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날현 Apr 15. 2024

(6) 출산 150일 후 위암수술


수술 하루 전 입원을 했다.

입원을 하고 남편과 나는 조용했다.

남편은 나랑 같이 있으면서

내게 문자를 보냈고..


난 어찌 될지 모르는 이 상황을

세상에 마지막일지 모르는.. 글을 남겼다.


당시 카카오스토리에 글을 올리자마자

친구들에게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난 받지 않았다. 전원 버튼을 눌렀다.

내 어릴 적 친구들은

나의 친언니에게 전화를 했고

언니한테 전화해서 울더라고…

언니는 당시에는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불안한 밤을

하얗고 헐거운 환자복을 입고 보냈다.


아침 첫 수술이었다.

남편에게 또 문자가 왔다.

이 사람도 무서웠으리라..

난 남편에게 얼른 아침을 먹고 오라고 했다.

나의 친정식구들과 첫째가 오면

밥 먹기 힘들 거 같은 나의 배려였다.

‘오빠 빨리 가서 밥 먹고 와. ’

‘됐어. 당신도 안 먹잖아. ’

‘아이그..오동(첫째 태명)이 오면 밥 못 먹으니까

빨리 먹고 와~!’

‘왜? 오동이도 책임이 있잖아. ’


이게 무슨 말이지?

‘왜? 오동이도 책임이 있잖아’

몇 초 생각한 후..

난 이 앞뒤 문맥도 없는 말을 해석할 수 있었다.


내가 암에 걸린 건 스트레스 때문이고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날 힘들게 한 거에는 첫째 육아도 있으니

내가 수술하는 날..

오동이도 자기도 밥을 굶는 게 맞다라는

정말 중학생 수준의 말도 안 되는 발상.


그렇다!

이게 나의 남편이다.

흑수저로 태어나 성실함으로 자라서

연봉으로는 상위 5% 안에 들지만..

다른 상황은 정말이지 딱 그 반대인 듯하다.


어쩌다 난 이런 말을 단 몇 초만에 해석할 수 있는

능력자가 되어 있는 것일까?

인정한다!

철없던 날 사람 만든 건 다름 아닌 남편이었다.


밥을 먹고 오라고 남편을 보내고

난 반듯이 어깨를 펴고 앉아 눈을 감았다.

기도를 했다.

종교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막연한 기도를..

‘지금 나의 떨림을 담대함으로 바꿔주세요~~~‘


친정 식구들이 도착하고

수술실에 들어가기 위해 간호사가 왔다.

내가 누운 침대를 끄는 간호사 한 명과

내 손을 잡은 남편이 보일 뿐..

그 어떤 식구들도 내 앞에 보이지 않았다.

내가 누운 머리 위에서

훌쩍이는 소리만 들릴 뿐..

내 옆엔 오만 인상을 쓰고 입술을 깨물은..

콧물이 떨어지는 남편 얼굴만 보였다.

난 정말이지 울지 않았다.

그냥 옆으로 눈물만 흘러 베개가 젖을 뿐이었다.

그렇게 남편의 손을 놓고..

가족들 얼굴을 못 본 체..

수술실 문이 닫혔다.


수술실에 들어가자 누워 있는 나에게 보인 건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있을 것이니”

신촌 세브란스 암센터 수술실 천장에

영어로 쓰여 있었다.

이걸 보는데 고작 글자 몇 개가

정말 내 눈물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다음 편에 계속…]


이전 05화 (5) 시한부로 산다는 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