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면 어쩌지?
예약해 놓고 또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이제 더 빠질 살이 남아있지도 않았다.
키 165에 40킬로 대로 내려왔다.
예약일에 병원에 갔다.
병원에서 온몸의 관절과 손의 뼈 사진을 찍었다.
난 너무 아프다고 ‘류머티즘’인 거냐고 물었다.
의사 선생님은 굉장히 쿨 하셨다.
“아니요
퇴행성 관절염입니다. ”
손의 경우는 농촌 70대 노인들 손이라고.
헉! 어이가 없었다.
나: 왜요? 저 손 많이 안 쓰는데요?
의사: 글쎄요.
나: 혹시.. 항암 부작용인가요?
의사: 그럴 수도 있지요.
난 졸지에 농촌에서 밭 일 하시는
70대 할머니가 되었다.
그렇다.
그 누구도 설명할 수 없는 이 상황..
그 어떤 약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는 경고..
그 누구도 입증할 수 없는..
나: 약은 있나요?
의사: 약이 없어요. 아직까지 노화를 막는 약은 나오지 않았어요.
그렇지…
두어 달만에 살이 10kg가 빠졌는데…
항암이 나쁜 세포만 죽이는 게 아니고
좋은 세포도 싹~ 다~ 죽이는 약인데..
그렇지…
난 30대 여자가 위암에 걸릴 확률도 뚫었는데..
또 약의 부작용 확률도 뚫는구나..
복권이든 뭐든 당첨되어 본 적이 없는데
이런 확률은 기가 막히게 뚫는구나..ㅠ
이 기분.. 우울인지 분노인지..
그냥 짜증 나고 화가 났다.
아니 화로 가득 찼다.
결혼 전까지 집에서 물컵하나 안 씻은 나인데..
내가?
뭐? 퇴행성?
약이 없다고?
움직일 때마다 아픈데 그냥 살라고?
정말이지 어이없었다.
이 ‘화’는 쉬이 가시지 않았다.
난 내가 좋아하던 와인을 다시 시작했다.
가족력도 없던 내가 위암에 걸린 건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건 이제 인정이다.
아~ 인생이 이런 거구나~
난 다시 세팅했다.
한 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절대 잘하려고 하지 않고~
절대 완벽하려 하지 않고~
대~충 즐겁게 살기로~
나의 손을 잃은..
나의 일부 가치를 잃은.. 애도를 하고 싶었다.
[다음 편에 계속..]
추신 :
항암이 꼭 필요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항암의 부작용도 있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어서
지금의 제 손상태 사진을 첨부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