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설'에는 달이 뜨지 않지만
강삼영 모두가특별한교육연구원 원장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보름달이 온 동네를 환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달이 가득 찼으니 이제 조금씩 몸집을 줄여 가겠지요. 그러다 실낱같은 모습마저 감추고 나면 ‘섣달그믐’. 달빛 조각 하나 없이 별빛만이 차가운 밤이 지나면 설날입니다.
새로운 시작은 설레기도 하지만 두려움도 함께 합니다. ‘모두가 특별한 교육연구원’의 출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강원교육은 도민 모두의 관심사여야 마땅하지만 ‘교육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습니다. 전임 교육감 12년 동안 도민들의 관심사였던 고교평준화와 무상급식 관련 현안들이 매듭지어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극심한 저출산 영향으로 이해 당사자의 목소리 크기가 그만큼 줄어든 까닭도 있어 보입니다.
올 한해 강원교육은 새로운 도전에 놓여있습니다. 지난해 드러난 '교사의 가르칠 권리'에 대한 문제부터 시작해 준비 없는 돌봄 대책, 교육예산 감소, 고교평준화 무력화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올 것입니다. 아울러 교육자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교육감 직선제를 훼손하려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교직원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도교육청의 청렴도 하락은 도민들의 냉소를 키우고 있습니다. 교육구성원을 이끌고 강원교육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현 교육감은 공직선거법상 사조직 운영과 뇌물수수 의혹으로 올해도 재판석에 서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거진 설 특집호를 통해 '학력'의 문제를 깊이있게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올 한해, 다양한 연구 모임을 통해 모든 아이가 매 시간마다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는 환경과 제도를 고민하려고 합니다. 강원도 학생들이 갖춰야 하는 기본적인 학습 역량뿐만 아니라 취업과 진학에도 소홀하지 않는 길을 찾아보려 애쓰겠습니다. 그 첫걸음을 찬찬히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설’에는 달이 뜨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초승달에서 반달로, 반달에서 보름달로 조금씩 차오를 것을 압니다. 지난해 우리는 연구원의 창립을 통해 새로운 강원교육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달이 차오르듯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자랄 것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연구원과 늘 함께 해주시길 소망합니다.
매거진 설 특집호 목차
여는 글_모두가 특별한 교육, 설
1. 시론
2. 특집: 학력, 뭣이 중헌디?
3. 학교 이야기
4. 인터뷰: 후쿠이현 왕린펑 교수
5. 책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