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아랫도리가 묵직해지고 있다는 표현에, 이번엔 검은표범이 상기된 얼굴로 이야기를 낚아챘다.
"이건 뭐 포르노도 아니고, 이러다 두 남녀의 섹스 장면까지 노골적으로 묘사되겠네요. 아까 작가님 말씀처럼 이 작품의 기획의도를 벗어난 높은 수위의 묘사는 가급적 자제해주시면 좋겠어요."
한껏 달아올라있던 파란하늘이 공개적으로 들통난 탐욕이 부끄러워서라기 보다는, 누군가의 반발로 좌절된 섹스가 못내 아쉬워서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검은표범에게 비아냥거리듯이 앙칼지게 대들었다.
"그럼 검은표범님이 등장하시죠~"
그러자 검은표범이 계획대로 되었다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적토마 역시 파란하늘처럼 호텔로 가야 하나 망설이고 있었다. 잠시 도로 왼편 쪽에 서있는 호텔 건물 쪽으로 시선을 돌린 사이, 오른쪽으로 진입하는 차와 접촉사고가 났다. 뒤에 있던 차주가 급하게 내려와 적토마의 외제차 상태를 확인한다. 두 대의 차가 다른 차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도로 옆으로 차를 뺐다. 적토마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파란하늘도 상황이 궁금해서 따라 내렸다. 그때 파란하늘이 뒤의 차주를 알아보았다.
"신부님 아니세요? 요한 신부님~ 저 스텔라예요."
앞차가 외제차라서 골치가 아프다고 생각하고 있던 뒤의 차주 검은표범이 파란하늘을 한눈에 알아본다. 잊을 수 없던 얼굴이었다.>
검은표범이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듯이, 탁자 위에 놓인 물 잔을 들어 단숨에 마셔버렸다. 그의 행동이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 모두를 미묘하게 긴장시켰다. 그가 다시 이야기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검은표범의 이야기는 1인칭 화법으로 전개되었다.
<너를 만나고 나의 슬픔이 시작되었다. 나는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부제품, 사제품을 받고, 어느 본당에 보좌신부로 부임했다. 너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교리교사와 성가대 활동을 하는 예쁜 여자였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너는 재즈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낮에는 피아노를 가르치는 일을 했다. 너를 처음 본 순간을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한다.
성가대 피아노 앞에 앉아 있던 네가 나를 보자 웃으며 일어났다. 오늘처럼 너는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
"신부님, 저는 스텔라예요. 아까 미사 시간에 주임신부님께서 신부님 소개를 너무 임팩트 있게 해 주셔서, 오래전부터 잘 아는 분 같아요~"
백발이 성성한 주임 신부님은 신자들에게 나를 천재적인 작가가 될 신부라고 소개했었다. 그래,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신처럼 내가 만든 세상에서 등장인물들을 내 마음대로 조종하고 싶었다. 하지만 너를 본 순간, 나는 너의 남자가 되고 싶다는 한 가지 소망만을 갖게 되었다. 너로 인해서 다른 꿈들은 사라지고, 내 삶 전부의 주인은 바로 네가 되어버렸다.
매일 너를 보는 즐거움만이 내 삶의 유일한 기쁨이었다. 너를 내 앞에 보내주신 신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건 마땅했지만, 신도 더 이상 내게는 의미가 없었다. 그때 너는 스물 넷이었고, 나는 서른 하나였다. 내 삶의 목적지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너는 순결하고 꽃같이 아름다웠다. 고등학교 시절에 단 한번 보았던 영화에서 여자의 성기를 본 적이 있었다. 너의 벗은 몸을 상상하며 나는 매일 밤 죄의식을 느꼈다. 그렇게 숱한 불면의 밤들과 싸우고 다시 해가 뜨면, 나는 다시 너를 볼 수 있다는 희망과 기쁨으로 생명을 유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네가 스물여섯에 너의 꿈을 접고 부잣집 아들과 결혼을 했다. 나는 삶의 기쁨을 잃어버렸다. 나는 너의 결혼식날, 어느 여자와 첫 섹스를 했다. 만취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여자와 일 년을 만났다. 하지만 나는 너를 단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나는 스스로 사제 옷을 벗었다.
그리고 운명처럼 너를 다시 만났다. 충돌사고가 난 것이다. 네가 옛날 그때처럼 먼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떠나온 신에게 다시 감사 기도를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