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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당호수 나동선 Oct 01. 2021

사랑하는 허쉬를 어찌할꼬?

       우리 집은 2002년 1월에 코카 스패니얼 영국종 누렇고 예쁜 수캉아지를 분양받았다. 녀석이 처음  우리 집 오기 며칠 전 어느 날 아침이었다.  아내가 출근하려는 나를 보고  "우리 집도 강아지 한 마리 키울까?" 했다. 나는 " 집안에서 개를 어떻게 키우려고 그래" 하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내는 애들하고 벌써 녀석을 분양받기로 점찍어 놓고 나서  나한테는 넌지시 신호만 주었던 것이다.


        하루는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니 첫눈에 보기에도 너무 귀엽고 예쁜 강아지가 내게 달려왔다. 처음 보는데도 언제 많이 보았 듯이 내 주위를 맴맴 돌면서 반기지 않는가?  나는 강아지를 쓰다듬고 들어 올려 보면서 "어, 너 어디서 왔어? 그놈 예쁘네" 하였다. 아내는 애들이 강아지 키우자고  하도 졸라대서 분양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름도 벌써 두 아들들과 의논해서 '허쉬'라는 예쁜 이름도 지워놨단다.


        그렇게 해서 허쉬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네 식구 모두에게  즐거움과 사랑을  집안 가득히 주면서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다. 뛰고 장난치면서 몸에 기대고 뒹구는 모습은 집안을 온통 웃음꽃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가족들이 집에 들어올 때마다 문 앞으로 달려 나와 반겨주는 모습을 대하면 그날의 피로가 다 가시는 듯했다. 식사 때면 의자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저도 먹을 것 달라고 발을 식탁에 올려대며 졸라 댈 때는 구박 주는 재미도 있었다. 허쉬가 하는 짓 모두는 사랑이고 귀염둥이 그 자체였다.


        이런 허쉬를 두 아들들은 천재 견이라고 부르며 사랑해 줬다. 그뿐만 아니라 허쉬는 두 번의 이사에도  대소변도 시키는 대로 너무나 잘 가렸다. 이렇게 허쉬는 온통 우리 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즐겁고 행복한 우리 가족이 되어 갔고 어느덧 없어서는 안 될 가족이 되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두 아들들은  장가들어 살림 차려 나가고 나도 퇴직하였다. 집안에 있을 시간이 많아지자 아내와 나 둘이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을 때가 많아졌다. 이럴 때면 이 녀석이 우리 곁으로 와서 장난을 건다. 허쉬를 통해 얘깃거리를 만든다. 그러면 허쉬는 말 없던 우리 내외 사이에 말문을 트게 하는 가교 역할도 톡톡히 해내곤 했다.


        나는 아내한테 "이 허쉬가 자네하고 나하고 서로 말벗이 되게 하네" 하며 대화를 이어가곤 했다. 침묵밖에 없을 우리 두 사람의 공간을 이 녀석이 메워주곤 했다. 아침이면 방문 앞에 와서 문을 발로 긁으며 빨리 일어나라고 잠을 깨웠다. 문 열고 거실에 나가면 좋아서 껑충껑충 뛰었고  아침에 내가 약 챙겨 먹을 때 자기도 먹을 것 달라고  낑낑대던 녀석이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1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눈병으로 두세 번 병원 간 일 말고는 이제까지 큰 병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 주었다. 이런 예쁜 허쉬가  나이를 먹고 늙게 되자 먹는 양이 확연히 줄었다. 얼마 전부터는  뛰는 모습도 눈에 띄게 확 줄어들고 털은 윤기 없이 더벅 해졌다. 더군다나 눈에는 눈곱이 자주 끼고 자리에 누워 잠자는 시간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이런 우리 허쉬가 2018. 말부터는 하루 중 거의 잠만 자는가 싶더니 2019년 계해년 설 명절이 다가오는 며칠 전부터는 거의 모든 식음을 끊고 겨우겨우 물만 마시고 있다.  먹는 게 별로 없으니 기운도 없는지라 일어나서 화장실 가는 일도 힘겨워한다. 보는 내가 안타까워 별별 방법으로 먹게 하려고 해도 도통 먹지를 않는다. 그렇게 좋아하던 고기를 주어도 한두 점 먹고 고개를 돌린다.


        설 명절이 되자 지방에 살고 있는 큰아들 내외, 그리고 가까이 살고 있는 둘째 아들 내외가 다 왔다.  작년  이맘때 허쉬는 두 아들을 보고 반가워서 거실을 몇 바퀴는 돌았고 온 가족은 그 모습을 보면서 한바탕 웃고 했다. 그랬던 허쉬가 저렇게 기동도 못하고 눈만 깜박이며 누워 있다. 그 모습을 보니  너무 불쌍하기만 하다. 서로 같이 사랑 주고 사랑받았던 두 아들들은 그저 안타깝고 불쌍한 마음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너무 가슴 아파해한다. 두 며느리들 마저 이런 허쉬를 보고 너무 안타까워한다. 그런 모습들에 사랑하는 허쉬를 생각하는 그 마음들이  그저 너무나 고맙고 한없이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 허쉬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벌써 일주일이 다 돼가는데 사료는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좋아하던 고기나 빵마저도 먹지 않고 있다. 겨우겨우 일어나 비틀비틀하며 물통으로 가서 힘겹게 목을 빼고 물을 마실 뿐이다. 너무나 고맙게도 누웠던 자리를 가까스로 털고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똥오줌은  분명히 가리고 온다. 말 못 하는 동물이지만 저 몸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울까?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는 저 무거운 발걸음은 얼마나 장하고 아름다운가?   끝없는 사랑으로 머리를 쓰다듬고 안아 주었다. 가엽고 하릴없는 마음에 지난 17년 세월의 무상함이  한없는  만감으로 교차한다.


        네가 지난 세월 우리 가족들에게 준 사랑과 즐거움이 그 얼마인데...... 아 사랑하는 허쉬야!  우리가  네게  무엇을 도와주리?  너의 다음 세상이 저긴 것 같은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오! 하나님, 우리 가족이 어떻게 해줘야 허쉬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줄 수 있을까요?  정녕 허쉬의 그날은 오고 말 것인가?  오늘은 음력으로 2019년 첫날 설날 저녁이다. 두 아들들 내외는 설 지내고 모두 자기 집으로 갔다.  남은 건 또 우리 내외뿐이다. 거실의 벽시계 조명이 오늘따라 더 크고 선명해 보인다. 시간아 멈추어 다오. 허쉬의 거칠어진 숨결을 차마 볼 수가 없다. 분침의 조명이 바뀔 때마다 두려움이 앞선다. 허쉬야 사랑한다. 하늘만큼 땅만큼.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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