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파 병원에 다녀왔다.
태어났을 때, 검진 등을 제외하고 오롯이 병이 의심돼 병원을 간 건 8개월 만, 아이 생애 처음이었다.
아침부터 콧물이 찔끔 나오기 시작하더니, 자주 가는 카페 사장님, 손님들조차도 아이가 오늘 상태가 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같이 들르는 카페에서 아침부터 다짜고짜 "아아아아~ "라며 목청껏 소리를 내거나 내 무릎 위에서 뒤집기 일쑤이던 애가 오늘따라 품에 쏙 안겨서는 별다른 소리도 내질 않고, 멍 때리기만 시전 한 것이었다.
'애들이 다 아픈 거지 뭐'라고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마음은 아이가 첫 번째 낮잠을 평소보다 30분이나 일찍 자고, 자고 일어난 뒤에도 칭얼거림으로 일관하자 달라졌다.
밥을 먹이고 나서도 콧물이 멈추질 않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아 먼지만 쌓였던 콧물흡입기를 꺼내 설명서를 보기 시작했고, '아, 어제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어뒀나, 제습기가 꺼진 탓인가..?'라는 자기반성에 이어 '아.. 이걸 방치하면 나는 나쁜 엄마인가?'라는 생각까지 미친 순간, 곧장 차를 몰아 병원으로 달렸다.
결과는 역시 예상한 대로 약한 감기.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정말 말 그대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고, 그렇게 집에 돌아온 아이는 늘 그랬듯 잘 먹었고 또 잘 놀아줬다.
너무나 일상적인 반나절의 해프닝. 그저 시간 때우기에 지나지 않았던 그 반나절을 겪고 나니, 그간 쿨한 엄마로 일관하고 싶었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아이의 적은 콧물에도 발을 동동거리는 엄마만 남아 있었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그저 품에 안기고, 칭얼대는 걸로 아픔을 표현하는 게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었고, 어느새 아이를 위해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는가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퇴근해 돌아온 남편도 아이를 보더니, 아이가 아픈데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게 못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갑자기 내 인생을 가득 채워 빈틈없이 만들어버린 아이와 보낸 8개월의 시간,
길지도 않은 그 시간을 보내면서.. 요즘 나는 뭐랄까, 하루하루 참 많이도 변하고 있다.
작은 상처에도, 작은 증상에도 아이를 들쳐없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부모들을 보면서 '왜 저렇게 유난이지?'라며 코웃음을 쳐 왔는데, 막상 내 일이 돼보니 그간 내가 얼마나 오만했는가를 돌아보게 됐다.
'세상 부모들이 다 그래도 나는 쿨할 거야, 나는 괜찮을 거야' 했던 오만함은 부지불식간에 산산이 부서지기 일쑤.
평범한 생을 살아내는 가운데 '특별함'을 추구하고자 했던,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 너무나도 지루한 반응이라서 기분이 별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겪어내 보니 그 기분이 그렇게 썩 나쁘지가 않다.
내가 비록 여타 부모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게 특별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모든 부모에게 아이가 특별하기 때문에 다들 비슷한 마음으로 귀결되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연대의식 같은 게 생겼다고 해야 하나.
아니, 아이가 콧물 찔찔 흘린 게 대체 뭐라고....ㅎㅎ 이런 생각까지!!
여하튼, 아이는 저녁이 되어 약을 두어 번 먹고 나선 장난치고 웃기도 했다가 거의 기절하듯 밤잠에 들었다. 내일 상태는 어떨지 장담할 수 없지만, 부디 생생한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주기를.
그리고 이런 작은 아픔에도 전전긍긍하는 부모의 마음을 알고 나니, 이 세상 아픈 아이들과 부모들의 마음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부디, 천사들이 아프지 않길. 건강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