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야기
초등학교는 지금 ‘신입생 모시기’ 전쟁 중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신입생 숫자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봄이 되면 걱정하지 않아도 신입생은 적당히 채워졌다. 마치 매달 17일이 되면 저번 달과 엇비슷한 금액이 알아서 찍히는 공무원의 월급 통장처럼. 병설 유치원이 있는 학교에 근무하는 동안 유치원 원아 모집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언뜻 듣기도 했다.
2, 3년 전부터였을까?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신입생을 모집하는 기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교무실에서 신입생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교사들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올해 신입생 신청이 몇 명이나 들어왔는지, 옆 학교 사정은 어떤지 소식을 주고받았다.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빠른 속도로 신입생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교무실 한쪽 벽면의 화이트보드에는 학년별 학생 현황이 적혀있다. 한 학년에 한 반, 6학급의 작은 학교인 우리 학교의 6학년은 10명, 5학년은 11명, 4학년과 3학년은 12명, 2학년은 7명, 1학년은 6명이다. 특히 재작년부터 눈에 띄게 학생 수가 줄고 있다. 전교생이 함께 현장 체험학습에 가는 날이면 유독 2학년과 1학년의 줄이 짧게 느껴졌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이웃 학교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초등학교는 올해 졸업생이 열 명인데 신입생은 두 명밖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시내에 규모가 있는 큰 학교도 몇 년 사이에 학급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출생아 수를 살펴보면, 신입생 수가 급격히 무너지는 현상은 자연스럽게 예정된 일이었다. 10년 전, 만 명 대를 유지하던 출생아 수는 2024년 약 6,500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0년 사이에 약 38% 감소했다. 30년 전과 비교해보면 감소치는 66%에 이른다.
그래도 규모 있는 도시인 원주, 춘천, 강릉은 소규모 시‧군에 비해 감소세가 완만한 편이다. 강원도 전체 18개의 시‧군 중에서 8곳 이상이 매년 태어나는 아기가 100명 이하일 정도로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 작년 한 해 영월군에서는 76명, 정선군에서는 83명, 태백시에서는 93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소도시에서는 출생아 감소 추세가 ‘더 빨리, 더 깊게’ 진행되고 있다.
신입생 모집을 한참 앞둔 7월의 어느 날, 우리 학교 교무실에서는 회의가 열렸다. 회의 주제는 ‘신입생 유치 홍보 방안’, 교직 생활을 시작한 뒤로 처음 접해보는 회의 주제였다. 예산도 내려왔다. 교육지원청에서 작은 학교들의 신입생 유치 홍보를 위해 예산을 지원해 준다고 했다. 역시 처음 들어보는 항목이었다. 거기에 학교 자체 예산을 더해 홍보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여러 의견이 오고 갔다. 주거 인구가 많은 곳에 전단지와 현수막을 게시하자는 의견과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소아과 엘리베이터에 홍보물을 붙이자는 의견이 나왔다. 요즘은 온라인 홍보가 대세인 만큼 당근마켓이나 맘카페에 홍보글을 올리자는 의견도 있었다. 학교 홍보 영상을 제작하고 공식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자는 의견도 더해졌다.
우리 학교는 온라인 홍보와 오프라인 홍보를 병행하기로 했다. 먼저 홍보 자료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근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전단지를 붙이는 가격과 기간을 알아보았다. 현수막을 게시할 장소도 골랐다. 학교 공식 유튜브를 만들고, 업체에 의뢰해 홍보 영상도 제작했다. 홍보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나를 비롯한 교사들은 의기양양했다. 작년까지 안 했던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니 당연히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우리 학교의 학년별 정원 수는 12명인데, 12명 이상이 지원해 추첨하는 상황을 그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출생아 감소세라는 거센 파도 앞에서 우리의 노력은 힘없는 물장구에 불과했다. 12월 중순인 지금, 현재까지 세 건의 입학 요청이 들어왔다. 아직 신입생 모집 기간이 마감된 건 아니지만 이후에 입학 문의가 빗발칠 것 같지는 않다. 4학년 열두 명, 1학년 여섯 명, 내년 신입생 세 명….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앞에 둔 교사들은 정해진 실적을 채우지 못해 불안해하는 보험사 직원이 된 기분이었다.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우리 학교가 앞으로 몇 년이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신입생 모시기’ 전쟁의 또 다른 안타까운 점은 제로섬 게임이라는 데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2026년도 예상 신입생 입학 수는 약 9,200명이다. 소수의 변수를 제외한다면, 하늘에서 신입생이 추가로 똑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 도 내의 357개 초등학교는 9,200명의 신입생을 나눠 가져야 한다. 만약 우리 학교가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신입생 유치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곧 다른 학교의 신입생을 빼앗아 왔다는 말이 된다. 매년 서로 뺏고 빼앗기기 경쟁하는 가운데 전체 파이는 계속 작아질 예정이다. 고작 3년 뒤인 2029년도의 예상 신입생은 약 6,000명대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니,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해맑게 뛰어놀고 있었다. 1학년 아이들은 나무 둥치에서 열매를 으깨 소꿉놀이를 하는 중이었다. 꼬물꼬물 노는 모습이 병아리 같다. 전교생이 일찍 하교하는 날이어서 오후 시간이 되자 텅 빈 운동장에 적막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저 공간을 채웠다는 게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몇 년이 지나면 폐교가 된 교정을 둘러보며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날들을 거짓말처럼 느끼게 될까? 도시 변두리에 있는 우리 학교는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반드시 일어날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날이 최대한 천천히 다가오길 바랄 뿐이다.
글쓴이: 모두가특별한교육연구원 편집부
매거진 겨울호 목차
여는 글_모두가 특별한 교육, 봄을 준비하는 겨울
1. 특집_강원도 교육과정, 수업의 방향
2. 특집_강원도 교육과정, 수업의 방향
3. 인터뷰_서울대 10개 만들기 김종영 교수
4. 학교이야기_신입생 모시기 전쟁
5. 책이야기_진우의 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