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 부모의 과거와 마주하기(2025.7.1)

by 새보꾸

아이를 낳으면 매일같이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는데, 어느덧 7개월이 넘어버린 아기.


잠을 못 잔다는 핑계로 소중한 기억의 순간들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다시 복기하자니 그 순간 그 느낌을 소급해 기록할 수가 없네. 포기.


그저 먹고 자고 우는 것만 하던 아기는 이제 눈을 마주치며 웃기도 하고 '아아오오' 소리도 낼 줄 안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이렇게 자주 나를 기쁘게 한 존재가 있었나 새삼 지난날들을 돌아보게 된다.


엄마도 아빠도 내가 이렇게 예쁘고 애틋했을까?


부모가 돼 보지 않고서는 몰랐을 감정, 어쩌면 아이를 낳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던 관습이 오래도록 이어진 것도 부모의 심정을 자식이 알아보라는 섭리였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결혼과 육아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아기가 불분명한 발음으로 으마~(엄마) 같은 소리를 내길래 언젠가 한 번은 엄마라고 불러 보라고 시킨 적이 있었는데 황당하게도 되레 분명한 '아빠'소리만 들은 적이 있다.

(영상을 찍어뒀는데 심통이 나서 남편한테는 전송 안 했다)


종일 놀아주고 먹여주는 건 나인데,라는 생각에 괜히 섭섭하고 심통이 났는데 그때부터 줄곧 하루에도 몇 번씩 의미 없는 순간에도 '엄마'를 외치며 필사적으로 엄마 듣기 집착광이 되었지.


오늘 세 번째 낮잠을 재우기 전, 침대에서 자는 걸 익숙케 하겠다며 배 위에 올려놓고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이의 입에서 '엄마'라는 단어가 불쑥 튀어나왔다.


진짜 부른 건지, 아니면 듣고 싶은 대로 들은 건지 아직도 확신은 안 서는데, 그냥 그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엄마라니, 아 내가 이렇게 예쁜 아가의 엄마라니.'


평생 내게 붙은 그리고 붙을 수많은 수식어 중 '엄마'만큼 상상이 안 가고 어색한 단어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그 단어를 들은 순간 말할 수 없을 만큼의 큰 감정이 휘몰아쳤다.


감히 설명하기 어려운데, 그나마 비슷한 감정을 글로 옮기자면, 순간 내가 우주보다 큰 존재가 된 것만 같았다.

감격이기도, 뭔가 애틋하기도 한 그런.


'그래, 내가 니 엄마야. 내가 널 지켜줄게'


우리 부모가 그랬듯,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큰 존재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나의 부모도 이런 감정들로 나를 기꺼이 키워냈겠구나 하는.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 매일 나는 또 크고 있다.


힘듦과 기쁨이 공존하는 나날들, 아기와 함께 겪는 생애 첫 경험들을 흘려보내며 내가 아기였을 적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렇게 단단해졌을 나의 부모.


엄마가 되어 갈수록 나의 엄마, 나의 아빠의 영혼과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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