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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서 Sep 29. 2024

18. 호르몬 연애 사슬

돌싱라이프

현실 연애

-연애하고 싶다!

-10월에는 어쩌면 가능할지 몰라. 썸이라도 타지 않을까?

엄마가 봐준 아들의 연애운이다.


-안 그래도 친구가 소개팅을 시켜준다는데, 중학교 교사래. 난 공부 중이라 만나면 안 될 것 같아요.

-뭣도 모를 때 연애하고 사귀는 거지, 여자들 나이 조금만 들어도 현실 조건 따진다. 엄마도 뭘 모르니까 조건하나도 안 보고 사랑만 믿고 결혼했지, 나이 들었으면 조건 재다가 결혼 못했을지도 몰라.

-남자들도 알아요. 그래서 조건 갖춘 30대 남자 되어서 멋모르는 20대 괜찮은 여자 골라 결혼하겠다고 해요. 30대 남자들은 약은 30대 여자 안 찾아요. 통통녀들이 결혼해서 애 낳으면 뚱뚱녀 된다고 몸매 조건까지 다 고려해요.

엉? 예상밖의 대답에 엄마는 황당하다. 요즘 이십 대 초반 남자애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한 마디로 약았다.


-엄마는 연애 안 해요?-나이 50 넘으면 남자들도 여성 호르몬이 많아져서 소극적이야. 그래서 남성 호르몬 많아진 여자들이 적극적이어야 하거든. 근데 엄마가 적극적이겠니? 되면 하고, 아님 말고. 굳이 애써서까지 연애를 하고 싶은 의지는 없지.


호르몬으로 분석하는 연애 사슬


호르몬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요즘 유행하는 #테토 남 #테토녀 #에겐남 #에겐녀 를 알려준다.

#MBTI 를 넘어서서 호르몬까지 고려한 연애 스타일이 대유행이란다.


가장 하위에 있는 에겐녀는 여성여성하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여성성의 여자로 옷 스타일도 원피스나 블라우스를 좋아한다. 감성적인 성향으로 공연, 음악 감상 같은 취미생활을 주로 한다. 연애를 할 때도 화를 내기보다는 징징거리는 스타일. 마음이 여려서 동정심도 많다. 에겐녀는 에겐 남을 좋아한다. 남성성이 넘치는 허세 가득한 강한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에겐녀들이 보기에 테토남은 공감능력이 없어 보인다. 에겐 남은 왠지 음악이나 공연 이야기를 해도 잘 통할 것 같고 공감해 줄 것 같다. 태도가 다정하고 배려심이 있는 에겐 남을 선호한다.


에겐남은 테토녀에게 끌린다. 여성성이 있는 남자는 같은 종족인 에겐녀에게 매력이 없다. 화끈하고 시원시원한, 스포츠룩이나 몸에 딱 붙은 원피스를 입고 자신을 드러내는 스타일의 테토녀가 본인도 모르게 끌린다.


테토녀는 에겐남이 답답하다. 독립심이 강해서 반지하 원룸에서 곰팡이와 싸워 가며 살아온 그녀들. 주로 지방에서 혼자 상경해서 삶을 꾸려온 그녀들에게 연애란 사랑이 아닌 현실이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다정한 배려가 아니라 현실 벽돌을 깨줄 수 있는 남자. 그래서 테토남이 좋다. 자신만만한 그녀들은 초식남을 구원해 줄 생각이 없다.


가장 상위에 위치한 테토남은 테토녀의 구애를 싫어한다. 사냥성이 있고 추진력이 있는 그룹이라 에겐녀를 공략하고 싶어 한다. 단순 무식. 그러나 책임감이 강한 스타일의 테토 남은 수동적인 에겐녀를 사냥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에게 녀는 밀어붙이는 테토 남이 부담스럽다.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 보니 이런 연애 사슬이 성립된다.

여성스러운 여자와 남성스러운 남자가 어울리고 여성스러운 남자는 남성스러운 여자와 어울리는, 본인 성향과 반대로 끌린다는 우리 시대의 연애 상식이 시대변화를 맞았다. 일반적인 카더라가 아닌,  과학적인 호르몬을 대입해서 심도 있게 분석을 하는 것이 유행인가 보다.


에겐녀는 에겐남이 좋은데 에겐남은 테토녀가 좋고, 테토녀는 테토남이 좋은데 테토남은 에겐녀가 좋다. 엇갈릴 수 밖에 없는 선호도. 결국 연애란 어긋나는 사업이다. 빨리 어긋나느냐, 시간이 흘러 어긋나느냐 그 차이가 있을 뿐일까. 젊은 친구들은  결혼이라는 종착역이 있어서 어긋나는 연애라도 결론이 보이겠지만, 실패를 경험한 엄마 또래는 어긋남을 극복하는 것이 더 어려워 보인다.


부정적 결론에도 불구하고 호르몬의 변화를 겪는 갱년기 여성에게는 궁금증이 떠오른다.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이 줄고, 여성은 에스트로겐이 줄어드는 중년의 연애 사슬은 20-30대와 다를까? 에겐녀의 비율이 줄고 테토녀의 비율이 늘어나며 에겐남의 비율은 늘고 테토남의 비율은 줄겠다. 에겐녀와 테토남. 여성적인 여성과 남성적인 남성은 만나기 힘들어지며, 그들이 연애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으려나. 우위는 점하지만 막상 연애를 하기는 힘들어질 수도 있겠다.


테토녀와 에겐남이 많아지며 그들의 연애가 쉬워지려나. 비율이 올라간다는 것은 그만큼 확률도 올라간다는 뜻이니까. 오히려 에겐녀의 남성 호르몬이 증가해서 그녀의 연애 확률이 높아지고, 테토남 또한  여성 호르몬이 늘어나며 그들의 조합이  젊은 날과 달리 해볼 만한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


잠깐 생각해서 내려본 결론일 뿐, 막상 인간사에 대입해 본다면,  사람마다 다른 복잡한 연애 양상을 가늠하는 일은 어렵다.


이십 대의 결혼과 연애가 어려워지면서 다양한 분석이 유행하는가 보다. MBTI로 부족하다고 느낀 20대들이 호르몬까지 끌어와 설명하니 일리 있어 보인다. 큰 틀에서는 맞는 분석 같아서 재미는 있지만, 혈액형이 사람을 설명해주지 않듯이 이 분석도 마찬가지다. 틀에 들어가는 유형보다 벗어난 유형이 더 많을 것 같은 예상. 옥시토신 세로토닌 도파민 등 호르몬도 다양해서 성호르몬으로 사람의 마음과 심리를 분석하는 것은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이 분석에 의미가 있다면, 평소 끌리는 이성만 만나지 말고 다양하게 만나보라는 신호로 유효하다.

예를 들어 에겐녀는 좋아하는 에겐남만 선호하지 말고 에겐녀를 따라다니는 테토남도 만나보라는 교훈을 줄 수 있다. 에겐녀인 나를 돌이켜보니 20대에 적극적으로 따라다니는 남자들 피해 도망 다니기에 바빴다.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남자들이 무서워서 숨어 다녔다. 중년이 되어서도 허세 가득한 적극남은 피해 다니느라 힘들었다. 스토커에게 쫓기는 기분이랄까. 울고 싶었다.


테토남인 아들은 야리야리한 에겐녀보다 맞설 수 있는 테토녀가 맞는다고 한다. 어느 정도 기가 세야 자신을 감당한다나. 이미 분석 흐름에서 튕긴다.  아들이 알려준 분석이니, 앞으로는 다른  연애 시도를 할지도 모르겠다.  에겐녀를 염두에 들지도. 겁이 많아 도망치기 바빴던 나도 다양성이 있는 인간관계를 위해 마음을 바꾸어 봐야겠다. 혹시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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