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만들기> 저자와의 대화

인터뷰 | 김종영 경희대 교수

by 모두가특별한교육
1. 교수님께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저자이신데,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나 사건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제 책 서문에 나오죠. ‘지배받는 지배자’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게 2015년에 나왔으니까 한 10년 됐죠. 그래서 요즘 분들은 모르실 수 있는데, 그 책이 한국의 대학의 종속 또는 한국 엘리트 지식인들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 그렸어요. 우리나라는 미국 유학파가 득세하니까…. 그 책을 쓰게 된 계기로 대학 문제라든지 교육 문제에 대해서 수년 동안 이렇게 강연도 하고 교육 개혁 운동도 하고 그랬어요. 학교 체제의 문제라든지 교육 쪽에 대한 문제를 대화하면 할수록 힘들죠. 왜냐하면 쳇바퀴 도는 듯이 해답이 없으니까. 그래서 “이걸 이제 풀어봐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거죠. 그게 결정적인 계기라면 계기일 수 있어요.

2. 책 내용 중에 ‘교육 지옥’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요.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말씀하신 건지 듣고 싶습니다.


지옥이라고 생각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게 단테의 인페르노지요. 신곡이라고 돼 있죠. 그러니까 인페르노는 ‘지옥이라는 게 있다’라는 뜻이죠. 단태의 신곡을 보면 지옥을 우리는 보통 뭐라 그럴까요? 불기둥이 솟는 이런 게 우리가 생각하는 지옥일까, 근데 저도 지옥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아우슈비츠는 어떤 국가 관료 시스템에 의해서 감금하고 죽이는 거죠. 사실은 지옥의 모습이 아우슈비츠랑 비슷한 거죠. 불기둥이 솟는 건 아니지만요. 서로 경쟁자니까 우리의 내면을 죽이고, 또 책 서문에 나오지만 한국 학생들의 80%가 ‘전쟁터’라는 인식을 하니까. 150명 정도가 자살을 하니까. 1년에 매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는 거죠. 그리고 4세 고시, 7세 고시, 29조 원의 사교육비, 이런 상태가 이제 지옥이라고 볼 수가 있겠죠. 우리 교육의 아우슈비츠라고 제가 부르는데 여기에 완전히 종속되어 노예가 되는 거죠.


3. 기존에 ‘서울대 폐지론’,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등이 교수님이 제시하신 전략과 어떤 차별화 지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UC 시스템을 벤치마킹하신 이유가 있으신지도요.


이 문제를 푸는 게 어마어마하게 어렵다는 사실을 먼저 자각을 해야 됩니다. 그러니까 책에 보면 '대통영' 학파가 나오죠. 대학 통합 네트워크를 위해 영혼을 끌어모은 사람이라는 것. 이 서울대 10대 만들기는 '대통영' 학파의 전통에 있는 겁니다. 2004년에 정진상 교수님이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책을 냈잖아요. 그때 이제 이분들이 굉장히 천재적인 발상이었는데, 안 되는 이유가 몇 가지 있었죠. …….

서울대 없애면 좋겠지만 없애기가 거의 불가능해요.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나서 파리 대학을 없앴습니다. 이게 특권의 상징이기 때문에 혁명하는 사람들이. 근데 나중에 다시 파리 대학이 부활합니다. 폐지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선택이죠.

그리고 대학 통합 네트워크는 공동학위제가 핵심이죠. 여기서 학벌을 없애기 위해서 공동으로 학위를 주겠다. 근데 예산을 더 주겠다, 이런 말은 없잖아요. 그러니까 강원대와 서울대의 차이가 지금 서울대는 2조 예산이고 강원대는 5천억 예산입니다. 4배가 더 크죠. 그러면 이걸 공동 학위를 주더라도 서울에 있는 대학이 서울대가 훨씬 나은 대학이겠죠. 2조를 투자하고 여기는 공동 학위를 주도하고 5천을 투자하니까 같이 2조를 투자하는 거야. 그 말이 이전에 없었던 거죠. 왜냐하면 좋은 대학이 되려면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데 그게 이제 없으니까. 학위도 통일하고 예산도 같이 주자는 부분. 서울대니까 2조 주고 강원도는 5천억 주면 돼. 당연시 여기고 살았단 말이에요. 지금은 안 그러잖아요.


4. 이 정책이 실현된다면 최전선에 있는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무엇일까요?


지금 당장은 조금 체감하기가 힘든데 왜냐하면 일단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어떤 완성된 건 아니에요. 지금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건 잘하는 겁니다. 일단 기존의 정책에 예산을 더 많이 투입하는 거죠. 한 대학당 천억을 더 주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강원도는 6천억이 되고 서울대는 그대로 2조가 되겠죠. 출발 한 건 의미가 있어요.

국립대 육성 사업이라는 게 있습니다. 거기에 돈을 좀 더 많이 얹어가지고 한 대학당 천억을 주겠다고 한 겁니다. 근데 핵심은 이제 세 가지죠. 서울대 10개 만들기 명칭을 통일하고 그러니까 서울대 강원이 되는 거겠죠. 서울대 부산 이렇게 명칭을 통일하고 두 번째는 서울대만큼 예산을 주는 겁니다. 근데 서울대만큼 예산을 안 줬잖아요. 세 번째는 통합 네트워크 거버넌스를 만드는 거예요. 이 세 가지가 돼야 되는데 이 예산 주는 거 증액만 시작을 했어요. 그러니까 그 프로그램만 있지 제도를 바꿔야 되는데 지금 체감이 당장 되기는 좀 힘들죠. 그러니까 가장 체감될 수 있는 방법은 뭐냐 하면 명칭을 바꾸는 거예요. 서울대 강원으로 해주는 거죠. 우리 지역에도 이제 서울대가 있다. 그게 가장 체감이 딱 되겠죠. 돈도 안 들죠.

서울대학교를 많이 만드는 건 돈을 찍어내는 거예요. 양적 완화죠. 상징 자본의 양적 완화죠. 그러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겠죠. 학벌의 가치가 떨어지겠죠. 그러니까 이름을 바꾸고 서울대 학위를 다 주는 게 가장 피부로 와닿는 정책이에요. 우리가 예전에는 양반과 상놈이 있었죠. 조선 후기 되면 다 양반이 되어 버립니다. 양반이 되는 거 의미가 없잖아요. 그런 것처럼 찍어내면 서울대 학위를 무너뜨리는 거예요.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죠.

5.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교사들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역할이 있을까요?


학벌 체제가 무너지고 그렇게 되면 입시 제도도 바뀔 수가 있죠. 예를 들어서 수능 자체를 없앨 수 있겠죠. 학점만으로 갈 수가 있겠죠. 우리 학생들은 낮과 밤의 세계를 왔다 갔다 해요. 이 밤의 세계를 무너뜨릴 수 있겠죠. 학교에만 집중할 수 있겠죠. 내신에만 딱. 이것만 하고 가자. 그리고 서울대가 많으니까 10%는 갈 수 있으니까 인서울 대학 합치면 30%는 되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할 수 있겠죠. 훨씬 자유도가 높아지죠. 그러면 교사분들이 할 수 있는 건 엄청나게 많죠.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들이 많잖아요. 우리 성균관 교수님이 쓰신 책이 있어요.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 교실 사회학에 대해서 썼는데 저도 이분이 연구 많이 잘하셨더라고요. 애들이 3분 1은 자니까 사실 그건 자퇴한 거나 마찬가지죠. 애들이 더 활기찰 수가 있죠. 여러 가지 활동도 하고 스포츠도 하고 여유가 있을 수가 있죠. 엄청난 변화가 생기겠죠. 근데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는 교사분들이 사실 할 일이 많죠. 그건 그냥 정부에서 정책 만들어줘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6. 강원특별자치도는 지방 소멸의 위험이 높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이 정책이 실현된 강원 지역의 청사진을 그려본다면 생태계에 어떤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지 제시해 주신다면요.


원주에 있는 강릉 원주대가 서울대 강원이 되면 그 자체가 활기가 되겠죠. 저도 이런 말을 강연 다니면 많이 해요. 서울대 10개가 생기면 어디로 가겠습니까? 그러면 저는 서울대 강원 중에서 삼척 아니면 강릉이라던지.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동해안에 살려고 하겠죠. 해안가가 좋으니까. 교육이나 의료, 이런 인프라가 뒷받침이 안 되니까. 강원도의 유일한 살길은 서울 10대 만들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캘리포니아 지역도 다 해변가잖아요. 삶의 질이 좋은 데를 가자고 그러거든요. 강원도는 인기 많겠죠. 병원들을 동해안에도 하나 세운다든지, 강원도 춘천에 있는 걸 서울대 병원급으로 키운다든지요.


7. 어떤 정책을 실현하려면 예산이 있어야 하는데요. 국가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 예산을 어떤 우선순위를 두고 배분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서울대 10개 만드는 데 한 3조에서 4조밖에 안 들어요. 우리 소비 쿠폰도 20조 찍어내잖아요. 지금 교육부에서는 5천억 더 했어요. 5천억 총 10개 만들기를 하려면 한 책에서는 한 4조 정도를 해야 되는데 4조가 큰 돈이 아니에요. 왜 안 되냐 그러면 강원도 주민들이 요구를 안 했기 때문에 그래요. 강원도 주민들이 강원대에 2조를 투자하라고 요구를 안 하잖아요. 서울대는 2조 주고 그냥 여기는 5천억만 준 거예요. 요구를 해야 주죠. 캘리포니아 대학이 하버드나 이런 데보다 250년 넘게 세워졌어요. 별 이름 없는 대학이었어요. 그런데 우리 지역에도 세계적인 대학을 만들자고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그런 거죠. 지역 주민들이 그렇게 노력을 많이 한 거예요. 지역 주민의 노력 없이 ‘그냥 언제 되겠지’는 불가능한 겁니다.


8. 강원특별자치도 같은 경우는 접경 지역, 산악 지형 등 지역적인 특성이 있다 보니 지역화된 교육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에 대해 조언을 해 주신다면요.


그게 이제 특성화죠. 강원도가 지금 기획하고 있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 의료나 관광, 산림자원, 그것과 연결된 교육을 시켜야 되겠죠. 예를 들어서 이제 UC 데이비스는 와인 제조하기 세계에서 제일 좋습니다. 그러니까 와이너리를 하려면 UC 데이비스에 가야 돼요. 제가 올해 초에 UC 데이비스를 갔다 왔는데 ‘로보트 몬다비’라는 굉장히 큰 와이너리가 있습니다. 그분이 수천억을 투자해서 건물도 지어지고 세계 최고의 와이너리 공장과, 거기에 학과를 만들었어요. 거기 농장주의 70% 정도가 UC 데이비스 출신이에요. 지역 특성에 맞게. 똑같이 만든다는 게 아니에요. 강원도의 장점을 살린 그런 이제 특성화된 학과라든지 대학을 만들어야 된다는 거죠.


9. 정권이 바뀌거나 경제 상황이 나빠지는 등의 악조건이 일어났을 때에도 단단하게 지속 가능한 교육적인 투자를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이 됩니다.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그러니까 제도화를 해야 되겠죠. 우리가 물론 국가 위기가 왔을 때 예산은 깎지만 그래도 서울대 예산은 깎이지 않았거든요. 왜냐하면 힘들 때일수록 우리가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해야 된다 이런 생각을 하잖아요. 지금 우리 성장률은 1~2%대인데 지금 R&D 예산은 한 10%, 20% 늘었잖아요. 똑같아야죠. 1~2%만 늘려야죠. 이게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제도를 만들어야 되겠죠. 그 UC 시스템처럼 거버넌스 체제를 만들어 제도를 만들어야 해요. 미국은 그렇게 돼 있고. 사업은 끝나면 없어지는 거예요. 제도는 틀을 딱 잡는 거예요. 서울대 10개로 딱 하면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죠.

현대사회는 대학 경제에 의해서 지속되기 때문에 여러 문화적 경제 엔진이거든요. 최근에 중국 저장대에서 저장대 출신들이 딥시크 만들어서 KBS 다큐에도 나오고. 중국이 세계적인 대학이 지금 세계 10위권 대학이 15개 있습니다. 항저우가 중국 실리콘밸리가 됐어요. 대학 경제예요. 투자할 수밖에 없죠. 안 그러면 국가가 망하니까. 글로벌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어요. 안 할 수가 없어요.


10. ‘서울대’라는 브랜드를 공유하는 것에 대한 정체성 훼손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교수님의 입장은 어떠하신지요?


이제 하이브리드로 가자는 거죠. 제가 전북대에 가서 강연을 했잖아요. 학생들 한 150명 정도가 왔는데 전북대 학생들에게 제가 물어봤어요. 이름을 서울대로 할래 전북대로 갈래. 이름을 고르라고 그랬어요. 딱 10명한테만 물었어요. 그 결과가 어땠을 것 같아요? 정체성 맞는 말인데 이제 학생들과 학부모가 원해야 되잖아요. 그럼 어디를 원하겠냐? 이게 학벌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 삼척이나 강릉에 서울대가 있다면, 원하는 사람은 서울대 강원이니까 강원대라고 부르면 되죠. 근데 이제 학위는 서울대를 줘야죠. 다 원하니까.

제가 교육 사회학을 가르치는데 한 학생이 계속 늦어요. 여학생이 계속 늦으니까 제가 약간 화가 나죠. 선생님은 학생들이 불성실하니까 아니 왜 이렇게 늦냐고 그러니까 자기가 대구 사는데 매일 학교 온다고 KTX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부모님이 보수적인 분들이라서 대구에서 경희대 왔다 갔다하니까 늦을 수밖에 없어요. 경북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만들어주면 자기 딸 고생 안 시켜도 되잖아요.


11. 지금 현재 교육을 이끌어가고 있는 선생님들이 진정한 교육 개혁을 이루기 위해 가져야 할 교육 철학이나 방향성 등을 조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책에 나오잖아요. 좋은 막말주의자.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굉장히 깊은 철학에서 나왔어요. 사실은 사회적 독재를 끝내는 방법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밖에 없다. 근데 교사들 중에서 정말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해야 된다, 이런 분들이 전국에 저는 한 100명 정도밖에 안 될 것 같아요. 100명도 안 될 수도 있어요.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학생들과 서로 한번 토론을 해보는 거예요.

제가 최근에 교육 희망 네트워크를 열었는데 한 고등학교 선생님이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대해서 토론을 해보셨다고 해요. 학생들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거잖아요. 교사들은 오피니언 리더니까. 수백 명한테 영향력이 있잖아요. 담론화시켜보는 거죠.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걸 한다. ……. 제가 끝까지 밀어붙여서 국정 과제 내고 했잖아요. 처음에는 말이 되나 이러다가 이게 내 손으로 직접 교육 지옥을 끝내겠다라는 의지였죠. 그런 의지가 있어야만 될 수 있다. 선생님들이 그런 의지를 가지느냐 안 가지느냐는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느냐 안 받아들이느냐의 문제겠죠.


12. 마지막으로 교수님의 앞으로의 목표나 행보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개인적으로는 저는 굉장히 행복한 사람이죠. 왜냐하면 책을 내서 이렇게 국가적 아젠다로 받아들여지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제 제도화, 즉 법을 만들어야 돼요. 서울대 10개 만들기 특별법 이런 걸 만들어야 돼요. 그래야 이게 안착이 되는 거지요. 이건 지지를 해줘야 할 수 있죠. ……. 여러분들이 영혼을 안 끌어모으면 불가능한 일이죠. 그래서 저의 바람은 집단적인 영혼의 현상학이 필요한데 그걸 선생님들께서 해주시는 겁니다.



매거진 겨울호 목차


여는 글_모두가 특별한 교육, 봄을 준비하는 겨울


1. 특집_강원도 교육과정, 수업의 방향


2. 특집_강원도 교육과정, 수업의 방향


3. 인터뷰_서울대 10개 만들기 김종영 교수


4. 학교이야기_신입생 모시기 전쟁


5. 책이야기_진우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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