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소소한 어린이날 선물

< 서른다섯 살, 2022. 5. 4. 수요일 >

by 장난감공장

< 서른다섯 살, 2022. 5. 4. 수요일 >

#아이 #육아 #더 큰 자극과 보상

#아이에게 물건의 소중함을 알려줄 때



어린이날이 다가오자 양가 할머니들께서 아이 선물을 사주라며 용돈을 보내 주셨다. 아이에게 할머니들의 소식을 전하며 어린이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어린이날 선물로 무엇을 가지고 싶은지 물으니 주저 없이 '마리오 레고'라고 대답했다. 나와 아내는 흔쾌히 '그러자'라고 말하지 못한 채 잠시 눈을 맞추었다.






아이가 처음 레고를 접하게 된 것은 첫 번째 칭찬 스티커를 다 모았을 때였다. 새로운 음식에 도전했거나 스스로 양치를 했을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잘 치웠을 때 스티커를 하나씩 붙일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잘한 일들이 모이고 나면 갖고 싶은 것을 사주기로 했는데, 그때 아이의 눈에 들어온 것이 '경찰 레고'였다.



처음 갖게 된 경찰 레고를 조립하는 아이의 모습은 신기했다. 작은 손으로 설명서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부품을 맞춰나가는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경찰서가 하나 만들어졌을 때 아이는 물론 나와 아내도 무척 기뻤다. 네 살짜리가 스스로 레고를 조립하다니. 아이는 레고를 다 만들고 나면 주저 없이 그것을 부수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했는데, 어느 순간 한 번 질리거나 싫증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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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칭찬스티커가 가득 찼을 때 아이는 다시 레고를 샀다. 눈을 껌뻑이며 귀여운 소리를 내는 마리오 세트였다. 이번에도 레고를 차근차근 조립했고 굉장히 즐거워하며 그것을 잘 가지고 놀았다. 자신이 잘한 일에 대해 칭찬을 받고, 그 대가로 선물이 주어지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놀며 흥미를 느끼는 과정은 꽤 괜찮은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이가 가진 레고가 늘어날수록 나와 아내는 불편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칭찬스티커를 다 모은 아이는 항상 '이번에는 어떤 레고를 사줄 거예요?'하고 물었다. 그렇게 장난감 가게에 가면 그 전보다 더 크고 화려한 레고 세트를 골랐다. 아이 스스로 맞추기 어려운 레고들이었다. 집에 와서는 선물로 받은 레고를 포장만 뜯어 놓은 채 내팽개쳤다. 그러면 그것을 조립하는 건 나와 아내의 몫이었다. 레고가 다 완성되면 아이는 잠시 관심을 보이다가 곧바로 장난감 바구니에 넣었다. 장난감을 소중히 여기지도, 그것을 만들며 느끼는 성취감도 없는 활동이 되어가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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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선물로 아이가 '마리오 레고'를 외쳤을 때 나와 아내가 망설였던 이유였다. 하지만 이미 갖고 싶은 선물을 사주겠다고 큰 소리를 쳐놨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걱정을 안고 집 근처 장난감 가게에 들어섰을 때 아이는 익숙하게 레고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눈독을 들여온 그 녀석을 가리켰다. 악당 중에 악당, 대왕 쿠퍼가 살고 있는 성을 조립하는 레고였다. 여태까지 중 가장 크고 화려한 세트였다.



아내는 레고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아이에게 조곤 조곤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이 번에는 이 레고를 살 수 없을 것 같은데?"


아이는 시무룩해져 왜 안되냐고 물었다.


"박스에 적힌 숫자 보이지? 여기에는 7이라고 쓰여 있어. 일곱 살부터 이 레고를 살 수 있다는 뜻이야."


나는 바닥에 앉아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아내가 하려던 말을 이어갔다.


"이 레고는 드림이가 맞추기가 어려울 것 같아. 대신에 다른 장난감을 사서 집에 있는 레고들이랑 같이 놀아볼까?"


울음을 터뜨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무렇지 않게 다른 레고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작은 박스 하나를 집어 들었다. 마리오가 입을 수 있는 개구리 같이 생긴 옷이었다. 그러면서 "그럼 이 옷을 사서 마리오에게 입혀주면 되겠네" 하고 말했다. 아이의 행동에 순간 마음이 약해져 '그거만 사도 괜찮아?' 하고 몇 번을 물었지만 아이는 '응 괜찮아. 얼른 집에 가서 열어보자'하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집에 와서 우리는 다 같이 바닥에 앉아 그동안 모아 왔던 레고들을 꺼내보았다. 그리고 그것들을 전부 한 곳에 쏟아 새로운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는 마리오에게 개구리 옷을 입혀주고는 만족한 얼굴로 레고 친구들이 살 집을 만들었다. 투박하지만 제법 그럴싸한 것들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한참 동안 구석에 처박혀 있던 레고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내며 놀았다. 다시 아이가 레고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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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 이야기를 할머니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아이가 갖고 싶은 것을 사주라고 신신당부하셨기 때문이다. 장간감 가게에서 일을 들으신다면 '아이에게 좋은 것 좀 사주라며 용돈까지 보내줬더니 기껏 10불짜리 레고 옷이나 사줬냐'라고 한 소리 하실 것 같다. 그냥 애가 사달라는 걸 사주지 뭘 그렇게 아꼈느냐며. 어렸을 때 자식들에게 못해주신 걸 손주에게 해주고 싶은 그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된다.



나와 아내는 아이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성취감을 느꼈으면 한다. 그리고 그것을 소중히 생각한다면 더없이 좋겠다. 그리고 지금처럼 원하는 게 있다면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아이 방에 붙여둔 칭찬스티커가 다 모였을 때 이번에는 아이가 어떤 선물을 사달라고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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