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2021년 긴 출근길에 무엇을 하면 운전의 지루함을 덜 수 있을까 찾아보다가 유튜브에서 강연을 듣기로 했다. 강연은 예능이나 영화처럼 영상을 볼 필요 없이 라디오처럼 강연자가 전하는 메시지를 귀로 듣기만 해도 되고 자기계발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었다. 당시 즐겨 듣던 강연은 인지심리학자인 아주대학교 김경일 교수님의 강연이었다. 평소 심리학이라고 하면 심심풀이 심리테스트가 전부였던 나에게 인간이 내리는 다양한 결정의 이유를 통계와 과학적 근거로 설명해 주는 인지심리학이 신선하고 재밌었다.
그렇게 매번 새로운 김경일 교수님의 강연을 찾아보았는데 많은 강연에서 언급되는 책이 하나 있었다. 연세대 서은국 교수님의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소개해 주시며 행복에 관련해서 반드시 읽어봐야 할 명저라는 평도 해주셨다. 역시 인지심리학자이다. ‘명저’라는 단어가 일반인이 책을 구매하게 되는 심리적 요인에 매우 큰 요소라는 점을 알고 계셨던 것 같다. 그렇게 이 책과 만나게 되었다.
《행복의 기원》
서은국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2일
미래에 불확실한 행복을 위해 현실의 행복을 포기하는 사회
행복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나름대로 내려 본 정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행복은 삶에 궁극적인 목적이며 종착지이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힘든 지금을 버티고 이겨내며 앞으로 나가야 한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언제가 행복한 삶을 만나게 될지도..
<행복의 기원>은 우리에게 익숙한 목적론적 행복관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진화론의 관점을 통해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이렇다. 행복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살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며 도구이다.
우리 사회에는 삶이 힘들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많은 사람이 있다. 그들의 안타까운 결정은 장밋빛 미래를 그리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현재 살아갈 힘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었을까. 아무래도 후자가 더 설득력 있다. 행복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삶의 원동력이다. 지금 당장의 행복이 없다면 미래의 행복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더 많은 행복을 느껴야 한다.
같은 맥락으로 행복은 그 크기보다 빈도가 중요하다. 첫 월급을 받은 날이 기억난다. 태어나서 처음 200만원 넘는 엄청난 금액이 내 통장에 찍혔을 때 그 환희는 잊기 힘든 행복이다. 하지만 지금 우연히 옷 주머니에서 언제 넣었는지 모르는 만원을 발견한다면 지금의 나는 10년 전 200만원이 넘는 월급 받았을 때보다 더 행복할 것 같다. 행복을 포함한 대부분의 감정은 무뎌지기 마련이므로 거창한 행복을 한 번 느낄 때보다 소소하지만 작은 행복을 여러 번 느낄 때 우리는 더 행복한 삶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크기는 작더라도 자주 행복을 마주칠 수 있도록 삶에 각자의 행복 포인트를 의도적으로 배치해 놓아야 한다. (지금 당장 모든 하의 주머니에 만원 지폐를 넣어놓자!)
진화론의 관점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본성과 생존도구로서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행복의 기원>에 나오는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소개해 보았다. 분명 소개한 내용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흥미로운 인간과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책에 담겨 있으니 행복을 꿈꾸는 모든 분이 이 책을 읽고 행복한 삶을 살기 소망해 본다.
글쓴이: 이종혁 선생님. 2014년 교직 생활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행복하게 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보드게임과 어린이 문학작품, 그림책에 관심이 많아서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들로 아이들과 즐겁게 소통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매거진 여름호 목차
여는 글_모두가 특별한 교육, 여름
1. 시론
2. 특집: 디지털 교과서, 굳이 지금 왜?
3. 학교 이야기
4. 책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