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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가특별한교육 Jun 22. 2024

체인지메이커들의 학교

학교이야기-양양고등학교

 체인지메이커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양양고등학교에서는 지난 2021년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율활동 시간에 처음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해결하고 싶은 주제를 스스로 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해 대입 성적이 크게 좋아져서 주목받기도 했다. 다만,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배움을 연결 짓는 과정은 훌륭했으나, 학교가 의도적으로 수업-창의적체험활동-체인지메이커를 연결하는 교육과정을 구성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학교가 교육적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연결한 배움이야말로 ‘교육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 진행하는 모든 배움의 과정을 연결 지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를 실현하려면 ‘수업-평가-기록-상담-창의적체험활동-생활교육’ 등 학교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이 계획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사실상, 학교가 바뀌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뭐라고 학교를 바꾸자고 말할 수 있지?’ 생각하며 겁이 났다.     


 이러한 생각을 바꿔준 것 또한 체인지메이커였다. 체인지메이커 활동 중 아이들이 문제에 직면했을 때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가르쳤다. 그렇게 가르쳐 놓고 정작 나라는 교사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겁부터 냈다. 가르친 대로 실천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 학교 모든 구성원이 체인지메이커가 되는 것에 목표를 두고 3개년 체인지메이커 교육과정을 구상했다.     



 1학년은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진행한다. 심리, 학습, 진로 및 진학 등 자신을 둘러싼 주변 문제를 다룬 관련 도서를 읽고 책 안에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의 힌트를 찾아가며 체인지메이커 활동의 전반적인 활동 과정을 익히는 단계이다. 너무 무기력해 아무것도 하기 싫다든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은데 시도 때도 없이 휴대폰을 확인한다든지, 썸타던 친구와 깨졌다든지, 아이들은 자신이 겪는 문제들을 주제로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이어 나갔다. 비록 소박한 수준이더라도 자기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를 정의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친구들과 협업하며 구상하고 실천하는 과정 속에서 작은 성취감을 맛 보는데 중점을 두었다.     


 2학년이 되면 학교와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진행한다. 산불 예방, 지역 의회 의정 활동에 대한 관심 부족 문제, 지역 버스 노선 부족 문제 및 지역 의료 문제 해결에 도전한 팀도 있었다. 소위 수도권 명문대를 목표로 하며 우리 지역을 탈출하는 것이 지상과제였던 고등학생 아이들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며 자신이 나고 자란 공간에 고마움을 느끼기를 바랐다.      


양양군 소식지에 실린 '잘 버려조'


 3학년이 되면 진로와 연관된 세상 문제를 ‘지속가능’하게 해결하는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진행한다. 이윤추구를 중심에 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중점을 둔 사회적 기업 모의 창업을 통해 단순히 체인지메이커 활동으로 ‘착한 행동을 한번 경험’하는 것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나아가 이 활동이 진로 탐색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누군가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면, 단연 ‘주도성’이라고 답할 것이다. 

작년 2학년 폐의약품 문제를 다룬 팀의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군 소식지에 활동 내용을 알리기도 했으며, 어릴 때부터 폐의약품 처리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판단으로 인근 유치원에 찾아가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어떤 것도 누군가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다.      


 문제 해결적인 사고를 토대로 몰입의 즐거움을 경험한 아이들은 절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전년도 환경오염 문제를 다루며 이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 ‘오 지구’를 모의 창업했던 김려진 학생은 현재 한양대학교 교육학과에 입학해 공부하고 있다. 최근 연락이 와, 교육학과에서 배우고 있는 좋은 교육의 방식이 전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더라며, 자신은 이런 문제 해결적인 사고를 이미 고등학교에서 체인지메이커를 통해 세뇌(!?)되었다고 표현했다. 무엇을 배우든, 실제 문제에 직면하든, 문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고 했다.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통해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결국 ‘변화’이다.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진행했더니 대입 성적이 좋아졌다는 것은 사실이기는 하나, 그것이 전부는 결코 아니다. 그저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통해 나타난 결과 중 하나일 뿐이다. 진정으로 원하는 변화, 그것은 학교의 변화이다. 학교는 아이들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다. 교사도 학교의 구성원이다. 주도적인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2022 교육과정의 중점이라고 한다. 주도적이지 않은 사람이 주도적인 사람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통해 아이들, 타인의 주도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도전해 본 교사는, 끝내 자신이 가장 많이 성장했음을 실감하게 된다.      


폐의약품 수거함


 한편 현재의 체인지메이커는 한계가 명확하다. 수업량 유연화를 통해 진행되기는 하지만, 결국 모든 수업이 변화하지 않는 한 ‘활동’에서 멈추고 말 것이다. 체인지메이커 활동이 선생님들에게 수업 변화를 위한, 주도성이 살아있는 학생 중심 수업의 연습장이 되었으면 한다. 수업이 바뀌고, 체인지메이커 활동과 연계되며, 그렇게 교사와 학생 모두 주도적일 때 학교는 변화한다.     


 다만 이 변화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이미 학교,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너무나 많은 과업에 교사들이 지쳐 쓰러져 간다. 당장 내가 상시 번아웃에 시달리곤 했다. 그러다 보니 쉽사리 ‘변화’라는 말을 동료들에게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된다. 그렇지만 진정한 체인지메이커라면 이 문제 또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문제 해결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더 많은 학교와 더 많은 선생님이 지치지 않고 체인지메이커가 되기를 바라며, 강원도 교육과정 네트워크와 감자바 단체 메시지방에 체인지메이커 활동지 전체를 공유했다. 근본적인 과업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주도적인 체인지메이커 교사들이 늘어나고 연대한다면,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던 교육도, 사회도, 세상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체인지메이커 성과공유회


 그럼에도 가장 바꾸기 힘든 것이 바로 ‘나’다. 늘 교육이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에 부풀었다가 스스로 냉소에 빠지곤 한다. 그럼에도 체인지메이커를 배우며 이제껏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이유는 그 변화를 몸소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주도성을 길러주고 있다는 감각, 조금씩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꿔가고 있다는 느낌, 그 기여감이 요즘 세상에서도 계속 교사를 하고 싶게 만드는 이유이다. 어쩌면, 유일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글쓴이: 이재호 선생님. 양양고 국어교사. 현재 육아휴직중 



매거진 여름호 목차


여는 글_모두가 특별한 교육, 여름


1. 시론


2. 특집: 디지털 교과서, 굳이 지금 왜?


3. 학교 이야기


4. 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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