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작은 영웅.

by 김 예나

이 글은 나의 아빠이자 사랑하는 한 남자에게 쓰는 절절한 사랑고백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고 존재하게 한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이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1964년 생의 중년의 남성이다.

그는 10월 14일 가을의 정취를 한껏 품고 태어난 남자로 가을의 이미지를 닮은 듯 밤색의 피부색을 지녔다.

향수를 뿌리지 않은 그가 향수를 뿌리고 다닌다면 아마 호두과자 냄새가 날 것 같은 사람이다.

실제 그는 호두과자와 단팥빵을 좋아한다.

그의 삶의 이야기는 그의 입을 통해 간신히 전해 들었으나 내겐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래동화, 설화 속에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그는 육 남매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으며

160 중반의 작은 체구를 가졌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꽤나 잘생긴 외모를 자랑한다.

나이에 비해 굉장히 어려 보이는 동안의 외모는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는데 큰 몫을 차지하며

웃을 때 지어지는 반달모양의 눈과 쏙 들어가는 양쪽 볼의 보조개 또한 그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국민학교를 다니던 그는 2살 많은 형을 이길 자신이 없어 기꺼이 자신의 코를 때려 큰형에게 둘째 형을 일러바쳐 복수를 하고 ,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엔 오이를 따서 먹기도 하며, 17살쯤에는 양복점에서 일하며 생활했고 , 23살 땐 아현동 새 마음 종합 병원에서 기공사일.(정확히는 크라운을 만드는 일.)을 했으며 27살에는 오토바이 정비사일을 하다가 …. 그때가 2년 후쯤 화원일을 했단다.

그 후에는… 사우나 시설업체를 하며 결국 마지막엔 설비로 우리가 태어나고 성인이 될 때까지 그 일을 하다. 60살이 된 그가 호기심으로 시작한 캠핑장을 운영하며 지금은 거기에 온갖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그의 굽은 목과 말린 어깨는 열심히 살아온 삶의 증거며 고난과 역경을 버텨낸 이유 있는 자신감이다.

그의 59년 인생의 표창장과 감사패는 그의 늙어가는 신체와 사랑하는 한 여자, 그들의 사이에 얻어진 두 딸들이라는 사실이 가끔 나의 코를 시큰하게 한다.

그는 관식처럼 쉬는 걸 못 견뎌한다.

어린 시절부터 평생 일을 해온 탓에 집에 있어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성격이다.

매일 새벽 일찍 나가 저녁쯤이나 돼서야 들어오고 건설업 특성상 다쳐서 오는 게 다반사였던 그의 과거.

게으른 나와 달리 부지런한 성격의 그는 야무진 손과 타고난 일머리로 주변에서도 평판이 좋았다.

나도 이제 그의 성실함의 옷을 입는다.

그를 닮은 어른이 되기 위해.

부모는 도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자신을 내던지며 남은 가족들을 부양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고 그런 마음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닌데 기꺼이 그 험난한 과정을 스스로 감내해 내는 것인지

나는 아마 평생 모르는 감정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럼에도 나에게 느껴지는 감정은 아빠에 대한 고마움 보단 미안함에 가깝다.

그것은 아마 주는 사랑보다 받는 사랑이 많아서일까

우리의 사랑의 경쟁에서 승자는 늘 아빠의 몫이다.

나는, 우리는 이 경쟁에서 늘 패배한다.

언제쯤 나는 이 경쟁 속에서 승리할까? 과연 그런 날이 오긴 할까? 다시 태어나 내가 그의 부모가 되어보지 않은 한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다.

그의 사랑은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어쩌면 원래부터 타고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것일까?

나의 사랑은 그에게로부터 비롯된 것이고

내가 충분히 학습한 노력형 사랑이라면 그는 타고나길 천재형 사랑이 분명하다.

그는 나의 몇 안 되는 사람들 중에 사랑이라는 특출한 재능을 갖고 힘껏 발휘해 내는 사람이다.

황폐한 도시에서 길을 찾아내는 사람.

모든 쉽게 하는데 잘 해내는 사람.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믿는 사람.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

질투 없이 깨끗한 경외감을 선사하는 유일한 사람.

견고하고 단단하나 어딘가 좀 무른 사람.

따뜻하고 다정하지만 동시에 무심하며 차가운 사람.

그럼에도 내가 온전히 편하게 머물 수 있는 나무 같은 사람.

건축업을 했던 사람답게 마음의 집을 잘 짓는 사람.

내가 아는 남자 중 가장 사랑스러운 남자 1 위인사람.

나의 시선 끝에 머무르고 존재하며

내 삶의 역사에 가장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는 사람.

내 긴 역사에 시작과 끝이 되는 사람.

내 삶의 증인이자 목격자가 되는 사람.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어른인데 또 가장 아이 같은 순수함을 가진 사람.

나의 꿈, 나의 자랑, 나의 용기, 나의 자신감, 나의 모든 것.

나의 금잔화.

나는 그의 사랑의 흔적이며 반증이다.

나는 그의 사랑의 대변인 역할을 기꺼이 자처하며 그의 모든 것을 간증한다.

나는 그의 산 증인이 된다.

우리는 서로의 사랑의 그을림이 되는 사이.

서로의 거울.

나는 아빠의 얼굴을 통해 나를 보고 나는 나의 얼굴을 통해 아빠를 본다.

서로의 마음을 지켜내고 빚어내는 사이.

마음이 마음을 잇는 사이.

서로의 언어가 사랑이 되는 사이.

말 보다 마음이 편한 사이.

서로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로를 느끼는 사이.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의 경쟁을 하며 서로를 이기는 사이.

나는 그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며 세상 속에서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다.

나를, 타인을, 자연을 온전히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는 작지만 크다.

나의 작은 거인, 나의 작은 영웅이 되는 그.

내 삶의 히어로.

그가 내 삶을 지켜내듯 나 역시 그의 삶을 구해내고 싶다. 그에게 배운 나의 사랑으로.
















keyword
월, 토 연재
이전 15화길 위에서 춤추는 여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