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친구 중가장 성공한 친구가 있다.얼마 전 요리학원 원장이었고 지금은 대학 교수다. 겉으로 보이는 직업이나 명예가 성공일 수 있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친구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돈이 없어 낮에 학교에 가고 밤엔 맥도널드 라이더로 일했다. (그곳에서 최초 여자 라이더였다고 한다.) 학교 졸업 후엔 식당을 운영하며 대학원에 들어갔다. 요리학원을 차리게 되었고 대학에 강의를 나가게 되었다.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떤 위기가 와도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와 성실함이다. 정말 쉽지 않다. ‘오늘만’이라는 핑계가 항상 나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기 힘들다.
뭔가를 시작하는 것보다 꾸준히 하는 게 더 어렵다. 매일 같은 것을 반복하는 힘은 평범함이 아니라 특별함이다.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성실히 글을 쓴 현장과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나는 하루키가 천재적으로 타고난 재능인 줄로만 알았다. 스스로에게 특별한 힘이 있다고 했지만 제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매일 습관을 만들어가며 글을 썼다.
전업 작가가 된 뒤로는 그렇게까지 바쁘진 않았지만,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현실적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하고 일상적으로 운동을 하고 그 덕분에 밤에 어딘가에 나가는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_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하루키는 자신의 시간을 쪼갰다. 글을 쓰는 나머지 시간은 글을 쓰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운동했다. 성공한 사람들의 시간은 얼마나 많은 고생으로 이뤄진 걸까.부단히 노력하며 체력을 길렀다.
하루키는 글에 대한 피드백을 지적받으면 무조건 고친다고 했다. 스스로 완벽한 문장은 없다고 여기며 고친다는 자세가 놀라웠다. 그 정도 내공이면 주위의 조언을 겸허히 받아들이기가 힘든 위치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잘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게 겸손이 아니었다. 스스로 잘한다고 여겨져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게 겸손이었다.
뭔가를 시작하기 전 마음이 움직인다고 행동으로 옮겨지는 게 아니다. 실행까지 가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된다.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도 이토록 노력하는데 내가 뭐라고 하루 한두 시간 글 쓰고 힘들다고 했다.
자신만의 오리지널 문체나 화법을 발견하는 데는 우선 출발점으로서 '나에게 무엇을 플러스 해간다'는 것보다 오히려 '나에게서 뭔가를 마이너스 해간다'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살아가는 과정에서 너무도 많은 것을 끌어안고 있습니다. _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대학 교수가 된 친구는 누구보다 뛰어나 성공한 걸까. 누군가는 딸린 가족이 없으니 해낸 거라 여길지 모른다. 놀랍게도 친구는 혼자서 아이 셋을 키우며 모든 것을 다 해냈다. '나는 친구처럼 살 수 있을까?'비슷하게라도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누구보다 환경이 좋지 못해도 재능이 덜 하더라도 하고자 하는 사람을 이길 순 없다. 친구는 한 10년 전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원래 전공이 아니었던 요리로 대학을 들어가 라이더 일을 함께했다. 전공을 살려 가게를 운영하며 대학원을 다녔다. 이어 학원까지 운영하며 자신의 에너지를 쭉 사용했다.
내가 참 대단하다고 하니 '할 수 있는 게없으니 뭐라도 하나씩 한 거지.'했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불평이 아닌,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게 무엇인지 볼 줄 알았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내가 가진 능력을 모조리 쏟아부어 소설을 쓰고 싶다. 안된다면 뭐, 그때는 어쩔 수 없다. 다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게를 팔고, 장편소설을 집중해서 쓰기 위해 도쿄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도회지를 벗어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하고 체력 유지를 위해 날마다 달리기를 했습니다._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끊임없이 반복하는 힘은굳건한 마음과 체력에서 나온다.목표까지 갈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마음을 지지해준다.
마음처럼 따라오지 않는 체력이라면 멱살 잡고라도 가야 한다. 하루키가 글쓰기를 위해 매일 달린 것처럼, 친구가 꿈을 위해 매일 연습한 것처럼 밀이다.
스스로를 가로막는 것은 현재 초라해 보이는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잘 된 사람은 거의 없다. 초라한 나와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해야 다음 걸음을 디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