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할수록 내 안에 생성되는 사랑

사랑한다고 말할수록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by YearoftSea



나는 그와의 전화를 아주 좋아하고 또 싫어했다. 그가 "이따 전화하자"라고 말하는 날이면 저녁에 할 일을 후딱 해치우고, 나이트 루틴을 앞당겨 모든 잘 준비를 마쳤다. 전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잔잔한 음악도 틀어놓고, 좋아하는 노란 스탠드를 켜고 그를 기다렸다. 그와 전화를 하는 시간은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고 기대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종종 예상치 못한 상황들로 그와 전화를 하지 못하는 날이면 기분이 공허해졌다.


생각해 보면 내가 좋아하는 우리의 모습은 연애초처럼 밤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하는 것이었다. 쏟아지는 잠을 견디면서 사랑의 도파민의 잠 못 이루며 중얼거리던 그 밤이 내게 큰 낭만이고 사랑이었다. 하지만 서로가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고,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유일하게 서로 목소리를 듣는 소중한 시간을 아프게 썼다. 전화로 참 많이 다퉜다.


그는 늘 나에게 전화 태도를 지적했다. 어느 날에는 피곤하다는 애인에게 그럼 자러 가라며 잘 자라고 했다가 너무 차갑게 이야기를 한다고 꾸중을 듣고, 그 후에는 아쉬움을 한가득 표현했다가 부담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통화를 하다가 침묵이 생기면 "말을 좀 하라"라고 하고, 그 침묵을 깨고 허무맹랑한 질문들을 던지는 날에는 "침묵을 깨려 하지 말고 편안하게 받아들이자"며 많은 질문이 압박이 된다고 네게 말했다. 그 이후로는 통화를 하기 전에 심장이 뛰었다.


연애 초에는 편하게 누워서 통화를 했지만, 지적을 받은 이후에는 무조건 책상 앞에 앉아서 메모장으로 할 말들을 끄적거리며 잔뜩 긴장을 하고 통화를 했다. 연애초에는 애인과 ‘만약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애인이 싫어한다는 것을 뒤늦게 안 후로는 앞으로의 데이트 코스나 현실적인 사회문제들을 위주로 이야기를 꺼냈다.


애인은 네게 전 애인들 이야기를 하며 "사랑한다는 말은 정말 마음에서 우러날 때 하고 싶었어"라고 했다. 전 애인들은 사랑을 갈구해서 그게 너무 벅찼다 말했다. 그러면서 내게는 사랑한다는 말을 정말 많이 했다. 하지만 나는 그에 비해서 사랑한다는 표현이 적은 편이었다. 그가 사랑한다고 말하면 나도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먼저 사랑한다고 말할 때는 그리 많지 않았다. 나도 그저 마음에서 우러날 때만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애인은 나의 표현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문제 삼지 않았지만 가끔씩 나에게 "너는 사랑한다는 말을 가뭄에 콩 나듯 해" "너는 표현이 적은 편이잖아"라고 말해며 내심 서운함을 표현했다. 그리고 나를 꼭 껴안고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달라 했다. 그 말을 들을 때면 신기하게도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며 심장이 아렸다. 그래서 진심으로 사랑한다 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사랑한다고 말할수록 정말 그를 향한 사랑이 커졌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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