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점점 살이 붙고..
신기하게도 무언가 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댔다.
그간 무기력에 빠져서
하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꿈도 없던 내가
십여 년 전 사놓았던..
그간 한 번도 메지 않았던 명품백도
꺼내 메어 보기 시작했다.
화장도, 옷차림도, 책도, 지적인 욕구도..
서서히.. 스며들 듯..
나의 욕망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욕망!
사전적 의미는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이다.
욕망이 사람에게 이렇게 중요하고 필요한 건지도 모르고 난 욕망은 절제하거나 버려야 하는 줄로만 여겼다.
아무 의욕도 없고 삶이 버거웠던 지난 시절에..
한 번은 둘째 딸을 데리고 약국에 간 적이 있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던 약사분께서
‘아이 친할머니세요? 외할머니세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난 웃으며 ‘노산한 엄마예요’라고 대답했었다.
웃지 않고는 딱히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돌아와 거울을 보니~
바짝 마른 피부, 생기 없는 얼굴,
부시시한 머리, 목 늘어난 티셔츠..
현실의 나를 즉시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5년 걸렸다.
암 완치판정은 수술 후 5년!
왜 5년인지 머리도 몸도 알 것 같다.
먹는 양이 돌아오는 데 정확히 5년 걸렸다.
머리카락의 두께가 다시 돌아오는데
입 옆에 볼패임이 차 오르는데 5년이 걸렸다.
몸이 돌아오니 정신도 같이 챙겨지더라~
2023년 8월
난 완치판정을 받았다.
이제 세브란스를 그만 가려나 했다.
아니다.
층만 바뀌었을 뿐
1년에 한 번씩 검사하는 건 동일하다.
시원~섭섭했다.
완치판정주에는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바롤로’를 마셨다.
머금은 후에 입안에 감도는 와인의 향처럼
앞으로 나도 나의 향기를 내며 살리라~
내가 나의 ‘암극복기’를 글로 쓴 건..
그간의 내 삶에 대한 정리였다.
어떤 책에서 얘기하더라~
부자들의 정리습관에 대해.
나도 부자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난 내 ‘생각’을, ‘정신’을 정리하고 싶었다.
발상의 전환으로
물건정리 대신 생각정리를 택한 것이다.
다시 말해 마음의 길을 내어
마음부자가 되고 싶었다.
여기에 쓴 얘기 중에는
지인들에게 얘기한 내용도 있지만
이곳에서만 얘기한 내용들도 있다.
원래 거짓말을 하는 걸 싫어하는 터라..
내 온 마음 다해 진실만을 썼다.
쓰면서 그때의 마음이 생각나 울기도 하고..
글을 작가만큼 잘 쓴 것 같지 않은데
적지 않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아마 글에서 내 진심을 느끼셨으리라.
이곳에 글을 읽으며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노력들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훌륭한 분들도 계시지만
아직 힘든 과정의 분들도 계시더라.
그분들에게 방법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글쓰기’를 주제넘게 추천해 본다.
난 정말 정리를 못한다.
그리고 게으르다.
그런 내게 ‘사는 힘’이 되더라.
내 생각을 글로 쓴다는 건 ‘또 다른 쾌락’이더라.
결국 나를 지키는 건 나의 ‘생각’이더라.
그간..
관심 가져주시고
긴 글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신 분들께
깊이 머리 숙여
감사하다고 인사드립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위암수술 후 5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