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띵동 하고 위메프 알림 메시지가 뜬다. "2천 원 쿠폰?" 득달같이 사이트로 들어가 본다. 몇 개 업체 상품권 구매에 한하여 적용된단다. 그래도 2천 원은 공짜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래서 요즘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 속에 나오는 GS편의점 상품권 3천 원짜리를 0원에 구매했다. 이벤트 쿠폰 2천 원+포인트 1천 원 해서 공짜로 3천 원 상품권을 받은 셈이다.
나는 기분이 좋아서 싱글거리는데, 하늘은 온종일 장맛비로 계속 찌푸려있다. 퇴근한 남편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서 같이 산책을 나가자고 한다. 옳거니, 편의점 상품권도 써볼 겸 선뜻 내가 먼저 앞장을 섰다. 접는 우산 두 개를 챙겨 들었다.
우산 한 개는 작은 내 가방 속에 들어가지만, 나머지 한 개마저 내 가방 속에 집어넣기엔 가방도 작을뿐더러, 일단 무거워진다. 내가 짊어질 수 있는 한도 이상의 무게를 메고 다니면, 산책길이 그다지 즐겁지가 않게 되어버린다.
나는 인생을 매 순간 즐겁게 살고 싶은 사람이다. 내가 짊어질 수 있는 만큼만 해보다가, 아니면 아예 내려놓는다. 그걸 포기라거나 패배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내 능력에 걸맞은 분수라고 생각했고, 이 길이 아니라면 또 다른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산 한 개를 얼른 남편의 오른손에 쥐어주었다.
"당신 지난주에 양복점에서 보니까, 오른쪽 어깨가 내려왔더라. 아직도 어깨 발란스가 안 맞네~"
너스레를 떨면서 말이다. 남편은 젊어서부터 어깨 높이가 짝짝이었다. 늘 왼쪽 어깨에 가방을 메고 다니던 습관 때문이었다. 날 따라다니던 이십 대부터 그랬지만, 그때는 그 어깨를 고쳐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저 사람을 어떻게 하면 떠나보낼까 궁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네를 한 바퀴 돌다 보면 우연히 GS편의점이 보이겠지 싶었다. 그런데 자꾸만 세븐일레븐과 CU만 보인다. 이상하다. 우리 동네에 GS가 없었나? 자꾸만 골목길로만 안내하는 나를 보고 남편이 드디어 한 마디 한다.
"뭐 쿠폰이라도 생겼어? 어딜 찾기라도 하는 거야?"
남편은 원래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다리가 아파서 저러는 게 아니다.
"응, 내가 당신 담배 한 갑 사주려고, GS편의점에서, 흐흐, 3천 원짜리 쿠폰 생겼어~"
그 말을 들은 남편이 걱정 말라는 듯이 앞장을 선다.
"진작 얘기하지, GS 저쪽에 있어."
남편은 담배 사러 편의점을 자주 방문한다. 온 동네 좁다란 뒷골목까지 모르는 데가 없다. 우리 동네에 이렇게 골목길이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저기 내가 찾던 편의점 간판이 보인다. 담배 제목이 뭐냐고 묻는 마누라에게, 남편이 "히츠 눌"이라고 대답한다. 나는 그게 뭐라고 까먹지 않으려고 입으로 되새기며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히츠 눌 주세요" 하니까, 편의점 아저씨가 "이거 히츠 한정판이에요, 몇 개 안 남았어요" 하면서 담배 한 갑을 건네준다. 휴대폰을 열어 상품권 쿠폰을 보여주는데, 어라, 편의점 바코드 기계가 인식을 못한다.
아저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이건 담배에는 안되나 봐요."
뭣이라? 여기를 찾아 돌고 돌아왔는데, 3천 원 상품권을 쓸 수가 없단다. 할 수 없이 내 카드로 담배값을 계산하고, 3천 원 상품권으로 음료 두 개를 샀다. 그새 편의점 밖에서 담배 한 가치 태우고 있던 남편에게 한정판 담배 한 갑과 음료 캔 하나를 건넸다.
"그거 리미티드 에디션이래~"
다른 집 마누라들은 돈 벌어서 남편한테 한정판 명품 지갑도 사준다던데, 나는 고작 한정판 전자담배 한 갑을 남편에게 사줬다. 한정판이라는 말에 남편의 팔랑귀가 솔깃해지나 보다.
빗방울이 소리도 없이 내리는 밤에 남편은 한정판 담배를 다시 입에 물고, 나는 편의점 앞 파라솔 의자에 앉아 음료 캔을 마시며 생각한다.
'맥주를 살 걸 그랬나?'
맥주를 사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운 밤은 그렇게 흘러가고, 특별할 것이 없는 하루가 동네 편의점 앞에서 잠시 머물러 있었다. 평범하고 평화로운 밤이었다.
(2020년 7월 14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