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의 숲 Apr 15. 2020

타인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타인을 의식하는 삶에서 벗어나자




내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그만두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정말 쉬려고?", "앞으로 계획 있어?", "이제 뭐 할 생각이야?"와 같은 걱정 섞인 물음이었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서 질문한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당시 불안했던 내 마음 때문인지 대부분은 '이 일을 그만두고 네가 무엇을 할 수 있겠니', '세상이 그렇게 쉬운 줄 아니'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 같았다. 조급한 마음은 이렇게 나를 삐딱하게 만들었다.



이런 종류의 질문이 불편하고 싫었던 이유는, 사실 나에게는 꼼꼼하게 체계가 잡힌 계획이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그 해에 나는 정말 많이 지쳤었고 처음으로 직장에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현실의 행복에 가려져 있던 오랜 꿈을 찾아들었을 뿐이었다.  



어쩌면 나는 사람들의 이런 시선이 두려워 그동안 도전하기를 꺼렸던 것 같다. 세상에 증명된 별다른 재주도 재능도 없으면서 이것저것 하고 싶다고 말하면, 잘 될 거라는 응원보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듣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속에 있는 말조차도 내 말을 듣는 사람을 봐가면서 말했다. 나는 왜 그렇게 내 속을 드러내는 것에 어려움을 갖고 있었을까.



지난날들을 생각해보면 나는 늘 그랬다. 대학 시절, 가식적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나는 그 연예인이 맘에 들지 않으면서 좋다고 말했고, 용돈이 부족해서 못 가면서 취향이 맞지 않아 안 간다고 말했고, 사실은 그 일이 괜찮지 않으면서 괜찮다고 말했다. 나는 그렇게 나를 가리는 것이 상대를 위한 배려라고 착각했다.



그러나 함께 지낸 시간이 오래 지나면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게 된다. 그렇기에 나의 이런 말과 행동들은 아마도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을 것이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많이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그때의 나는 어렸기에 그랬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안쓰럽게 생각한다. 나는 지난날의 나를 끌어안아줄 수 있지만 그들의 마음도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를 돌아봐도 타인을 의식해서 하는 말과 행동은 진실이 되기 어려웠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쉴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예전처럼 가식적으로 꾸며서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아직은 아무런 계획이 없고 일단 푹 쉬려고요!'라고 대답했다. 그 사람이 속으로 나를 나약한 존재라고 생각하든, 사회생활을 못한다고 무시하든, 별다른 것을 이루기 어려울 거라고 예상하든 상관없었다.



서른까지 살아보니 사실 다른 사람들은 내 걱정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나가는 인사로 물음은 던지던 사람 중에 지금 나에게 연락을 해서 내 계획과 진도를 체크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이렇듯 각자의 세상이 있는 것이다. 각자의 최대 관심사는 각자의 삶이다.



그러니 무엇인가를 도전하려고 할 때 너무 많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글을 쓸 때도 나쁘게 비치고 싶지 않아서 좋았던 일만 예쁘게 적고는 했는데, 그런 습관도 돌이켜보면 타인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사실은 실패하고 후회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사람들은 더욱 좋아해 주는 데 말이다. 나를 조금 더 진솔하고 멋지게 표현하는 방법은 애써 꾸미지 않는 것임을 이제 알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글을 쓸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 베푸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다 가끔 지치면 쉬어가기도 하고, 또다시 꿈에 도달하고 싶을 때는 더욱 힘을 낼 것이다. 그렇게 내 속도에 맞추어 살 것이다.



왜냐하면 타인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가라는 꿈을 향한 발돋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