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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신 Oct 28. 2024

삶은 나의 이야기로 이어지길  『인생 수업』

만약 죽음 앞에 간다면

 '오늘을 마지막 하루처럼 살라.'는 말이 있다. 알지만 매번 상기시키기 어렵다. 그러나 만약 병으로 살 날이 일 년 남았는데 건강해져 더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다르다. 그 힘으로 내가 여기까지 온 것 같다. 

 10년 전 엉덩이에 생긴 상처가 점점 커졌다. 입원을 하고 치료하던 중 염증이 심해 뼈까지 전이된 것 같다고 마음에 준비를 하라 했다. 죽을 수도 있는 거였다. 다행히 수술 후 6개월이라는 회복 기간을 지나 나았다. 마치 다시 사는 기분이었다.


 그전엔 하고 싶은 게 없었다. 나는 사라진 것 같았고 껍데기만 남은 것 같았다. 죽음 앞에 간 후 새 삶으로 변했다. 삶을 이어갈 의지가 없고 사람들에게 관심 없던 내가 잘 살아가고 싶었다.

 죽음 앞에 가면 왜 삶이 더 분명하게 보일까? 아마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시간이 삶을 제대로 바라보게 하는 건 아닐까.


 당신 안에는 정의 내릴 수 없는 불변에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그것은 없어지거나 나이, 질병,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않습니다. 당신 안에는 태어날 때부터 갖고 나온, 지금까지 지니고 살아왔으며 죽을 때도 함께 할 진정한 모습이 존재합니다. 놀랍게도 당신은 변함없이 당신인 것입니다. _엘리자베스 퀴블로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인생 수업』       



 책 『인생 수업』 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와 데이비드 케슬러는 죽음 직전의 사람들을 돌보며 인생에서 배워야 할 것을 책으로 만들었다.


 나는 나보다 남에게 신경을 많이 썼다. 남에게 보이는 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하며 잘 보이고 싶었다.  남에게 기대한 만큼 실망하게 되고 점점 지쳤다. 내가 아닌 남을 향해 변했다고 비난했다.   

 남 탓을 하면 잠시 편하다. 남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기 자신에겐 관대하다. 남의 결점은 고치고 싶어 하면서 정작 스스로는 비난받고 싶지 않는다. 스스로를 잘 몰라서, 내겐 흠이 그다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 비판이나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 친구가 있다. 만나고 나면 항상 기분이 좋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항상 자기 자신과 대화 상대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말했다.

 "너는 왜 남 이야기를 안 해?"

 "내 이야기하기도 모자란데 남 이야기 할 시간이 어디 있어."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를 알려고 노력했지만 힘든 이유를 알았다. 나는 스스로에게 관심이 없었다. 내 관심은 오로지 남이었다.

 삶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내 안에 이미 있었다. 남이 아닌 자기에게 시선을 돌리면 내가 누구인지 알기 쉽다.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은 다른 사람을 고치는 것보다 훨씬 쉽고 위험이 적다. 꼬여있던 마음을 풀기도 수월하다. 내가 마음을 열면 그만이다.


  

 때로 우리는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들에서 어떤 부분이 달라진다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바라는 이유는 관계를 통해서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배우자를 바꾸거나 관계를 변화시키면 완벽해지고 행복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실로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우리의 행복은 상대방을 ‘더 좋게’ 바꾸는 것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_엘리자베스 퀴블로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로 로스는 삶은 자신 안에서 나와야 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면 답을 얻을  수 없다. 누군가를 찾는 것보다 자신을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만약 죽음 앞에 가게 되더라도 세상을 원망하거나 사람을 미워하며 시간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그 시간에 사랑하는 가족과 맛있는 밥을 먹고 좋은 풍경을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다고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당장 세상을 떠나도 괜찮다고 하지만 진짜 속마음은 오늘이 아니길 바란다.



 ‘만일 내가 더 살도록 선택받았다면, 난 지금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가?’_엘리자베스 퀴블로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인생 수업』      



 어느 날 떨어지는 나뭇잎을 바라봤다. 바람이 세차게 부니 사귀들이 와르르 떨어졌다. 마지막 잎새처럼 붙어있는 나뭇잎들은 온 힘을 다해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어찌 보면 떨어진 잎도, 매달려있는 잎도 어떤 게 나은지 말할 수 없다. 떨어진 잎이 거름이 되어 그 나무에 양분을 주고 다시 잎을 나게 하기에, 아무런 정의를 하지 않으련다. 그저 묵묵히 시간의 순리에 나를 맡길 뿐이다.  

 죽음을 떠올리면 끝이 아니라 매일을 살아가는 힘이다. 나는 오늘을 더 살도록 선택받았다. 오늘이 나의 이야기로 이어지길 바란다.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로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 출판 이레


 그동안  『결론은 사랑이 아닐 수 있다』를 읽어주시고 정성스럽게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글로 인연이 된 작가님들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매일 읽고 쓰겠습니다.
삶이 당신의 이야기로 이어지길 바라며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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