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 이은상
수줍어 수줍어서
다 못타는 연분홍이
부끄러워 부끄러워
바위틈에 숨어 피다
그나마
남이 볼세라
고대 지고 말더라
그제 서울숲에서 진달래꽃을 만났다. 연분홍빛 대여섯 송이가 봄바람에 산들거리고 있었다. 그 살가운 몸짓을 따라 내 마음도 덩달아 살랑거렸다. 어릴 때 봄이 왔다고 선언할 만한 풍경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앞산, 뒷산에 진달래꽃이 가득 필 무렵이다. 점잖하던 산이 갑자기 화려한 빛깔을 뽐내는 시간이다. 들녘에도 온갖 봄꽃이 넘쳐나지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진달래꽃이 피면 나도 모르게 산으로 올라갔다. 친구들도 끌리듯 산으로 왔다. 우리는 참꽃인 진달래꽃을 마음껏 따먹으며 또 꺾으며 봄날의 작은 축제를 누렸다.
시인은 수줍어하는 아름다움을 찬미한다. 진달래꽃의 빛깔은 강렬하지 않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색이 짙은 철쭉 사이에 있다면 그냥 묻히고 말 것이다. 다행히 철쭉보다 일찍 피니까 자신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드러낼 수 있다. 진달래꽃은 얼마나 수줍음이 많은지 진분홍을 꿈꾸지 않는다. 산속에서 피고, 게다가 바위틈을 찾아서 핀다. 그러다가 고운 꽃이 금세 지고 만다. 실제로 봄 산에 가면 바위틈에 핀 진달래꽃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수줍어서 뭇시선을 피하다가 일찍 떠나는 진달래꽃의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애틋한 사랑을 자아낸다. 그 사랑은 나직하게 마음을 흔들며 귀하게 다가온다. 내일도 연분홍빛 사랑을 찾아 산으로 가고 싶다.
2024년 3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