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의원면직을 한 뒤 처음으로 ‘글을 잘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때는 저렇게 생각했던 기억이 없다는 것이 떠올랐을 때는 아차 싶었다. 글쓰기를 잘해야지만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지만 삶 속에서 글쓰기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없었던 것이 부끄러웠다. 그래도 10여 년 전 한 달 정도 글쓰기연구회를 어설프게 기웃거린 덕에 글쓰기는 삶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이 책의 부제목 ‘삶은 글쓰기다, 교사는 작가다’를 보고는 꼭 읽어야지 다짐했다.
1. 밤 운전을 하듯 인생을 산다면
“밤 운전이 힘든 이유는 어둠이 가린 사물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데 모든 걸 훤히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불편과 불안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더듬거리면 한 문장 한 문장 쓰다 보면 앞으로 어떻게 글이 펼쳐질지 알 수 없다. 이러한 답답함과 막막함을 이겨 내면서 한 문장씩 정직하게 쓰는 것만이 유일하고 확실한 글쓰기의 비결이다.”
글쓰기도 삶도 모두 이러한 것 같다. 작가의 말처럼 전조등이 비추는 만큼 나아간다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듯이, 나도 짙은 어둠에 불안해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겠다. 그게 삶이고 그게 글쓰기다.
2. 털어놓는 마음
“말로 표현하면서 위로와 공감을 받기도 하고 글로 쓰면서 성찰과 자유로움을 얻기도 한다. 소통이 안 되고 교감하지 못할 때 우리는 존재가 흔들릴 정도의 외로움을 느낀다. 나는 아이들에게 내 말을 들어 줄 친구가 없다면, 글을 써보라고 말한다. 글쓰기가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 맞다! 내가 글을 쓰고 싶어진 이유도 이와 비슷했던 것 같다. 학교를 떠나면서 내가 큰 위로와 공감을 축이었던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그래서 그것을 글로 풀고 또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래! 글을 쓰자. 겁먹지 말고 내 이야기를 적어보자.
3. 저는 하나의 우주랍니다
“아이들 각각이 하나의 우주라는걸, 개별적 존재로서 자신을 바라봐 주기를 원한다는 걸 영준이는 나에게 일깨워 주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우주가, 역사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존재 자체로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게 진심으로 존중하기 어렵지만 나도 아이들 덕분에 그런 것을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에서 ‘사람’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통계와 정책, 제도와 같은 거대한 담론 뒤에는 분명 사람이 있다. 이 세상을 딛고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4. 몰입의 바다로 뛰어드는 시간
“글을 쓰는 과정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자유롭게 선택하고 표현하면서 창조자의 희열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글쓰기는 인생과 참 많이 닮아있는 것 같다. 관성대로 살았다면 경험해 보지 못했겠지만, 삶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표현할수록 힘든 상황이 생기게 되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 과정이 아니었다면 맛보지 못할 즐거움이다. 선택과 결정으로 글을 써가듯이 삶도 채워나가자.
5. 잔소리 스위치는 잠시 꺼 두세요
“글쓰기가 힘든 이유는 코드를 잡는 왼손의 냉철함이 너무 앞서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려면 부정적인 겸열관의 목소리는 최대한 꺼 두는 것이 좋다. …… 문장을 자꾸 꾸미게 만들면 점점 형편없어지고 겉치레에 뒤덮여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은 묻히고 만다. …… 멋진 작품을 쓰겠다는 거창한 목표보다 매일 자판을 두드리겠다는 작은 목표만으로도 충분하다.”
글쓰기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 전제된 행동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보여지는 것’에 자꾸 초점을 두게 된다. 하지만 본질은 조금 다르다고 본다. 내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그러니 완벽하지 않더라도 써보자. 꾸미지 말고 담백하게 써보자.
6. 곡식 한 알 한알 쓸어 담는 마음
“남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 본 사람은 알아. 그거 해 보면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거 느끼게 되거든. ……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바로 너 자신을 위해서 말이야.” …… 아이들이 불평불만을 터뜨릴 때가 교육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습관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다르게 생각해 볼 기회다.
작가님이 지훈에게 해주신 말씀이 마치 나에게 해주시는 것 같아서 참 좋았다. 세상을 거시적으로 봤을 때, 남을 위하는 길이 궁극적으로는 나를 위하는 길이라 믿기에 함께 살아가는데 더 공들여보려 한다. 하지만 한 장면 장면을 본다면, 반대로 많은 불평불만은 나의 부족함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불평불만에서 끝내지 말고 그로 인해 바꾸고 성찰할 기회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7. 인생을 두 배로 사는 방법
“작가는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사람이라고 말하면 아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글을 쓰기 위해 일어났던 일을 되짚어 보면 우리는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 얼마나 풍성하고 다채로운 인생이겠냐고 아이들을 설득한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나도 설득당했다. 더 풍성한 나의 인생을 위해서 앞으로도 글을 쓸 것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지만 인생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은 가능하다.
저자 소개 : 이동규. 더 잘 살고 싶어서 이 년 전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두었다. 14년의 교직 생활을 여한 없이 행복하게 살았기에 후회 없이 그만둘 수 있었지만, 아직도 학교를 기웃거리며 살아가고 있다. 현재는 원주 부론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3명의 4학년 학생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매거진 여름호 목차
여는 글_모두가 특별한 교육, 여름
1. 시론_새 정부 교육정책의 우선순위
2. 특집_평가, 이대로 만족하시나요
3. 학교이야기_코슈모슈는 무엇을 읽는가
4. 책이야기_고쳐 쓸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