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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신 Oct 24. 2024

현재의 나는 내가 아니다 『불안』

개똥 철학 탈출기

 한때는 내 인생은 회복할 수 없고 그 무엇도 나를 변화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강한 방어벽을 세워 나만에 세상을 만들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고, 세상을 알고 싶지 않았다. 새로운 걸 거부했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스스로를 깊이 파헤친다고 생각했다. 나만 제대로 살고 있는 줄 알았다. 스스로 마음을 갉아먹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를 만나면 남이야기를 흘려듣고 내 중심으로 얘기했다.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닌 이기려고 하는 나 자신을 봤다. 사람들이 나를 점점 피했다. 나는 잘못이 없고 사람들이 이상한 줄 알았다. 마치 세상은 내가 어울리지 못하는 곳 같았다.

 약해 보이지 않고 강해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이상한 고집과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오랜 시간 장애와 불안함을 견뎌내는 나름대로의 살아남는 방식이었다.


 알랭드 보통의 『불안』은 불안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불안이 생긴 원인을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이라는 다섯 가지로 분류했고, 해결 방법으로는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를 제시했다.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 -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 이야말로 불안과 울화의 원천이다. _ 알랭드 보통 『불안』



 나만에 개똥 철학은 부정적인 마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비슷한 생각들이 마음에 자리를 잡으니 어느새 견고해져 떨쳐내기 힘들었다.

나는 항상 누군가와 비교하고 목표가 거대했다. 부정적인 에너지를 가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스스로 움켜쥐고 있는 것을 놓지 못했다.

알랭드 보통이 말한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불안하다는 게 내 모습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봤다. 나를 가장 힘들 게 한 건 남들보다 뒤처진 내 모습이었다. 장애를 가지고도 여러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내가 한없이 작아졌다.

 

 굳어진 생각들을 걷어내고 스스로를 인식하기까지 수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했던 위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불안함을 알고 공감하는 것보다 어떤 상황에 힘들어하는지 질문했다.

 '내가 이 상황이 힘들구나. 그 이유가 뭘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다. 나는 온통 내 중심이었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나는'으로 시작했고, 남 이야기를 듣기 싫었다. 그런 나를 사람들이 피하면 괴로웠다.

 나는 항상 불안해하면서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만에 방어벽은 나를 위한 게 아니었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핑계일 뿐이었다.



 자존심 = 이룬 것 ÷ 내세운 것 (제임스의 방정식)

 시도가 없으면 실패도 없고, 실패가 없으면 수모도 없다. 따라서 이 세계에서 자존심은 전적으로 자신이 무엇이 되도록 또 무슨 일을 하도록 스스로를 밀어붙이냐에 달려 있다. 이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자기 자신의 잠재력에 대한 실제 성취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 _ 알랭드 보통 『불안』



『불안』에서 제임스의 방정식을 보면 내가 투자하거나 노력한 것보다 이룬 게 많아야 만족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이루려는 것을 줄인다면 자존심을 높이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내가 이룬 것보다 미래를 안내해 준 과거의 험난했던 길들이 오히려 내세울 게 되었.

 극도로 힘들고 불안했던 시간들이 많은 것을 깨닫게 만들었다. 진정한 나를 보게 했다.

 내 중심 대화가 아닌, 상대방으로 시선을 바꿨다. 쉽지 않았지만 내 이야기가 하고 싶으면 5초 정도 참았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해되지 않던 사람들의 행동과 말이 점점 거슬리지 않게 되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불안을 가져오는 게 자연스러운 거였다. 혼자 남겨지는 두려움, 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알 수 없는 미래를 떠올리면 행복하기만 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지금의 마음이 인생 전체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저 흔한 마음일 뿐이었다.

 나는 우주 안에 하찮은 존재일지 모른다. 자신을 너무 낮추지도 너무 높일 필요 없다. 언젠가는 다 사라질 일이다.

  지구상에 나는 하찮지 다. 지나 보니 모든 시간들이 내 마음의 울타리가 되었다. '이렇게 힘든 일이 내게 일어나다니.' 걸어온 길이 미래로 안내해 준 기분이다.

 지금 당장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어딘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세상에 이치를 다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스스로를 이해하려 한다. 현재의 나는 인생 전체의 내가 아니다. 나의 일부다. 불안하지 않으려고, 더 좋은 내가 되려고 너무 애쓰지 않으려 한다.


   광대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사회적 위계 내에서 우리가 하찮다는 느낌은 모든 인간이 우주 안에서 하찮다는 느낌 안에 포섭되면서 마음의 위로를 얻게 된다. _ 알랭드 보통 『불안』    



저자 알랭드보통 / 출판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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