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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의 평가에 의한 평가를 위한

특집 | 평가, 이대로 만족하시나요?

by 모두가특별한교육
강원도교육청은 실제로 학교에서 성취기준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교과별 교육과정 성취기준 70% 이상 반영을 골자로 하는 학생평가 계획을 2023년 시행하였다. 몇 년이 지났지만 전국 최초로 시행된 새로운 평가방식은 시행 전과 마찬가지로 현재까지 진통이 여전하다.


강원도교육청은 2023년 ‘강원도 초등학교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 일부개정’과 ‘초등학교 학생평가 기본계획’을 안내하였는데, 교과평가계획에 교과별 교육과정 성취기준 70%이상 반영, 매 학기 시작 전 평가 계획 수립, 평가 자료 다음 학년도 말까지 보관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 중 가장 쟁점이 된 사안은 성취기준 70% 이상 반영에 관한 내용이었다. 교육청은 “각 학교 평가 계획 표집 분석 결과 가르쳐야 할 성취기준에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성취기준을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종합적이고 유의미한 평가 결과를 제공할 수 있는 자료로는 부족한 수준이라 진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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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초등학교에 새로 시행된 평가방식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유의미한 평가 결과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진단에 걸맞는 정책인가 하는 점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에서 제공하는 평가 결과를 보아도 학생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문제를, 평가 항목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평가의 양이 늘어나면 제공되는 정보의 양은 늘어나겠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정보의 질이지, 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평가는 늘었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따로 있다. 평가 결과를 그대로 생활기록부에 적시하는 것이, 교사의 평가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적 방어막이 없으면 민원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평가 결과가 좋지 않다고 적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적을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평가의 양이 늘었다고 해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는데, 엉뚱하게 평가의 양만 늘려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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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가 늘어났기 때문에 교사가 귀찮아서 더 많은 평가 정보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일까? 평가가 늘어난 것이 학생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교사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 성취기준 70%이상 반영하라는 정책이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 정책이 너무 보여주기식일 뿐만 아니라 내실이 없어 오히려 강원교육에 독이 되기 때문이다.


평가는 수업과 별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1년에 수업을 해야 할 일수와 시간은 정해져 있고 평가는 이 시간을 활용해서 이루어진다.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평가도 있지만 어떤 평가는 한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평가도 있다. 더군다나 학생들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가 느린 학생이 있다면, 평가에만 한 시간을 온전히 할애해야 한다. 평가가 많아진 만큼 수업이 줄어들었는데 이것이 강원도 학생들에게 득인지 실인지 잘 따져보아야 한다. 한 학기가 100일이 채 되지 않는데 저학년의 경우 40~50개, 고학년의 경우 60~70개의 평가를 보아야 한다. 학기초나 말에는 평가를 잘 넣지 않으니 하루, 이틀에 한 번 꼴로 평가를 보아야 하는 평가 과잉의 폐해를 강원도 학생과 학부모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는데도, 교육청은 감언이설로 속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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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는 평가 이후에 있다. 평가는 왜 하는가? 평가는 학생의 수준을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이나 문제를 피드백을 통해 해결해주는 것인데, 평가 과잉의 상황에서는 학생의 문제를 발견해도 이를 해결해 줄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 교사들이 우려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들입다 평가만 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시간이 없다면 이 평가는 학생의 성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전국 최초로 시행되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공청회나 토론회 한번 없이 도교육청에서 급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에, 이 정책 안에는 학생의 성장은 없고 단순히 평가만 남았다.


진정 학생의 성장에 관심이 있다면 단순히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고, 평가 이후까지 생각할 수 있는 세심한 배려가 담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책을 발표하면서 교육청에서는 자료개발 및 보급 등으로 학교를 지속해서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학교에 내려온 자료는 없다. 오히려 성취기준 70%에 억지로 끼워 맞추기 위해 교사 커뮤니티나 도내 학교에서 자료를 얻는 웃지 못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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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려면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것이 학생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영역이라면 더욱 그러해야 한다. 도교육청은 지금이라도 문제점을 파악하고, 교사와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진정으로 학생들의 학력을 신장시키는 평가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모두가특별한교육연구원 웹진편집부




매거진 여름호 목차


여는 글_모두가 특별한 교육, 여름


1. 시론_새 정부 교육정책의 우선순위


2. 특집_평가, 이대로 만족하시나요


3. 학교이야기_코슈모슈는 무엇을 읽는가


4. 책이야기_고쳐 쓸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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