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벌써 비상계엄이 일어난 지 1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6개월. 지지부진한 내란 세력에 대한 재판과 교육 대전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안고 출발한 이재명 정부의 변화와 혁신의 불씨는 활활 타오르기는커녕 점점 작아지며 실망의 한숨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선거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은 어느 순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 버렸습니다. 최근 전교조 위원장의 단식투쟁으로 연결고리를 가져가고 있지만 여의도의 법안 제조 공장에서는 뒷순위로 밀려난 상태이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교육부 장관이 임명은 되었지만, 해결해야 할 현안문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없어 학교 현장은 갑갑하기만 합니다.
매년 반복되는 수능의 이슈, 올해는 수능불영어 논란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퇴하며 국제적인 이목 거리가 되었습니다. 특히 영어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는 한국의 수험생들이 “고대 문자 해독”에 비유하거나 “미쳤다”라고 표현한 내용을 전하며 우리나라 수능 문제의 심각성이 세계에 또 한번 알려지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철저하게 대학입시에 종속되어 있어 어릴 때부터 경쟁과 과도한 학습 스트레스 속에 학생들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지만 강력하며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시간만 낭비하고 있습니다. 입시제도 개선 없이는 공교육의 정상화는 요원합니다. 이제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됩니다.
학교 현장에는 정서·심리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이런 위기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학생맞춤형통합지원사업’이 내년에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효성보다 업무 주체의 문제로 삐거덕거려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교육부에서 쏟아내는 교육정책이 대부분 설익은 것들이라 이런 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다만 위기 학생들에게는 제대로 된 지원을, 교사에게는 또 다른 업무가 아닌 교육활동 지원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행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합니다. 먼저 시작한 늘봄학교 운영처럼 인력 확충으로 부장 돌려막기식의 소모전은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도 저도 아니면 준비가 될 때까지 유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지금 학교 현장의 혼란은 방향성 잃은 교육정책과 교육공동체의 붕괴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현장의 요구가 반영된 실효성 있는 정책의 수립과 추진, 교육공동체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없는 한 학교 교육의 혼란은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 있을 때 우리는 늘 생각합니다. “조금 더 잘할걸.”
올해의 아쉬움은 뒤로하고 내년에는 말의 에너지로 새하얀 종이에 모두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그리는 멋진 화가의 시간이 되시길 소망합니다.
손상달: 모두가 특별한 교육연구원 원장
매거진 겨울호 목차
여는 글_모두가 특별한 교육, 봄을 준비하는 겨울
1. 특집_강원도 교육과정, 수업의 방향
2. 특집_강원도 교육과정, 수업의 방향
3. 인터뷰_서울대 10개 만들기 김종영 교수
4. 학교이야기_신입생 모시기 전쟁
5. 책이야기_진우의 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