 물을 들인 것을 계기로 청바지를 탄생시킨 리바이 슈트라우스사도 많이 아실 것입니다.


비교적 가까운 예로는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재미 삼아 차고에서 책을 판 경험이 나에게 세렌디피티였다”고 말한 바와 같이 아마존에서 시작한 베이조스가 블루 오리진사를 통해 민간 우주여행을 가능케 한 것입니다.

실로 ‘차고에서 우주까지’ 날아간 것입니다.


위의 예들은 세렌디피티를 정의하기 위한 엄청난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평범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는 세렌디피티가 존재하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세렌디피티는 우리 삶의 영역에 존재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해당됩니다.


우리에게도 ‘뜻밖의 행운’이란 있었고 예상치 않게 일이 풀린 적도 많이 있었습니다.

기억나지 않는다면 알게 모르게 기억의 저 편에 숨겨놓았을 뿐 분명 세렌디피티는 있었습니다.



자, 그럼 저의 세렌디피티부터 털어놓겠습니다.

많이 얘기해온 바와 같이 저는 어려서부터 그 당시로는 난치병 재발 상황까지 겪었고 엄청난 항생제 같은 약에 절여졌기 때문에 허약체질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건강한 몸으로 직장생활을 마쳤으며, 예순이 된 지금도 브랜드 있는 고혈압, 고지혈, 당뇨라는 3대 나이병과 관련한 약은 일체 복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 몸에 감사할뿐이지요.

그렇다고 방심할 것은 아니지요.

왜냐하면 저도 언젠가는 위의 약에 의지할 때가 올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다른 세렌디피티는 ‘범서기의 페니실린이고 3M이며 리바이스 청바지이자 아마존이 된’ 가족 동영상 복원입니다.

제게는 의미 있게 보관하고 있는 동영상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큰 딸아이 결혼식 동영상이고 다른 하나는 저희 형이 공들여 만든 아버지의 추모 동영상입니다.

두 개의 동영상 모두 수십 번씩 리플레이해서 그런지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두 십여 번씩의 버퍼링이 생겼습니다.

특히, 아버지 추모 동영상에는 큰 딸아이가 시집가기 전 명절에 촬영한 동영상에서 음성(우는 장면)이 소거되었습니다.


그런데, 제 딸아이 결혼 5주년을 맞이하여 제가 PPT 영화관 모드로 만들어 선물삼아 축하 메시지와 함께 보내기 위해 다운로드했는데, 두 개의 영상에서 버퍼링과 음소거 영상 문제가 깨끗이 해결되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최고의 세렌디피티가 몸이나 저의 가족들과 관련된 것이라면 세째는 나의 생과 제 처자식을 먹여 살려준 직업 얘기입니다.


저는 장교로 복무했습니다.

장교는 주간에는 바쁠지라도 야간에는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있었습니다.

저는 그 자유시간에 “공부나 해볼까”하는 마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상식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시간이 저에게 세렌디피티가 될 줄은 상상이나 했을까요.




오래된 기억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저의 입사시험은 종합상식과 국어, 국사, 영어, 그리고 논술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영어는 겨우 60.5점으로 턱걸이를 했을 것이구요.

나머지 국어와 국사, 논술은 저에게 기회였고, 특히나 군복무 시절 심심풀이로 공부한 상식은 자신감을 북돋아주었습니다.


이 세렌디피티가 저의 직업 평생을 이끌어 주었으며, ‘운 좋은 사나이 범서기’는 입사는 물론 승진 시험에서도 매우 좋은 시험운의 덕을 입었습니다.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시험을 치룰 기회는 있을 수도 있지만, 예전과 같은 운을 쓸 때는 없을 듯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의 저의 세렌디피티는 ‘시험운’보다는 ‘루틴’입니다.

루틴은 한마디로 축약하면 일상입니다.

루틴은 나를 안정되게 하지만 지루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 때는 한 꼬집의 양념을 더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 양념 한 꼬집이란 미세한 변화 내지는 지속적인 노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루틴은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습관과는 조금 다릅니다.

건강을 더 증진하기 위해서 운동 방법을 달리하고, 뇌를 활성화하기 위해

외국어 공부나 새로운 암기꺼리를 찾아 외워나가는 것입니다.

또다른 루틴은 지금까지 전혀 해본 적이 없는 악기를 배우는 것입니다.사실 20여년 전부터 장롱 속에서 빛을 못 보고 있는 악기 팬플룻이 있습니다.

팬플룻을 접한 계기는 40세 즈음 어느 날 퇴근길 지하철 역사에서 잉카인들의 공연을 보고 매료되었을 때였습니다.

다음 날 세운상가에 가서 바로 팬플룻을 구입하여 연습을 시작했습니다만, 그 때는 한창 일하는 때였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몇 번 연습하고 말았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제 루틴에는 팬플룻 부르기가 하나 장착되었습니다.

하루에 십 분 정도.

겨우 도레미파솔라시도만 부르는 연주입니다만 제게 꽤 만족을 줍니다.

한 가지 더, 공직에 있으면서 업무 중심으로 사람을 만났습니다마는 이제 부터는 친분 있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의 자연스런 만남을 갖는 것으로 저의 세렌디피티를 만날 확률을 높일 것입니다.

제 삶에는 그런 일이 많았습니다.


‘예기치 않는 행운’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세렌디피티 법칙’은 하루하루 열심히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 이들에게 찾아오는 우연이라고나 할까요.

인생에 행운이 들어 올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야하는 것이야말로 세렌디피티의 첫 법칙입니다.


세렌디피티는 그냥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쟁취하고 노력하는 것이며, 따라서 그저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세렌디피티를 크게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저 소확행일수도 있지요.

반가운 사람 만나기 그리고 좋은 소식을 들었을 때가 될 수도 있고, 좋은 영화를 만나고 듣고 싶은 음악을 접하게 되는 것도 그 것입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다음 글을 쓰기 위한 좋은 문구와 음악, 영화를 만나는 것이 세렌디피티입니다.




과연 세렌디피티는 언제 내 삶에 들어올 수 있을까요?

그냥 우두커니 앉아있다고 찾아오진 않을 것입니다.

‘귀차니즘’에 빠져 홀로 성에 갇혀있을 때 세렌디피티는 외면하고 맙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지요.

‘귀차니즘’을 잠재우고 기꺼이 행동에 나선 사람들에게 하늘이 선사한 ‘뜻밖의 선물’이 바로 세렌디피티인 듯 합니다.


세렌디피티는 ‘뜻밖의 즐거움’을 가득 실은 화물선입니다.

그 화물선은 세상의 행운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뜻밖의 즐거움’은 많은 ‘우연’에서 옵니다.

무리가 안되는 선에서 저지르세요!


많은 분들! 내 인생행로에서 도움이 되었던 분들을 만나보세요!

지금의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입어보시고, 새로운 것을 먹어보시고, 새로운 곳에 살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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